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의 칼바람으로 척박했던 조선 땅에 신앙의 씨앗을 뿌리고 목숨을 바쳤던 한국의 첫 외국인 사제 주문모 신부. 한국교회 복음화의 초석을 다지는데 기여했던 목자를 추모하는 미사가 그의 고향에서 봉헌됐다.
중국 상해·포동·소주한인본당은 5월 28일 오전 10시30분 중국 곤산(昆山) 소횡당성당(小橫塘天主堂)에서 ‘주문모 신부님 순교 210주년 현양미사’를 거행했다.
김경훈 신부(포동한인본당 주임·대구대교구), 정철환 신부(소주한인본당 주임·안동교구), 임범종 신부(상해한인본당 주임·대구대교구) 공동 집전으로 봉헌된 이날 미사는 현양미사와 소음악회, 사생대회 등으로 진행됐으며, 중국인 50여 명을 비롯한 300여 명의 신자들이 참례해 성황을 이뤘다.
이날 신자들은 한국교회 발전의 주추를 놓은 주문모 신부의 순교영성을 추모하고, 한국인과 중국인 신자들이 신앙 안에 우의를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상해·포동·소주한인본당은 이번 미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역사적 증거를 발견하게 됐다. 소횡당성당이 1669년 청나라 초기에 건축됐다는 것. 현재는 위치를 이전해 2006년 새 성당을 봉헌했지만, 실제로는 340여 년의 유서 깊은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초 세 본당은 주문모 신부와 관련 있을 것으로 알려져 온 육가방(陸家坊)성당에서 행사를 진행하려 했으나, 소횡당성당이 더 의미가 있다고 밝힌 소주교구장 서굉근(徐宏根) 주교의 추천으로 이곳에서 미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 육가방성당은 주문모 신부가 순교했던 1801년보다 훨씬 뒤인 1848년에 축성됐다는 것 또한 밝혀졌다.
임범종 신부는 “정확한 역사적 기록은 소실됐지만, 주문모 신부님이 어린 시절 소주현에 계셨을 당시 시내에 있었던 성당은 소횡당성당이 유일했으므로, 정황상 신부님이 사제의 꿈을 키웠던 곳으로 볼 수 있다”며, “선교 사업이 자유롭지 않은 중국 현실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현지교구와의 관계개선과 일반 신자와의 친교를 통해 복음화 사업에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음은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