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는 아직도 확장되는 시기에 놓여있기는 하지만, 그러니까 나는 가장 빛나는 발전 과정에서 주교직을 수행했으므로 돌이켜보면 행복하기 짝이 없는 시절이었고, 최덕기 주교님은 어떻게 보면 가장 힘든 시기에 이어받아 고생을 많이 했다.
내 시대에는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맞아들이는 것만으로도 벅찼으니 냉담교우 돌볼 시간이 없었다. 요즘 보니까 국내 상황으로 3분의 1이 냉담교우들이다. 사람들이 집에 앉아서 내가 성당에 가면 앉을 자리가 있나 없나를 계산한다는 말을 누군가 했었다. 냉담하는 이유가 성당이 작아서라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사실 본당 신부님 입장에서 5000명이 넘고 만 명이 되면 성당이 꽉 차니 애써 신자 모아야겠다는 생각을 안 하게 되고 좀 게을러지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성당이 비어서 훤하면 빨리 우리 성당을 채워야겠다는 생각 때문에라도 뛰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부임했을 때 수원교구는 31개 본당에 신자 수는 6만7000명이었다. 그런데 내가 바빠진 것이, 전에는 수원 사람들이 서울로 다 몰려갔는데, 내가 왔을 때는 거꾸로 서울에서 수원으로 밀려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수원교구는 지역은 넓지만 성당다운 성당이 별로 없었다.
사방에 성당을 지으라고 하니 한편으로는 좋아하면서 한편으로는 무척 어려워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신부님들이 성당 짓는데 대해서는 정말 협조적이었다. 최덕기 주교님도 나와 같은 견해를 갖고 있기 때문에 본당 분할 작업을 더욱 힘차게 하셨다.
최 주교님이 나와 함께 계시면서 첫 해에 15개, 다음 해에 12개를 증설해 2년 동안 27개를 신설했다. 그러니까 내 임기 중에 최 주교님이 만든 성당까지 나는 모두 100개를 채웠고, 최 주교님은 내 임기 끝나고 101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수원교구는 아직 발전도상에 있으니 주교님도 그렇고 신부님들도 그렇고 할 일이 많다. 하느님 안배에 맡기고 신부님들이 보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새 주교님을 도와 수원교구를 발전시켜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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