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학교는 11월 16일 오후 1시 「인간복제와 생명의 존엄성」을 주제로 개교 40주년을 기념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생명복제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논쟁이 깊어 가는 시점에서 열린 이번 심포지엄은 정의채 신부의 기조강연과 과학과 법학, 윤리 및 철학, 신학 등 관련 분야 전문 명의 주제발표와 토론 마당으로 진행됐다.
정의채 신부는 기조강연을 통해 『인간복제로 제기되는 윤리적 문제들은 인간의 인격적 가치가 무시되고 생물학적 가치만 존중된다는 점에서 신중히 고찰해 봐야할 것』이라며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사랑 문화의 바탕 위에서 과학과 인간의 선(善)간에 유대관계가 긴급히 요청된다』고 말했다.
과학분야의 관점에서 인간복제와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주제발표를 한 서울대 서정선 교수는 『복제양 돌리의 탄생은 분화연구의 신기원을 이룩한 사건이며 이 비밀이 밝혀지면 성인병 뿐 아니라 노화까지도 막을 수 있다는 데 학자들이 주목한다』고 말하며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인간개체복제의 몫적으로 실험이 허용돼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또 『현재의 상황에서 체세포 핵이식 난자가 체외에서만 존재하는 한 인간복제는 불가능하다』며 『인간복제 연구는 이러한 잘못된 개념, 과장된 주장들을 조심스럽게 제거하면서 질병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는 인류의 공동성 실현에 도움이 되도록 진행해 나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리 및 철학의 관점을 발표한 울산대 구영모 교수는 『인간 배아 복제 연구가 유전자 치료법으로 난치병 및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고 이식용 장기들을 대량 생한, 이식용 장기의 극심한 수급 불균형을 완화시킬 수도 있다』고 밝히며 『그러나 이러한 의학적 이득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그에 앞서 인간 배아의 산업적 이용은 물론 연구목적의 실험을 자제시키는 일과 장기복제에 관한 기술적 성과가 부당한 차별없이 모두에게 이용 가능한지의 여부 등 해결해야할 법적, 윤리적 사회적 과제들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기쎈대 발터 그롭교수는 법적 고찰에서 『인간배아를 치료를 위한 목적으로 생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면 배아보호법 개정에 관한 논의는 필요할 것』이라며 『그러나 전능적 세포의 경우 그 세포가 생성될 때 비로소 생명력에 대한 구속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것이 「죽음을 위한 생성」으로 정당화될 수 없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단순히 소비적 복제술에 대한 규정에 대해서는 법률적 뿐 아니라 윤리적으로도 허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신학적 관점에서 본 인간복제와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주제 발표한 예수회 우재명 신부는 『개체복제에서 주어지는 윤리적 질문은 개체복제에 대한 윤리적 정당성과 복제된 인간의 존재론적 정체성 문제를 들 수 있다』며 『인간복제는 신학적으로 볼 때 생명의 주권이 온전히 하느님께 있다는 견지에서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는 인간이 태어날 아기의 생물학적 특성을 인위적으로 계획한다는 점에서 생명의 관리자 원리와 신성불가침 원리에 부합되지 못하는 윤리적 부담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우신부는 또 『유전학의 연구가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며 그 치료를 위해 이뤄질 때 과학인 인류의 복지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기조강연 요지 / ‘인간복제와 생명문화’ - 정의채 신부(서강대 교수)
“인간복제 생명사랑의 문화안에서 다뤄져야”
인간복제 문제가 전 인류와 가톨릭 교회의 지대한 관심사가 된 시점에서 「인간복제와 생명문화」를 주제로 과학, 윤리 및 철학, 법학, 신학분야 전문가들의 종합학술회의를 갖게 된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100여년간 연구 끝에 돌리라는 이름의 복제양 성공을 시작으로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인간복제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그와 함께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급격한 사회의 구조변혁에 수반되는 다양한 문제들과 혼란을 수습할 수 없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과학 자체가 아니라 철학과 가치론, 인간학, 신학과 같은 학문들과 생명철학일 수 밖에 없다. 인간복제 문제도 이와 마찬가지로 생명사랑의 공통문화안에서 다뤄져야 한다.
생명사랑 문화를 배경으로 볼 때 인간복제를 통해 제기되는 다양한 윤리적 문제 즉, 인간의 양성(性)이 순전히 기능적 기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 부모와 자녀관계를 근본적으로 단절시키며 인간의 인격적 가치가 무시된 채 생물학적 가치만이 인간존재와 발생의 규준이 된다는 점 등과 같은 다양한 문제점들이 인간의 기본적 원리에 위배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교황청 학술원은 『생명체로 인정할 수 있는 인간 배아세포를 이용한 연구는 윤리적으로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배아세포 대신 어른의 체세포를 이용한 간세포 실험이 충분히 의료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과 이런 실험은 보다 합리적이고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시한 바 있다.
인간복제문제는 보다 넓은 지평인 가치문제에서 고찰해야하며 인간과 자연이 영위하는 삶의 전체성에서 조감해야 할 성질의 것이다. 더 가까이는 인간생명차원에서 그리고 인간존재 가치와 함께 신성불가침한 인간의 인격성 차원에서 다뤄져야할 문제다. 이러한 인간의 존엄성이 과학기술의 산물인 인간복제로 인해 훼손돼서는 안된다.
과학의 탐구는 올바른 가치관으로 인간과 사회복지에 이바지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하느님의 창조물로서 인간과 자연에 봉사, 인간의 삶을 증신시켜 가야한다. 특히 인간복제와 같은 문제들이 연구되는 오늘날에는 과학과 인간의 선(善) 그리고 사회의 선(善) 간의 유대성이 긴급히 요청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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