보라 저것은 소리
모습도 없는 시원의 어둠에
우렁우렁 천지를 가르는
빛의 소리
빛이 빛을 낳으시는 천지개벽의 소리
저것은 또
혼돈을 갈라 빛을 끌어내는
생성과 탄생의 손
형체없는 것의 형체를 지의시고
하늘과 땅 물과 뭍
밤과 낮 절기와 나날과 해를 나누시며
크고 작은 창공의 빛들로
번갈아 땅을 비추게 하심으로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게 하시는 손
세세 영원히 생성과 사멸을 주관하시며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게 하시는 손
빛의 긍휼한 손
빛은 마침내 세상에 오시고
그 낙원에 아담과 에와를 살게 하시니
인간은 고락과 애증의 땅을 갈았다.
남자와 여자는 지상 어디서나
만나서 사랑하고 집을 짓고
꽃 같은 아이들을 낳아 길렀다.
바닷가 모래알 같은 시름과 기쁨
사랑과 미움도 함께 자라고
전쟁과 평화의 씨를 뿌리는
지상의 나라들을 세워 나갔다.
그리고 어느덧 생명을 주신
빛의 이름을 잊어갔다
-낮도 ?의 것이고 해도 ?의 것임을
잊어버렸다
비로소 지상의 유랑민들
잃어버린 낙원을 울고 있을 때
바빌론의 강가에 울고 있을 때
빛은 또 다시 우리들 가운데로 돌아오셨다.
임마누엘, 임마누엘
해아래 오직 하나 새로운 이름으로
모든 청음과 시작이 되고
모든 으뜸과 머리가 되고
죽은 자들 가운데서 살아나실 분이 되어
베들레헴 말구유로
엠마오로 가는 나그네들 곁으로 돌아오셨다.
이제와 영원히
태어나는 모든 이와 함께 하시고
죽어가는 모든 것과 함께 가시러
죽은 자와 산 자들 가운데로 다시 오셨다.
그렇게 이백년 이 땅의 어둠과도
동행하셨다.
수구문 새남터 모래사장에
가시관 십자가로 길을 닦으며
마른 섶 잠든 숲에 불을 지르며
오천년 겹겹이 쌓인 밤을 태우시니
비로소 암흑속에 걷던 백성 빛을 보았고
깊은 잠에 빠진 이들
-사망의 땅과 그늘에 앉은 이들
목숨의 참 빛을 보았거니
빛은 이제 이 땅에 우리와 함께
날마다 일용할 양식, 꿀과 누룩
한 사발의 희망을 넉넉히 주시고
고난과 시련도 사랑으로 주시고
부서진 울타리 황폐한 뜰에
어김없이 오시는
빛은 이제 이 땅에 우리와 함께
끊어진 다리 갈라진 마음들을
이어 주시고
저마다 제 뜰에 제 몫을 다 하고
열을 채우고저 없는 이의 하나를 빼앗는
탐욕을 치시며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는
주여, 그 빛이 어둠속에 더욱 빛나시매
이백년 「내 발의 등이되고 내길의 빛이되신」
등불 켜서 드높이 성문에 거는
오늘 이 땅에 그 말씀 우리와 함께
이제와 영원히 우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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