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슈 추기경은 나폴레옹 1세의 삼촌이었지만 언제나 교황님편에 섰다. 이것이 조카 나폴레옹에게는 눈의 가시같았다. 그래서 그의 지역안에 있는 모든 신학교를 페쇄시키는데 인색치 않았다. 그러나 페슈 추기경은 용감히 조카에게 맞섰다. 그리하여 우리 비안네도 비밀리에 공부하는 베니엘 소신학교에 비밀리 입학하여 공부하게 되었다.
소신학교에서 비안네는 공부에 큰 골치를 앓았다.
도저히 남을 따라갈수가 없었다. 무재주 상팔자인지, 무재주 상(傷) 팔자인지…급기야 소신학교에서 퇴학을 당했다 그런 중에서도 후일에 마리스타수도원을 창립한 마르셀샹파나를 만나 같이 공부했으나, 그도 그리좋은 성적은 못땄다. 그것은 마르셀 샹파나도 라띤어에는 앞뒤를 못가리고 뒤범벅이 되고 있었기에 서로 위로하고 서로기도해주곤 했으나 급기야 서로 이별의 눈물을 흘리며갈라섰다.
1813년7월에 다시 바례이본당신부앞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그는 반가이 탕자를 맞이하는 어버이같이 비안네를 포옹해주고 위로해줬다.
그후 1813년 10월에는 리용근처 성이레네오 대신학교에 겨우 입학이 되었지만 라띤어가 언제나 그에게는 큰 장애물이었다. 여기서 다시마르셀 샹파나를 만나게 된 것이 우리 비안네에게는 큰 위안이었으나 그것도 얼마못가고 두번째로 퇴학을당했다.
뒤통수를 치며 바례리 신부에게로 또다시 돌아와야만했다. 그품속에 푹 파묻혀 엉엉 울었다. 바례이 신부님은『비안네야! 걱정마라. 너는위대한 사제가 될것이다!』하고 위로해 줬다. 공중에서들려오는 소리도 들었다. 그소리는『가거라 앞으로! 언젠가 너는 사제가 될것이니까!…』비안네는 늘 습관대로 어머님이 주신 그 성모상을 언제나 품에 꼭 안고 만졌다. 그것이 그에게는 둘도없는 위로였다.
바례이 신부의 줄기찬 지원으로 삭발례는 겨우 받게되었으나 그로부터 3년후, 이 신학교에서의 졸업시험에서또 퇴학이었다. 벌써 세번씩이나 신학교에서 퇴학의 고배를마셨다. 그래서 신학교에서는교수들이나 동기들이『저 멍청이 비안네는 발모퉁이에서 앙앙우는 당나귀다』하고 놀려댔다. 불어로 당나귀는「안으」라고 하는데, 뜻인즉 기괴망칙하다. 즉 미련둥이 바보라는 뜻이다. 우리말로「자식」이라는 뜻도 포함돼있다. 그래도 바례이 신부는『걱정마라 발모퉁이에서 앙앙 소리치는 후일 천지를 뒤흔들것이다』라고 위로해 주었다. 세번째로 퇴학을 당하고 와서 처량하게 우는 비안네등을 이루만져 주는 바례이 신부는 아버지라기보다 자애로운 어머니같았다.
울음도 끝나고 다시 마음을 잡아 제의방에서 제의를 차리며『난 언제 이런 제의를 입고 저 거룩한 제단위에서 미사를 한번이라도 드리고 죽을수 있을까?』슬픈기원이다. 성모상을 품에 꼭 모시고 그 옛날의 어머니를 생각하니 또다시 눈물이 쏟아졌다. 비안네는『자! 비안네야 용기를 내라! 백절불굴의 용기를……』하고 자위를했다.
그런데 며칠후 놀랍게도 그가 속해있는 교구의 고위성직자 두분이 느닷없이 바례이 신부댁을 찾아와서 말하기를『요한 비안네가 어디 있습니까? 우리는 그에게 시험보이려 왔습니다』하였다. 바례이 신부는『자! 여기 당나귀 한마리가 있습니다. 이놈의 당나귀소리가 천지를 진동시킬 런지요?』하고 비안네를 시험관들앞에 내세웠다. 부들부들 떠는 비안네! 일생을 좌우하는 그때 그 광경!
정신이 혼미해진 비안네! 무슨 대답을 어떻게 했는지 자신도 모를 지경이었다. 필기시험이 아니고 구두시험이었다. 시험을 다 치게한 그 두 시험관들은『우리 비안네는 대부분의 시골본당신부들만큼 알고 있는걸요. 아니 그들보다 더많이 알던데요!』하였다. 비안네는 바례이신부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빙그레 미소를 짓는 그 신부를 보자 북받치는 울음을 주체지 못하고 그 품에 파묻혀 엉엉 울었다.
바례이신부는『어! 이 당나귀가 벌써 앙앙 울기 시작하니 천지가 진동하는군!』하며 그 등을 두드리며『그래 넌 이제 성공했다. 진정 훌륭한 당나귀가 될것이다!』했다. 거지성인으로 이름높은 안드레아ㆍ요셉ㆍ라부르가 우리 비안네 영세받던 날『이 아이는 후일 큰 일꾼이 되고 세상을 놀라게 할것이다』라고 한 예언이 맞아들어가고 있었다.
쿨롱신부는『너는 그를 (비 하느님의 은총은 비안네의 부족한 것을 보충해 주실 것입니다』라고 최후결정을 내려, 비안네는 마침내 신부가 되어 아버지 같은 바례이 신부의 보좌신부로 임명받았다.
그뒤 얼마안가 성덕이 가득한 바례이 신부가 이 눈물의 골짜기를 떠나시자 비안네는 전부가 가난한 사람뿐인 아르스촌 조그만 본당에 본당신부로 임명되었다.
부임하는날 개미새끼 한마리도 본당신부 마중을 안갔으니 얼마나 서글픈 예깁니까! 자기 본당가는 길을몰라 우왕좌왕 하던중 하학하고 집에 돌아가는 꼬마를 붙들고『예야! 너 아르스촌으로 가는 길아니? 나좀 가르쳐다구! 네가 나에게 아르스로 가는 길을 가르쳐주면 난 너에게 천당가는 길을 가르쳐 줄께!』했다. 그가 새 본당신부를 사제관으로 안내해 줬다. 지금도 그들 둘이 만난 바로 그자리에「길을 묻는 비안네 신부와 손가락으로 길을 가르키는 소학생」동상이 표연하게 서 있다.
냉담자로 가득하고 찬바람이 휭휭도는 지극히 가난한 아르스본당에 부임한 비안네 신부는 제대앞에 무릅꿇고 한없이 울었다. 『주여! 이제저는 맨주먹으로 저 죄많은 냉담자들과 싸워야만 합니다 제 보잘것없는 이 당나귀우는 소리로 그들의 영혼을 울리게 해 주옵소서! 내품에 모시고온 내어머님 성모마리아!』이것이 부임 첫 기도였다. 가방하나 달랑 갖다놓은 사제관! 썰렁하기만 한 사제관! 여기가 농촌의 사제로써 그가 76세에 하늘나라로 갈때까지 계속하여 일한 활동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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