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이후 토착화에 대한 진지한 시도들이 이루어졌다. 지난 20여년 동안 힌두교 원리주의자들의 영향으로 그리스도인들과 힌두교도들에게 토착화에 대한 개념 자체가 왜곡됐다. 즉 그리스도인들은 이를 힌두교화로 이해했고 힌두교인들은 토착화를 선교사들의 은밀한 개종 의도가 깔린 문화 침투로 이해했다. 토착화에 대한 전망, 초점, 강도는 인도의 가난한 사람들의 시각에서 재조명돼야 한다.
인도현실의 실상
인도는 거대한 인구와 다종족, 수많은 언어 등 매우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다. 인도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빈곤이다. 다종교 문화 사회에서 인도를 통일된 국가로 지켜온 내적 요인은 「관용」이다. 마하트마 간디는 『나의 꿈은 모든 종교가 서로 더불어 일하는 완전한 관용의 세상』이라고 말했다.
인도 복음화를 위한 토착화는 고통의 경험에서 오는 것이어야 하며 따라서 그 내용과 방향에서 해방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 인도 교회가 진정한 인도의 교회가 되려면 인도의 가난한 사람들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야 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복음의 메시지와 수단이 됨으로써 교회의「살」이 돼야 한다.
개인을 위한 반성 - 토착화의 시도들
전례 토착화에 있어서 우선 60년대 전례의 자국어 번역이 이뤄졌고 전국 전례회가 제시한 12개 안이 통과됐다. 더 깊은 차원의 토착화를 위해 1969년에 준성사, 축일, 신심미사에 대한 세 가지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 중 2가지만 부분적으로 실시됐다. 70년대 들어 성찬기도가 들어있는 인도전례가 만들어졌으나 사도좌의 금지령으로 중단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인도의 고유한 수도생활 모델인 「아슈람」을 통해 비그리스도교 영성적 직관이 그리스도인 생활 안으로 들어왔다. 가톨릭 아슈람의 주요 관심사는 힌두교와 그리스도교의 명상과 예배 방식 통합 등 토착화의 과제였다. 가난하고 단순한 생활은 인도 토착화된 영성의 핵심과 장점이 돼야 한다.
그리스도인 명상에 요가 명상을 적용하는 것은 하느님 체험에 대한 신학적 문제가 제기된다. 요가는 토착화한 명상 방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영성 훈련의 방법으로 건전한 요가 신학을 그리스도인들의 삶 안에 도입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인도교회는 춤을 토착화의 중요한 수단으로 생각한다. 교회 예술들은 축일들을 배경으로 발전해왔고 인도 춤의 형식과 구조를 따르는 예수 수난극이 여러 지역에 도입됐다. 예술에 있어서 그리스도교 주제들이 힌두교 상징들을 통해 표현됐을 때 그 속에 담긴 복음 메시지가 혼란스럽게 보일 수 있다.
자유를 주는 토착화의 전망
토착화는 문화가 바뀌고 다시 창조되는 하나의 파스카 과정이다. 토착화는 새로운 문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나 기술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파스카 신앙에 대한 충실이며 진리의 실천이다. 인도교회는 인도의 가난한 사람들의 파스카 여정에 관심을 갖고 그들을 섬겨야 한다. 인도 교회의 토착화는 인도 해방과 분리될 수 없다.
그리스도인 삶의 토착화 목적은 승리주의적 토착화가 아니다. 그것은 사회에 대한 관심과 도전에 대한 신앙의 응답이다. 토착화 작업은 빛과 소금의 비유로 묘사될 수 있다. 그것은 강요하거나 재촉하지 않는다.
타종교와의 관계에 있어서 인도인들에게 자유를 가져다주는 토착화는 그들 고유의 종교 세계의 신앙과 상징에 의해 영감을 받지 않고 표현되지 않는 한 성취될 수 없다. 타종교인의 상징들은 토착화라는 이름으로 그들 고유의 구원 내용을 상실당한 채 우리의 신학과 기도에 사용되고 있다. 인간의 고뇌와 고통을 배제한 종교간 대화, 그리고 각 종교가 소유하고 있는 해방의 메시지를 연구하지 않는 종교간 대화는 종교의 배신과 다름없다.
브라만 종교와 친밀한 관계 안에서 이뤄진 과거의 신학 토착화는 인도의 가난한 자들의 신앙 생활과 생존을 위한 그들의 투쟁, 이 모두를 안목에 두지 않고 있었다.
이제 인도교회의 토착화 전망은 억압받는 사람들과 그들의 대중 문화, 그리고 달리트-그리스도 중심의 문화와 신앙에 있다. 인도교회의 발전과 미래는 정확히 인도의 교회가 되는 것이다. 교회가 원리주의 종교들의 등장에서 오는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이기고 선교 위기라는 교회 내부의 위협을 극복하려면 교회는 가난한 사람들과 영원한 계약을 맺어야 한다. 복음은 오로지 가난한 사람들을 통해서만 진정한 토착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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