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이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서를 설명해 주실 때에 우리가 얼마나 뜨거운 감동을 느꼈던가!』(루까24ㆍ32)
성서의 말씀을 설명하고 그 말씀의 뜻을 이해하는 데에는 알아야 할 몇 가지 용어가 있다.
계시 (啓示)
계시는 하느님이 자신과 인류구원에 관한 심오한 진리를 인간에게 드러내 보이지는 것을 말한다. 계시라는 낱말은 원래「휘장은 걷다」라는 뜻을 지닌 라띤말에서 나왔다. 휘장을 걸으면 그 뒤에 가려져있던 것이 명확히 드러난다. 계시는 이처럼 성령의 비추심으로 인간의 이해를 초월한 하느님의 풍요로움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유능한 교사는 어린이를 그 수준에 맞추어 가르쳐 나간다. 하느님도 인류에게 구원의 진리를 단계적으로 밝혀주는데, 이를 계시의 발전이 라고 한다. 하느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의 역사가 전개되는 구체적인 장(場) 으로 선택하였다.
이백성의 역사 안에서 계시가 발전되고 예언자들은 그 계시의 의미를 전해주었다. 계시는 여러 세기에 걸쳐 예언자들의 말과 글로, 그리고 상징, 현시, 꿈, 자연현상, 그 시대의 사건 등으로 표현되었다. 마침내 계시는 가장 완전한 말씀인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되었다. 성서와 성전(聖傳)과 교회의 교도권은 계시를 거룩하게 보존하고 분별하며 성실하게 진술한다.
영감 (靈感)
영감은 계시의 진리가 그르침이 없이 전달되게 하는 성령의 역사(役事)하심이다. 성령은 성서저자의 정신을 비추어서 하느님께 관한 새로운 깨달음과 새로운 전망과 연상작용을 일으켜주어 그를 감동시킨다. 또한 저자의 정서와 의지를 충농하여 그가 하느님과 인간구원에 관해 알게 된 모든 것을 그르침 없이 기록하도록 이끌어준다. 성서저작에 있어 이러한 성령의 작용을 영감이라고 한다.
영감 받은 성서의 참뜻을 깨닫기 위해서는 우리도 성령의 비추심을 받아야한다.
이는 마치 저자가 직접 자신의 책을 설명해줄 때, 독자가 그 내용을 좀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과도 같다.
성령의 빛을 받으면 우리도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처럼『그분이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 얼마나 뜨거운 감동을 느꼈던가』(루까24ㆍ32) 라고 고백하게 될 것이다. 생명없는 글자로 쓰여진 성서의 말씀이 우리 마음에 생명의 말씀으로 살아나는 것, 이것이 바로「말씀의 부활체험」이다. 영감의 체험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성서의 무오성 (無誤性)
우리는『성서의 기록이 다 진리이며 정확한 보고인가』라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성서에는 사실이라고 믿기 어려운 표현이나 대목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점을 분명히 해야한다.
먼저 섬서는 성령의 영감을 받았으므로 근본적인 오류가 없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우리는 성서가 여러가지 문학유형을 사용하여 그 시대의 통속적인 개념과 언어로 기술되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말씀을 적절하게 전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하였다. 그들은 그 시대의 설화, 신화, 전설, 비유, 금언, 시가 등을 자유로이 사용하면서 계시의 진리를 기술하였다. 그러므로 성서의 문학유형과 성서저술 당시의 배경을 아는 것은 성서의 바른 이해를 위해 필요한 연구이다 한때 사람들은 인류의 발달사나 우주생성의 방법과 자연법칙까지 성서에서 찾으려 했다. 그 결과 갈릴레오 사건과 같은 큰 과오를 범하기도 했다. 그러나 성서는 과학 지식을 가르치는 책이 아니다 .성령은 성서를 통해 구원의 진리를 전해주시는 것이므로 이 구원의 진리에는 오류가 있을 수 없다.
계시의 말씀은 성경의 영감으로 성서에 그르침 없이 기록되었다. 이 말씀은『살아있고 힘이 있는』(히브4ㆍ12) 하느님의 말씀이며『신앙의 힘 마음의 양식, 영신생활의 깨끗하고 마르지 않는 샘이 되는』(계시헌장21항) 능력의 말씀이다. 이 말씀을 가장 완벽하게 체험한 분은 성모 마리아이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말씀을 잉태했고, 그 말씀을 세상에 낳아주고 말씀과 일치하여 살았다. 성모님은 우리에게 말씀의 나라는 우리가 성모 마리아처럼 영원한 진리의 말씀에 순종하고, 자신이 체험한 생명의 말씀을 이웃과 나누는 그곳에 능력과 구원으로 임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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