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인연을 만나 서로 혼인할 때 제일 많이 얘기하는 것이 궁합이다. 궁합(宮合)이란 혼인 때 신랑 신부의 사주(四柱)를 오행(五行)에 맞추어 상생(相生)과 상극(相剋)을 보아 길흉을 점(占)치는 방법으로 민간 신앙차원에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풍속이다. 또한 넓게는 부부뿐만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갈 때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못할 때를 가리켜 궁합이 좋지 못하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가톨릭신자로서 하느님을 섬기면서 궁합을 보고 그것을 그대로 믿고 그 결과에 자신의 운명을 맡겨 버리는 것은 하느님을 외면하고 우상을 숭배하는 죄를 짓는 것이다. 점(占)집에 가서 궁합을 보고 그 궁합이 좋든 나쁘든 결국 하느님의 인연의 끈으로 묶이는 신랑신부 당사자들이 어떻게 인생을 개척해 나가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가만히 부부들을 살펴보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궁합이 좋은 겸손한 부부가 있는 반면, 각기 본인의 이기심을 앞세워 서로를 배려하지 못하는 궁합이 좋지 않은 교만한 부부가 있다. 그런데 이런 부부의 궁합은 사주오행(四柱五行)에 따라 상극, 상생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도록 노력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많은 부부들은 부부 서로가 성격이 같은 사람들보다 반대인 경우가 더 잘산다고 하는데, 이는 아마도 서로 다른 부분을 인정하고 배려하려는 노력들이 부부관계를 증진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사랑하고 이해할 때 부부는 닮는 것이고 찰떡궁합이 되는 것이다.
이런 금슬 좋은 부부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진지한 대화와 사귐이 필요하다. 서로 만나 단지 즐기기 위한 시간들이 아니라 서로를 확실히 알아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성장과정에서 어떤 아픔이 있었으며 부모와 형제들과의 관계성은 어떠한지, 그리고 어떤 가치관과 세계관을 지니고 있는지 살펴보면서 사람의 됨됨이와 성격, 경제관념 등을 관찰하여 인생을 함께할 수 있는지 객관적인 판단을 가져야 한다. 또한 하느님의 축복받는 성가정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같은 신앙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교회법적으로 가톨릭신자는 비영세자와 결혼할 수 없게 되어 있다.(교회법110조) 하지만 가톨릭신자가 10%정도에 불과한 전교지역이라는 이유로 대부분 관면혼인을 용인하고 있는데 결코 바람직한 혼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과거 열심한 가톨릭가정에서는 감히 관면혼인을 받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으며 신자가 아니거나 종교가 다르면 당연히 먼저 입교 영세시킨 다음 혼인성사를 받게 하였다. 이런 종교적 일치도 결혼생활을 잘하기 위해 서로가 꼭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결혼하고 세월이 지나면서 부부가 닮아간다고 얘기들 하는데 이는 자신을 희생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기본적인 궁합을 맞추려는 노력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결국 서로를 잘 알고 진솔한 대화를 통해 생각과 마음이 일치되어 갈 때 하나인 부부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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