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유정희(가브리엘라·57·서울 반포본당)씨에게 음악은 사랑이자 기도다. 그는 사랑을 나누고 기도를 올릴 수 있는 곳이라면 어떤 장소든지 마다하지 않는다. 실제로 그는 십 년 가까이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서울구치소 최고수 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매달 첫째 주 금요일은 그에게 생애 최고의 연주 시간이다.
“대여섯 사람 들어가면 꽉 차는 작은 방에서의 연주는 생각보다 어려워요. 사람들 코앞에서 소리를 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하지만 그는 최고수 형제들이 성가를 부를 때 바이올린으로 음을 맞춰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했다. 그의 연주는 최고수뿐 아니라 구치소 재소자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일 년에 한 번 유씨가 소속된 서울아카데미앙상블 연주회를 기다리는 이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몇 년 전부터인가 구치소에서 할 수 있는 공연을 부탁해왔어요. 처음에는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실내악 팀을 섭외, 공연을 했죠. 그러다 우리 단체가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유씨는 동료들에게 구치소 연주회를 제안했다. 다행스럽게 모두들 흔쾌히 응했다. 그렇게 마련된 2009년의 첫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이후 구치소 내 강당에서 매년 한 차례 공연을 연다. 올해도 오는 22일 오후 2시에 어김없이 연주회를 마련한다.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비롯 비틀즈의 ‘예스터데이’와 ‘헤이쥬드’ 등을 유영재씨의 지휘로 연주한다. 모차르트가 작곡한 전통 클래식음악도 레퍼토리에 포함돼 있다.
“음악적 수준이 다들 높으시기 때문에 다양한 레퍼토리를 준비하려고 해요. 누구나 들으면 즐길 수 있는 곡으로 선보일 생각입니다.”
그는 16일 서울아카데미앙상블 창단 45주년 기념음악회를 마쳤다. 서울아카데미앙상블은 여성들로만 구성된 스트링 오케스트라로, 1966년 창단된 이래 고전음악부터 현대음악까지 다양한 레퍼토리의 클래식 음악을 섬세하고 정열적인 연주로 선보여 왔다. 특히 대부분의 단원들이 10년 이상 활동해 호흡도 잘 맞는다. 유씨도 20년 넘게 이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가족 같은 이들이 한마음으로 재소자들에게 선물하는 음악이기에 더욱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구치소에서 공연을 하고 나서 다들 너무 좋아했어요. 저도 너무 좋았고요. 근데 아쉬운 것이 있다면 최고수 형제들이 함께할 수 없다는 거예요.”
그는 최고수 형제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나타냈다. “봉사를 시작하고 만난 모든 형제들이 기억에 남아요. 그들과 함께하면서 깊은 나눔을 나누면 저도 도움이 많이 돼요. 보람도 느끼고요.”
최고수 미사 봉사 외에도 교회 안에서 왕성하게 연주 봉사를 하고 있는 그는 이런 봉사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상이라고 했다. 하느님을 우선순위로 두고 그 안에서 봉사하며 기도생활을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제 인생에서 가톨릭신자가 되기로 결정한 것이 정말 잘한 일 같아요. 주님 안에서 살고 있다는 게 너무 기뻐요. 단순하게 살아가면서 지금 하는 일들을 충실히 해 나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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