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나가고 싶다….’ 이종호(49)씨 집에 들어서는 순간 들었던 솔직한 생각이다. 그늘 한점 없는 밭, 그 위에 덩그러니 서 있는 비닐하우스 집은 우선 너무나 더웠다. 환기가 되지 않아 음식냄새 등이 뒤범벅된 묘한 냄새가 코를 찔렀고, 단열을 위해 덮은 검은 천 때문에 햇볕 한줌 들지 않아 눅눅했다. 밥솥 바로 옆과 아이들이 눕는 이불 옆 등에는 제 집처럼 드나드는 쥐를 잡기 위한 끈끈이 쥐덫이 여러 개 놓여 있었다. 비닐이 벽과 천장을 대신하는 이 집에 이씨뿐 아니라 이씨의 세 자녀(중2 딸·초6 아들·초5 딸)가 살고 있다.
이씨는 “세 아이가 한창 뛰어놀 나이인데 창피하다고 집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이런 능력밖에 안 되는 아빠라서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경북 성주군 용암면 운산리, 이씨가 살고 있는 이곳은 그의 고향이다. 이씨의 부모는 이곳에서 참외농사를 지었고 이씨와 그의 아이들도 이곳에서 태어났다. 이씨도 농사를 지었고 아내와 화목한 가정도 꾸렸다. 번듯한 한옥집에 농사지을 땅까지 갖춘 남부럽지 않은 삶이었다. 하지만 6년 전 어느 날, 아내가 사라졌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종교에 빠졌던 아내, 그녀는 이씨의 논과 밭, 집을 담보로 한 대출금 2억여 원을 가지고 달아나 버렸다. 이씨에게 남겨진 것은 빚과 세 아이뿐. 어머니가 자신들을 버렸음을 안 아이들은 급격히 어두워졌고 말수가 줄어들었다. 빚을 갚지 못해 집마저 넘기고 2년 전 이곳 비닐하우스로 거처를 옮긴 이후 아이들은 웃음을 잃어버렸다. 그저 고개를 숙이고 불안한 눈길로 집과 학교를 오갈 뿐이다.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삶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 이씨는 참외농사를 다시 짓기로 결심하고 비닐하우스 5동을 빌려 농사를 지었지만, 이득을 얻지 못했다. 비닐하우스 1년 임대료 200만 원 갚기도 힘든 상황, 기초생활수급자로 받는 70여만 원으로 네 가족이 근근이 버텨나가고 있다. 집을 얻는 것은 상상도 하기 힘든 생활이다.
비닐하우스에서 2년째 사는 이씨 가족의 이야기가 퍼져나가면서 대구대교구 3대리구 카리타스 성주복지센터로 연락이 왔다. 아직 신앙이 없는 이씨 가족의 이야기에 3대리구 사회복지 담당 정석수 신부도 처음에는 난감했다고. 하지만 직접 이씨의 비닐하우스 집을 방문하고 아이들을 본 후 정 신부는 생각을 굳혔다. 아이들에게 보금자리가 절실했다. 여기저기 도움을 청해 설계도면까지 마련했지만 공사대금을 구할 길이 없어 정 신부는 막막하기만 하다.
“세 아이의 미래를 위해 집이 필요합니다. 비닐하우스에서 아이들이 시들어 가고 있어요. 사랑을, 선의를 베풀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문의 054-933-6002 카리타스 성주복지센터
후원계좌 069-12-000972 대구은행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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