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회 2백주년의 첫아침이 밝았다. 2백년전 스스로 믿음을 찾아 얻고 이땅에 복음의 빛을 환하게 밝힌 신앙선조들의 얼이 서려있는 한국천주교회 신앙의 본산지, 명동대성당에 쏟아지는 새아침의 햇살은 그 어느때 보다 더 찬란하게 빛난다. 최고의 신앙공동체가 탄생한 요람위에 우뚝선 명동성당은 눈으로 보는 한국천주교회 2백주년의 발자취를 간직한 채 3백년대를 향해 힘찬 걸음을 옮기고 있다.
어두움을 밝혀줄 참다운 빛과 진리를 갈구했던 우리의 신앙선조들은 세계교회사상 유래없이 스스로 믿음의 길을 찾아나서 자발적인 신앙공동체를 형성했다. 1784년 이승훈의 영세로 초석을 다진 한국천주교회는 같은 해 이승훈이 귀국한 후 수표교 근방 이벽의 집에서 가진 최초의 신앙집회를 통해 탄생됐다.
이 작은 신앙공동체는 이승훈이 세례를 베풀고 이벽의 주례로 참례를 지키는 등 공소의 형태로서 교회의 꼴을 갖춘 최초의 한국천주교회였다.
이벽의 집의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으나 현재 수표동 43번지와 관수동 152번지 사이에 놓였던 수표교외 위치로 볼 때 한국교회 최초의 신앙공동체는 명동성당 부근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 길은 작은 신앙공동체의 모임은 날로 발전하여 1785년 명례방에 있는 장례원 앞 김범우의 집으로 집회장소를 옮겨야 했다. 中人김범우의 집에서 열리기 시작한 신앙집회는 당시 새로운 진리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위정자들에게 불법집회로 여겨져 1백여년 동안 계속된 혹독한 박해의 불씨가 되었다.
1785년 을사추조적발 사건은 이제막 싹튼 여린 새싹들을 무참하게 짓밟고 지나갔지만 이땅에 최초의 순교자 김범우를 통해 한알의 밀알을 심었다.
이로써 시작된 박해는 기해신유 병오 병인면의 대박해로 이어지며 무수한 이들의 피로 이 땅을 적셨지만 하느님의 부르심에 귀를 박고 있을 수 없었던 신앙선조들이 앞을 다투어 썩는 밀알의 길을 택하도록 했다.
그래서 수표교와 명례방은 1백여 년 간의 긴 침묵 속에서 전국으로 퍼져나가는 교회의 모습을 묵묵히 지켜볼 뿐이었다. 그러던 중 1882년 한미수호조약 체결로 신교의 장유가 주어지면서 유서깊은 신앙의 터전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조선교회 사목을 담당한 빠리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은 이미 한국천주교회의 발아지인 명례방일대를 성당터전으로 구입하고 만단의 준비를 갖추었다. 따라서 1898년 위용을 드러낸 명동대성당은 박해를 딛고 일어선 승리의 상심으로 우뚝 솟아 무언의 복음선포를 해왔다.
1백여년의 모진 박해를 벗어나 종현언덕에 위용을 드러낸 명동대성당은 한민족의 고난과 기쁨을 함께 하는 교회로서 새롭게 역사의 발자취를 남겼다.
1942년 최초의 한국인주교를 맞는 명동대성당은 45년 해방을 맞아 귀국한 상해임시정부요인 환영미사 미군 환영미사를 봉헌하며 민족의 기쁨을 함께 나누었고 6·25동란 때에는 본당회장과 청년위원들을 공산군에게 빼앗기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62년 한국교계제도 설정, 69년 한국 최초의 추기경 서임 등 전쟁의 아픔을 딛고 성장한 교회의 모습을 갖춰가는 가운데 70년대부터 한국교회는 교회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하느님의 진리와 정의를 교회 울타리 안에만 가둬놓고 對신자 사목에 전념했던 한국교회는 사회의 복음화와 하느님나라의 확장이라는 제2차「바티깐」공의회 정신을 살리기 위해 예언자적 사명과 순교자적 용기를 갖고 사회 속에 뛰어들었다.
한국교회의 얼굴 명동본당은 70년대 사회참여라는 새로운 십자가를 지는데 선두주자로서 나라와 교회,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기도회가 열리는 현장이었다. 74년7월 10일 지학순 주교의 구속에 따라 봉헌된 주교단 공동집전의 미사를 비롯, 76년 3월 1일「3·1절기도회」등으로 이어지는 명동성당의 기도회는 이 땅의 복음화를 위해 몸바친 순교선언을 본받아 현대사회 속에 적응하며 복음화하려는 교회의 의지를 보여 주는 진통의 일면이었다.
또한 70년대는 명동본당이 통념적인 본당의 개념을 벗어나 놀라운 외형적 성장을 보이면서 한국교회 발전의 바로미터로서 더욱 자리를 굳힌 시기였다.
진통속의 성장기를 거쳐 2백년의 한국교회 역사와 함께 보다 더 성숙한 교회로 발돋움하고 있는 명동본당은 한국 천주교회의 맏배답게 복음전파와 봉사로 80년대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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