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양업 신부 선종 150주년.
최양업 신부를 기리며 최양업 신부의 시복시성을 기원하는 다양한 신앙적 움직임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최양업 신부의 후손 최기식 신부(원주교구 가톨릭사회복지회 천사들의 집 원장)를 만나 후손들이 기억하는 최양업 신부의 사제생활을 들어봤다. 최 신부는 최양업 신부의 동생, 최의정의 증손자다.
“최양업 신부님께서 한 사람 한 사람을 직접 찾아다니며 전교하신 그 자체가 바로 사랑이지요.”
최 신부는 최양업 신부가 보여준 땀의 순교 자체가 ‘사랑’이었다고 말한다. 우리를 위해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의 그 사랑을 전하려 먼 거리에도 직접 찾아다니는 전교를 마다하지 않았다는 것.
“최양업 신부님께서 사제생활 중 찾아다니는 전교를 몸소 실현하신 것은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는 그 자체였습니다. 최양업 신부님은 사랑으로 전교하셨고, 사랑의 제물이 되고자 하셨으며, 사랑의 사도가 되신 것이지요.”
이러한 최양업 신부의 사랑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고통스러운 전교의 순간에도 주님을 통해 사랑으로 사는 삶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것. 이는 최양업 신부의 시복시성을 바라는 우리에게도 큰 의미로 다가온다.
“최양업 신부님은 깊은 기도 속에 그리스도의 현존과 그 사랑을 알리기 위해 육체적인 고민과 희생을 이겨내고, 몸소 신자들을 찾아다니셨어요. 하느님의 사랑을 직접 보여주신 것이지요. 이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꼭 필요로 하는 덕목입니다. 최양업 신부님께서는 고통 중에도 사랑으로 사는 삶을 가르쳐주셨어요. 이때문에 그분께 기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장 성인품에 오르기를 바라는 것보다 이 시대에 걸맞은 성직자로서 그분을 통해 기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최 신부도 선조 최양업 신부가 그랬던 것처럼 40년 동안 사제의 길을 걸어왔다. 최양업 신부를 따라 신앙이 전부인 집안에서 사제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 신부에게 최양업 신부의 사목활동은 감히 넘을 수 없는 높은 산과 같았다. 최 신부는 후손으로서, 특히 사제로서 부끄럽기만 했다. 사제 서품 후 최양업 신부의 묘소에서 첫 미사를 봉헌했던 기억조차 오만이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사실 제가 최양업 신부님의 후손이라는 점을 꺼내기조차 부끄럽습니다. 지금까지 사제로서 그분처럼 잘 살아오지 못했으니까요. 제 자신이 보잘 것 없고, 부끄럽고, 죄스러울 뿐입니다. 사제 서품 후 최양업 신부님 앞에서 첫 미사를 봉헌하며 ‘나를 위해 도와 달라’고 기도했지만 그마저도 사람들 앞에 내가 후손이라는 사실을 자랑하기 위함은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최 신부는 최양업 신부님의 일대기를 돌아보며, 사제 생활의 덕목이 바로 사람을 사랑하는 일임을 깨달았다. 이는 후배 사제들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중 하나다.
“사목 자체가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최양업 신부님의 사목활동은 고해성사 같은 성사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 바로 그것이었으니까요. 또 최양업 신부님의 사목활동은 움직이는 걸음걸음이 온통 기도였어요. 우리는 과연 이처럼 기도해본 적이 있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많은 업적을 남기는 사제보다 기도하고, 신자들을 사랑하며, 한 영혼을 위해 울어줄 수 있는 사제상, 그리고 선교활동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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