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동창 형 신부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사제관에 밥 먹으러 오라고 말입니다. 형도 볼 겸해서 갔더니, 주방 자매님은 고등어를 구워 점심을 차려 주셨고, 형은 저녁에 본당 신자들에게 보여 줄 ‘(故)이태석 신부님의 수단에서의 삶’에 관한 비디오를 틀어놓고 있었습니다.
식사하는 동안 우리는 이태석 신부님의 삶을 보며 감동의 눈물로 밥을 말아먹었습니다. 식사 후 차 한 잔을 마시는데, 문득 형이 물었습니다.
“너 평소에 부르는 노래가 뭐니? 아니, 가사를 거의 다 외울 수 있는 노래가 있어?”
대수롭지 않게 가사를 거의 다 외우는 노래가 뭐가 있나 생각해봤더니 ‘파초’라는 노래가 생각이 났습니다.
“응, ‘파초’. 혼자 있을 때 가끔 부르는 것 같아. 형은?”
“나는 노래 제목이 ‘구름과 나’인데, 나는 ‘바람, 구름’ 그런 단어가 들어가 있는 노래를 좋아하는 것 같아. 때로는 실제로 바람처럼, 구름처럼 날아다니려 하다가 얼굴이고, 눈이고, 다리고 마구 다치는 것 같아! 하하하.”
사실 그날도, 형은 며칠 전 야구를 하다가, 날아오는 공을 바람처럼 몸을 던져 잡다가 눈을 정면으로 맞아 시퍼렇게 멍들고 코도 깨져, 그런 얼굴로 찜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내게 말했습니다.
“사람은 가끔,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 가사처럼 사나봐. 이태석 신부님도 ‘열애’라는 노래를 좋아했는데, 그 노래 가사처럼 살다가 하느님 품으로 갔잖아.”
문득 비디오 초반, 이태석 신부님이 ‘열애’라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는데, ‘태워도, 태워도, 재가 되지 않는 불꽃처럼 영롱한 사랑을 태우리라’는 가사가 생각이 났습니다. 동시에 김수환 추기경님이 예전에 ‘애모’라는 노래를 부르시던 모습도 생각났습니다. 추기경님께서 즐겨 부르신 그 노래 가사 중에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하는 부분이 있는데, 당신 자신을 바보라 부르셨던 추기경님은 ‘그대’이신 ‘하느님’ 때문에 언제나 작은 자의 삶을 사셨고, 가난하고 불쌍한 이들 역시 ‘그대’라 생각하셨기에, 모든 분들 앞에서 늘 작아지시고, 낮추는 삶을 사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에 와 닿아 자주 부르는 노래에는 자신도 모르게 가사의 내용이 마음에 와 닿아 그 노래를 좋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좋은 가사가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에너지가 될 수 있다면, 지금, 혼자서, 가사를 음미하면서, 좋은 노래 한 번 크게 불러보는 것도 좋겠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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