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의 종교문화는 어떨까요. 인류의 종교, 그 가운데 그리스도교의 역사 안에서는 상을 세우고 이에 대해 특별한 공경의 뜻을 표하는 것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미지의 문화를 둘러싼 각축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종교 안에서도 상을 바라보는 견해가 극단적으로 갈리기도 합니다. 이미지의 효용을 인정하는 사람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있지요. 한쪽은 물질적 형태의 형상을 통해서 그 너머에 존재하는 영원한 존재로 나아가고자 하며, 구체적인 형상은 기도 행위의 최종적인 도달점이 아니라 하나의 통로 또는 채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한쪽은 반성상주의적 입장을 취합니다. 신적 세계와 물질세계는 떨어져 있어야 하고, 그 무한한 세계를 유한한 인간이 접촉하면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자연을 세속화한 현대인들에게는 반성상주의적 사고방식이 의외로 강합니다.
상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 것은 6세기경, 정교회가 분리되면서부터입니다. 여러 가지 문제를 둘러싸고 동방교회와 서방교회는 크게 대립하였습니다. 철저한 반성상주의 태도를 취했던 이슬람의 영향인지 동방교회는 입상의 형태로 형상을 세우는 것을 반대하고 ‘이콘’이라 부르는 평면 성화만 허용하였습니다. 15세기 프로테스탄트가 갈라지면서 상에 대한 논란은 더욱 거세집니다. 그들은 교회가 지속해온 여러 가르침을 모두 거부하고, 성경과 글자, 교리 등이 핵심이지, 미사전례와 성상, 건축 등은 무의미하다고 말합니다.
상에 대한 논란은 다른 종교에서도 나타났습니다. 초기 불교에서는 구체적인 상을 조성하지 않았지만, 불교가 여러 나라에 전파되면서 다양한 불상들이 생겨났습니다. 이와 더불어 불상을 만들어 경배하는 일에 연연하지 않는 선불교도 출현하였습니다. 불교 안에서도 구체적인 상을 조성하여 불보살 신앙을 실천하는 사람과 참선이나 수행을 더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공존하였던 것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성상에 대한 두 가지 태도는 모두 심오한 통찰에서 나온 성스러운 세계에 대한 이해방식들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태도만이 옳다고 우기면서 상대방의 영역을 부정한다면 무례한 일이 될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종교 경험도 진지하게 존중하는 것이 성숙한 태도입니다.
이미지의 종교사가 현대 문화를 이해하는 데는 어떤 도움이 될까요. 이미지 문화의 현주소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광고입니다. 광고에서는 물건의 신선함과 깨끗함 등을 보여주기 위해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듯한 장면을 즐겨 사용합니다. 그러다보니 현실 속에 있는 우리의 모습이 시시해지기도 합니다. 현실보다 이미지가 ‘리얼’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일까요.
과거에 성상을 반대하던 동방교회는 구체적인 형상이 진정한 신의 본질을 가리고 왜곡시킨다고 보았기 때문에 거부했습니다. 오늘날은 어떤가요. 현대인들은 광고와 각종 이미지 문화의 홍수 속에서 우리 자신, 우리의 진짜 현실을 상실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이처럼 이미지의 힘은 마치 양날 검처럼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가톨릭교회가 이미지와 성상에 대해 유지해왔던 지혜를 잘 성찰해보아야 하겠습니다. 성상 너머에 열려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안고 우리의 희망을 보는 것, 특정한 형상에 집착하지 않는 지혜 말입니다. 여러 학자들은 이미지의 문화가 과잉팽창하면 그 안에 담긴 의미가 폭발하면서 모든 것이 무의미해지는 세계가 도래할 수 있다고 합니다. 현대문화의 위험한 상황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과도한 의미 추구를 자제하고, 체험적 이미지 문화를 다시 만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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