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덕의 대상과 그 동기에 대해서 간단하게 고찰하엿으니 여기서는 애덕의 규범에 관하여 생각해 본다.
바리사이파 율법교사에게 예수께서 대답하시기를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님이신 너희 하느님을 사랑하라』(신명기 6,5). 이것이 가장 크고 첫째가는 계명이고,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레위기 18,19)는 둘째 계명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마태 22,37-39 마르 12,29-31 루가 10,26~28에는 율법교사가 대답하고 있다)하셨다. 이 사랑의 계명은 『모든 율법과 예언서의 골자이다』(마태 22,40).
하느님을 만유 위에 가장 우선적으로 전심 전력으로 사랑해야 된다는 규범은 신앙인에게는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지상 명령이고, 나와 같이 하느님의 모상을 따라 창조되고 그리스도의 피로써 구속(救贖)된 모든 인간을 사랑하는 것은 하느님 사랑 다음으로 중요한 계명임은 그리스도교의 핵심적 내용이다. 그런데 여기서 더 생각해 볼 것은 인간을 사랑하되 얼마나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구약에서는 이웃을 네몸 같이 사랑하라고 해서 인간이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듯이 타인도 사랑하라 하니, 실천하기는 힘들지만 사랑의 표준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런데 신약에서는 예수께서 최후만찬에서 놀라운 유언을 하셨다. 『나는 너희에게 새 계명을 주겠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세상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될 것이다』(요한 13,34~35).
듣고 보니 사랑의 계명은 구약에서부터 너무나 잘 알려진 계명이니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다. 주님의 말씀 중에 새로운 요소는 사랑의 표준이다. 구약의 표준은 「네 몸 같이」인데 신약의 표준은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이라고 라신 것이다. 달리 말해서 이제 신약의 신앙인은 타인을 제 몸 같이 사랑하는 정도를 넘어서 예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타인을 사랑해야 된다. 참으로 새롭고 놀라운 표준의 변경이다.
그래서 헤링은 애덕을 논하면서 첫째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애덕을 말한다. 『신덕을 통해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듣고 그 가르침을 수용하며, 망덕을 통해서 그분께 의지하고 그분께로 나아간다. 그러나 애덕을 통해서야 참으로 그분을 따르는 제자요 벗이 된다. 애덕이 없는 신자는 그분의 참된 제자도 아니고 참된 신자도 아니다. 왜냐하면 애덕만이 신앙의 높은 비밀을 파악하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당신 자신을 죽음에 붙이실만큰 사랑하셨으니 우리도 타인을 그렇게 사랑하라는 것이 신약적 애덕의 표준이다. 그리고 이러한 수준의 사랑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권고하신 것이 아니고 그리스도의 제자로 자처하는 모든 신앙인에게 명하신 것이다.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요한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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