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다양한 종교들이 지닌 공통점은 물론 다른 점에도 기초해 종교를 믿는 이들이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는가가 중요합니다.”
5월 23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을 찾은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 의장 장 루이 토랑 추기경(68)의 방한 첫 일성은 ‘서로에 대한 이해’였다.
종교간대화평의회 의장으로 처음 한국을 방문한 토랑 추기경은 종교간 대화를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여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종교 및 정치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다르다’는 것은 ‘배척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 사회가 얼마나 다양하고 풍부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한 토랑 추기경은 “내 종교만 믿으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종교와 믿음을 서로 받아들이고 나의 종교를 전하는 것이 종교 간 대화의 참뜻”이라고 밝혔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종교간 대화의 차원은 심오하게 발전해오고 있습니다. 사회가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는 가운데 종교간 대화는 일상의 일부로 자리 잡아오고 있습니다.”
종교간 대화를 종교문제에 대한 대화가 아니라 종교를 믿는 사람들 간의 대화임을 강조한 토랑 추기경은 “종교 지도자나 전문가뿐 아니라 평범한 일반인 간의 대화를 의미한다”고 전했다.
“일반인이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환경, 전쟁, 정의, 교육, 사회 문제 등 다양한 관심사에 관해 서로 다른 종교인이 각자의 시각에서 서로 대화하고 이해해 나가는 것이 참다운 종교간 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그는 종교간 대화와 정치 지도자들 간의 대화는 바탕이 다르다고 말한다.
“종교 지도자들은 일반인들이 종교간 대화를 올바로 이끌어갈 책임이 있지만, 일반인이 참여하는 삶의 대화가 종교간 대화의 본질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의 견해에 따르면 종교간 대화는 철저히 평신도로부터 시작된다. 평범한 일상에서 각각 다른 종교인들이 만나 이뤄가는 대화가 바로 종교간 대화라는 것이다.
“대화(dialogue)의 어원은 말씀(logos)과 건너가다(via)에서 비롯됐습니다. 내 믿음과 종교를 넘어서 서로 주고받는 것, 다른 이의 믿음을 받아들이고 종교와 국경을 넘어서는 게 대화의 참 뜻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종교간 대화에 대해서도 깊은 이해를 드러낸 토랑 추기경은 “직접 와서 보니 전혀 새롭고, 한국인들의 열린 마음에 굉장히 감동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세상이 이기적이고 거칠고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데 측은지심, 침묵, 명상 등 불교가 지향하는 세 가지 근본적인 가치를 계속 지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뿌리가 튼튼할 때 신앙이라는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다”고 강조한 토랑 추기경은 “서로 다른 신앙을 지닌 이들이 공통의 뿌리를 찾아 보여줄 때 각자의 나무도 잘 자랄 수 있다”며 공동의 모색과 실천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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