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은 신학생이고 누나는 수녀인 남매가 있는데, 그 신학생은 타인에게 순수하고, 선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해 주는 말 그대로 참 좋은 신학생입니다.
본인도 사제로 십 몇 년 밖에 살지 않았지만, 그 동안 세상속에서 여러가지 힘든 상황을 겪고 사람관계 안에서 많은 위기와 고비를 경험한 적이 있기에, 세상을 ‘선하고 착한 마음’만 가지고는 살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 신학생이 사제가 된 후 교회의 사람으로 살겠지만 ‘이 세상이 호락호락한 곳이 아닌데. 사제로 살면서도 별별 사람들을 다 만날 터인데, 착하게만 살다가 혹시 뒤통수를 맞거나 마음의 큰 상처라도 받으면 어떻게 하나. 인간적 한계나 유혹때문에 힘들게 되면 또 어떻게 하나.’하며 혼자 괜한 고민을 한적이 있었습니다.
그 후 우연히 수녀님과 함께 셋이서 만날 기회가 생겨, 넌지시 그 신학생에게 말했습니다.
“걱정이다. 세상이 그렇게 만만치 않은데 이렇게 착하게만 살다가 세상에 상처 받고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면 어떻게 하나.”
하지만 착한 신학생은 빙그레 웃으면서 머리만 긁적였습니다. 그런데 그때, 곁에 있던 누나 수녀가 한 마디 했습니다.
“하느님께서 동생 신학생의 착한 마음을 알아서 잘 쓰시겠지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나는 그 신학생 보다 먼저 사제가 되었기에 세상이 쉽지 않다는 것과 사람을 너무 믿지 말라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었고, 착하게만 살지말고 무게도 좀 잡고, 목에 힘도 좀 주며 살라고 가르쳐주고 싶었던 모양이었나 봅니다.
하지만 누나는 동생의 착한 성품을 하느님께서 더 잘 아실 것이기에, 그 마음을 나름대로 잘 쓰실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돌아와 감실 앞에 앉아 봅니다.
‘주님! 세상살이에 제가 많이 헷갈렸나 봅니다. 세상을 더 잘 알고 잘 적응하여 세상 이치를 잘 알고, 신자들을 잘 파악하고, 때로는 잔머리와 잔꾀도 부리면서 사는 것이 지혜롭게 사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당신 앞에 정말 부끄럽습니다.’
착한 신학생을 통해서 내 과거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에서 우직하게 살면서 선한 주님, 겸손한 주님, 변함없는 사랑으로 너그럽게 웃어주는 주님 닮은 삶을 사는 것, 어쩌면 그것이 착한 목자이신 우리 주님을 따르는 진짜 삶이 아닐까 합니다.
좀 어수룩해도 진심으로 타인을 믿어주고, 힘이 되어주고 때로는 속기도 하면서, 선한 마음을 잃지 않는 것, 그게 원래 ‘삶’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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