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성심 성월’인 신록의 계절 6월은 모든 가능성을 배태하는 계절인지라 온 천지에 활력이 넘쳐난다.
이런 6월은 나뭇잎, 풀잎, 그리고 꽃들이 온누리 가득히 피어나고 석양의 아름다운 정경은 날이면 날마다 달라진다. 저녁이면 메추리가 그 이름에 손색없이 노래 부르고, 어둠의 장막이 내린 후에는 소쩍새 소리가 성곽처럼 둘러선다.
신앙인에게 초여름은 성지 순례의 계절로 충분하다. 성지 주위의 수목이 일제히 원시적인 녹색으로 짙어가고 있다. 세파에 찌든 몸과 마음을 추스르려 하거나 깊은 슬픔이 있을 때 신앙선조들의 순교신심이 깃든 성지를 산책하며 묵상하노라면 마음의 위안을 받을 수 있다.
성지의 자연이 주는 어머니의 품안과 같이 우리 인생의 고민을 어루만져 준다. 갖가지 소리를 감춘 침묵 속에는 무한한 무엇이 물결치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예수님의 인간에 대한 뜨거운 애정인 ‘예수 성심’이다.
지난 4월 초 퇴촌본당 산북공소 공동체가 230여 년 전 한국천주교회 태동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던 ‘강학’ 모임 장소인 ‘주어사 터’ 오르는 길 양 옆에 느티나무 1300여 그루를 심은 바 있다.
이번 주말, 최근 교구에서 발간한 도보성지순례 안내 책자 ‘디딤길’을 들고서, ‘주어사 터’ 오르는 ‘느티나무 길’을 따라 걸으며 이벽·권철신 등 신앙선조들의 위대한 영성과 족적을 따라 그 얼을 되새기며 ‘예수 성심’에 푹 안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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