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의 총체적 위기 상황 속에서 제2의 IMF를 우려하는 소리가 높은 가운데 한동안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괴롭혔던 문제중의 하나가 바로 의약분업 문제다. 의약분업 자체는 뒤로하고라도 의약분업 때문에 일어났던 일련의 사태는 수많은 국민들에게 실망과 분노, 긔로 정책 당국의 무지함과 이익 집단의 오만함을 보여주었다.
무엇 때문에 의약분업이라는 의료개혁이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에게도, 국민들에게도 호응을 얻지 못하고 시행과정에서 의사들의 파업과 이로 인한 환자들의 고통, 의료행위의 질적 향상 없이 국민들에게 더 많은 부담만을 강요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는가? 그것은 아마도 의약분업이 몰고 올 파장을 보지 못한 정부의 무지함과 무조건 밀어붙이면 된다는 정책 당국의 안일함, 그리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서는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의사들의 이기심 때문이겠지만 무엇보다도 이러한 혼란의 근본적인 원인은 국민과 정부 그리고 의료계와 약계 그 어느 쪽도 의약분업의 정착을 위해 진지한 고민과 그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실질적 준비가 소홀했음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아무리 좋은 개혁이라 하더라도 적절한 준비없이 시작하는 개혁이 얼마나 많은 고통과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 사건이다.
여기에 비해 어느 잡지에 소개되었던 소프라노 가수 신영옥씨의 이야기는 소박하지만 준비의 소중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신영옥씨는 유학시절 평소 목에서 피가 날 정도로 열심히 연습하여, 그 결과 콩쿨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기도 하였지만 오페라에서 주연배우로 활동하기를 원하는 그녀의 소망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여기에 실망하지 않고 『언젠가는 내게도 기회가 올 것이다. 그때를 위해 열심히 준비하자』라고 다짐하면서 언젠가 올 그날을 위해 오페라 주연배우의 노래와 연기를 열심히 연습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공연 중 주연배우가 병으로 갑작스럽게 그 역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신영옥씨는 꿈에 그리던 그 여주인공의 역을 맡게 되었고 평소에 준비를 하였기에 그 역을 아주 훌륭하게 소화함으로써 그 기회를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로 성장하게 되는 기회로 만들 수 있었다 한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성공」이란 단어는 그냥 우연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준비된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오늘 우리는 전례력으로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면서 루가 복음을 통해 신앙안에서 가지는 준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듣게 된다. 루가 복음서의 저자는 그 당시 사람들이 잘 이해하고 있는 문학 양식과 소재를 이용하여 세상 종말에 일어날 사건과 종말의 의미, 그리고 그때를 위해 우리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하는 점을 짧지만 명확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즉, 세상 끝 날에는 우주적 이변과 함께 사람의 아들이 내림하게 될 것인데, 이때가 바로 종말의 때이다. 그러나 그 종말은 끝이라는 의미뿐 아니라, 구원의 때라는 의미도 가진다.
세상 종말이 구원이라는 또 다른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준비가 필요한데 그 준비가 바로 『먹고 마시는 일과 세상 걱정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과 그리고 깨어 기도하는 것』이것이 우리가 종말을 위해 해야할 준비라는 것이다.
즉 예수님의 재림이 구원도 될 수 있고 심판도 될 수 있는데 그 열쇠는 바로 『종말을 어떻게 준비하느냐』하는 점에 달려 있기에 종말을 위해 준비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대림절을 이야기 할 때 보통 「기다림」과 「준비」라는 두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대림절의 의미를 보다 더 잘 살리기 위해서는 차라리 「준비」라는 한 단어로 묘사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왜냐하면 우리는 2000년전 메시아의 탄생을 고대하고, 메시아 시대의 도래를 대망했던 이스라엘 백성이 메시아를 알아보지 못하고 맞아들이지 못한 것은 「기다림」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준비」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고, 그 유대인들의 모습은 2000년전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림절을 살아야 할 오늘의 우리에게 교훈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림절을 시작하는 오늘부터 우리는 준비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내 자신 안에, 우리의 가정 안에, 그리고 우리의 공동체 안에 그분이 탄생할 구유를 말이다.
우리가 그분의 구유를 준비할 수 있을 때 성탄은 단순한 과거의 사건이 아닌 오늘의 현실이 될 것이요, 이러한 삶이 어쩌면 우리가 살아야 할 대림절의 삶이 아니겠는가!
오늘 내가 준비해야할 구유는 무엇일까 묵상해보자!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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