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가 대다수인 이주민 사목센터
이주민 사목센터 광주 엠마우스(전담 마우리찌오 신부, 경기도 광주시 경안동)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자랑한다. 광주시에 사는 필리핀 노동자들이 2000년, 당시 교구 이주사목 담당이었던 조반니 신부에게 미사를 부탁한 것이다.
광주본당의 지하성당을 빌려 한 달에 한 번 이들과 미사를 봉헌한 것이 광주 엠마우스의 시초가 됐다. 미사가 시작됐다는 소리에 필리핀 노동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필리핀공동체가 생겨날 만큼 규모가 커지고 많은 이들이 찾았지만, 변변한 시설이 없어 도움이 필요할 때는 수원 엠마우스를 찾아야만 했다.
그러던 가운데 2005년 최병조 신부(현 교구 이주사목위원장)가 이주사목을 시작하며, 광주지역에 상담소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수원 엠마우스에서 함께 일하던 마우리찌오 신부가 이곳에 온 것도 그즈음이었다. 처음 광주본당에서 빌려준 사무실에 터를 잡고 시작된 상담은 많은 필리핀 노동자들을 찾게 했다.
한 달에 한 번 이뤄지던 미사도 매주 봉헌됐다. 2007년 5월, 여러 곳의 후원과 필리핀공동체의 미사예물 등을 모아 꿈에도 그리던 자그마한 전셋집을 마련했다. 비록 가정집 2층에 위치한 18평짜리 장소지만, 외로운 노동자들의 보금자리가 되기에는 충분했다.
광주 엠마우스가 다른 곳과는 달리 필리핀공동체가 주를 이루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광주 엠마우스는 이곳을 찾는 이주민들의 90%가 결혼이민자가 아닌, 이주민 노동자들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마우리찌오 신부는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주노동자들이기 때문에 대부분 월급체불과 퇴직금, 이직문제 등 일과 관련된 문제를 안고 있다”며 “두려움과 불안정함, 의심을 갖고 사는 그들에게 친구, 아버지, 형과 같은 가족이 돼주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비상하려는 광주 엠마우스
전셋집을 빌려 활동하는 광주 엠마우스라 할지라도 그 열성과 의지는 남다르다. 아주대병원 응급실팀과 광주지역 의사모임을 주축으로 해 한 달에 두 번 이뤄지는 무료진료와 한글학교, 상담소, 미사와 피정 등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필리핀공동체는 남한산성과 남양성모성지, 천진암성지 등을 순례했으며, 올 5월 1일부터는 농구 토너먼트 대회를 시작하기도 했다. 해마다 김장을 담그며 한국문화를 배우기도 하고, 한국음식을 만드는 기회를 갖기도 한다.
하지만 광주 엠마우스의 부족한 후원과 매우 협소한 공간은 그들이 비상하려하는데 매번 발목을 잡는 큰 어려움이다. 매주 광주본당에서 이뤄지는 필리핀공동체 미사에 참여하는 인원만 150여 명, 특별한 행사에는 500여 명 가까이 참가한다.
이렇다보니 공간을 필요로 하는 공동체 모임의 경우, 광주 엠마우스를 빌린다하더라도 그들에게 턱없이 비좁은 공간인 것이다. 성가연습을 하려고 해도 이웃을 생각해 더운 날 좁은 방에서 문을 닫고 30여명이 붙어 앉아 노래를 불러야 할 형편이다.
마우리찌오 신부는 “사도 바오로의 말씀대로 우리 사회에 이방인은 없고 오직 하느님의 가족인 그리스도인만 있을 따름”이라며 “진정 보편된 교회가 될 수 있도록 한국인들과 이주민들의 잦은 만남과 배려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광주 엠마우스는 여름캠프와 7월 3일 농구 결선대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7월 10일 엠마우스 사무실 농구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 필리핀 공동체는 맹연습 중이다.
마우리찌오 신부는 “광주 엠마우스 필리핀 공동체는 함께 생일파티와 식사를 하며 서로 하느님 안에서 든든한 울타리가 돼주고 있다”며 “쉼터 등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좀 더 넓은 공간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문의 031-765-8501 광주 엠마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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