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처음이 있다. 그 처음은 빠를 수도, 늦을 수도 있다. 이현식(아우구스티누스·65)씨는 이순이 훌쩍 넘은 나이에 그림과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그림과의 인연은 마치 준비되어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에게 큰 행복과 만족감을 전해준다.
“늦게 시작은 했지만 새로움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해요. 평범하고 단조로웠던 종래의 일상에서 벗어나 대상에 몰입해 그릴 때에는 심신이 활기차고 생기가 도는 듯합니다.”
특히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설명을 덧붙인 그는 그림을 시작한 일이 참 잘한 결정이었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씨는 지난해 가톨릭미술아카데미 수채화반 수강을 시작했다. 학창시절 미술부에서 수채화를 그려 본 경험이 있기에 생소하지는 않았다. 그저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 즐겁고 행복했다. 올 초에는 회원전이지만 그동안 쌓은 실력을 사람들 앞에 내놓는 영광의 기회를 갖게 됐고, 6월에는 생애 첫 개인전을 연다.
“제 그림을 유심히 보신 한 선생님 덕분에 졸지에 첫 개인전을 열게 됐습니다. 아직 수강생의 입장이기 때문에 부족한 것이 많습니다. 특정 주제나 테마 없이 풍경, 인물, 정물 등 다양하게 그린 작품을 보여드리게 될 것 같습니다.”
시작하는 연인의 모습은 세상 어떤 사람들보다도 행복해 보인다. 이씨에게서도 그런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이의 두려움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설렘으로 가득 차 보였다.
“가톨릭미술아카데미에서는 실기뿐 아니라 이론 강의도 합니다. 아카데미를 설립하신 정웅모 신부님을 비롯해 여러 대학의 교수님들이 ‘교회 미술사’를 강의해주세요. 강의 시간에 본 슬라이드, 책과 현지에서 접한 수많은 성화를 떠올리며 하느님의 은총인 저의 탈렌트가 주님을 위한 찬양의 도구로 쓰일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그에게 또 하나의 목표가 있다면 수채화와 더욱 깊은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앞으로 계속 매진해서 내년 초에 있을 제11회 회원전에서는 지금보다 나은 작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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