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무 대주교의 교구장 착좌는 광주대교구 27년만의 경사요 대사였다.
초겨울비가 간간이 내림에도 아랑곳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행사장을 메웠고, 착좌식 후에는 비속에서도 인사를 나누고 기념사진을 찍기위한 축하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김추기경 축사 압권
역시 교회의 어른다운 위트와 품위로 축사에 나선 김수환 추기경의 언변은 이날 착좌식이 압권이었다.
김추기경은 윤대주교를 광주의 대부(代父)로, 최대주교를 광주의 대모(代母)로 정의하는 절묘한 비유법을 구사, 엄숙하고 긴장된 분위기에 청량제 같은 웃음을 일게 했다.
『언제나 온화한 표정, 늘 입가에 웃음이 가득한 최창무 대주교님은 예수님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온유와 겸손이 가득한 모성적 사랑으로 지역의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달라』는 김추기경의 말에 참석자들은 큰 박수로 공감의 뜻을 표했다.
그러나 최대주교의 「모성적 사랑」이 혹시라도 「유약한 성품」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질까 염려한 김추기경은 『참된 온유와 겸손은 진리와 정의가 확실히 설 때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나같은) 김가 여덟명이 있어도 죽은 최씨 하나 당해낼 수 없으니 짐작해서 처신하라』고 협박(?), 폭소를 자아냈다.
축하연 없는 간소한 행사
이날 착좌식은 근래에 보기드문 간소한 행사로 치러져 「모범」을 보였다. 으레 따르기 마련인 축하연도 없이 착좌식이 끝나자 참석자들은 축하의 인사를 나누며 곧바로 헤어진 것.
주최측은 멀리서 온 손님을 위해 착좌식 전 간단한 점심을 대접했으며, 내빈접대를 위해 간소한 다과상을 차리기는 했으나 찾는 이가 별로 없었다. 참석자들은 최창무 대주교의 문장이 들어있는 탁상용 새해 달력을 선물로 받았다.
질서·품위있는 행사
27년만에 새 교구장 착좌식이 열린 광주대교구 주교좌 임동 대성당은 경축 현수막을 내걸고 오전부터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봉사자들과 교구 운전기사 사도회원들을 동원, 손님맞고 주차를 안내하는 등 준비에 만전을 기한듯.
특히 비표를 배부해 대성당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지하강당에는 대형 멀티비전을 설치하는 등 엄숙하고 질서정연한 행사를 준비해왔다.
임동성당 새단장
착좌식을 앞두고 임동본당(주임=손대철 신부)은 강당과복도를 도색하고, 현판을 교체하는 등 성당 내부 단장에 신자들의 정성을 모았다.
특히 우중충했던 분위기를 없애고 조명과 색감을 젊은이들의 감각에 맞추었으며 출입문과 회의실 문 등을 유리문으로 교체했다.
손대철 신부는 『어려운 점이 많은 가운데서도 신자들의 2차 봉헌금과 기탁금, 의자탁자 등의 봉헌으로 기쁨을 함게 나눌 수 있었다』면서 『특히 경비절감을 위해 신자들이 밤낮으로 교체작업을 하며 성전을 아름답게 꾸몄다』고 말했다.
푸짐한 영적선물
광주대교구 신자들의 기도열기도 대단했다. 착좌식과 함께 윤공희 대주교의 이임 감사미사까지 봉헌된 탓에 가는 분 오는 분 모두에게 영적선물이 푸짐하게 전달된 것.
민영기 교구 평협 부회장이 전달한 영적 선물의 내역은 두 분 모두에게 미사·영성체 7만여회, 성체조배 5만7천여회, 묵주기도 59만여단, 화살기도 18만여회, 희생 5만4천여회, 십자가의 길 2만5천여회 등이다.
교회언론 특별 배려
착좌식을 이틀앞둔 11월 28일 지역 언론과의 기자회견을 가진 최창무 대주교는 교회언론을 위해 별도의 시간을 마련, 추가 인터뷰를 갖기도 했다.
또한 착좌식 당일에는 일반 기자들의 포토라인을 신자석 중앙통로로 제한한 반면, 교회 언론사 기자들에게는 제대앞까지 접근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각계·사제단 대거 참석
윤대주교의 이임 감사미사와 착좌식이 함께 거행된 탓인지 광주대교구 사제단은 물론 타교구 원로 사제를 비롯한 많은 신부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최대주교가 오랫동안 가톨릭대학에 몸담았고 서울대교구 부좌주교 출신이어서인지 서울에서 온 신부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또한 평신도들도 서울 손님이 압도적이었는데 평협관계자, 사회사목관계자 등이 많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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