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된 제게 남은 것은 병의 고통과 흐려진 기억뿐입니다.”
16년 전, 후두암으로 고생하던 남편은 홀연히 이상희(로사·74·서울 일원동본당)씨의 곁을 떠났다. 금쪽같은 딸도 어린 나이에 잃었다. 이씨에게 남은 것은 성한 곳 없는 몸뚱이뿐이었다. 게다가 혼자 있으니 도와줄 이 하나 없었다.
몇 년 전에는 큰 수술을 홀로 견뎌내야 했다. 심장에 문제가 생긴 것. 목 아래부터 종아리까지를 갈라 다리의 대힘줄을 심장에 이식하는 힘든 수술이었다. 이제 수술 자국은 많이 아물었지만 남들에게는 징그러운 흉터에 불과하다. 합병증도 뒤따랐다. 안면근육 이상으로 늘 찡그린 얼굴을 하게 됐고, 말하는 것조차 어눌해졌다. 어렵게 침을 맞아가며 겨우 회복했지만 여전히 아찔한 기억이다. 심장장애 판정을 받았다.
귓속까지 말썽이었다. 수술을 받았지만 무리한 수술로 한쪽 청력을 잃어버렸다. 청각장애 2급 선고가 내려졌다. 지금도 몸 상태가 나빠질 때면 다른 쪽 귀에도 무리가 생긴다.
당뇨와 고혈압은 이미 오랫동안 이씨를 괴롭혀왔다. 평생 먹어야 하는 약과 제약이 많은 생활은 예사였다.
걸을 때마다 끊어질 듯 아픈 다리도 이씨에게 고역이었다. 가다 쉬고, 또 가다 쉬고를 반복하며 한참만에야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아픈 쪽 다리를 피해 한쪽으로만 걸으니 허리에도 무리가 오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병원에서는 허리뼈가 뒤틀렸다고 했다. 약을 먹을 때만 겨우 고통을 이겨낼 수 있었다.
최근에는 기억마저 흐릿해져 갔다. 길을 가다가도 목적지로 가려면 왼쪽 길로 가야하는지 오른쪽 길로 가야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심지어 어디로 가고 있는지조차 잊어버리는 경우도 많아졌다. 출발지점으로 되돌아온 것도 수십 번이었다. 신경과 진료를 통해 치매가 의심돼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이씨에게 정말 머리부터 발끝까지 성한 부분이라고는 숨을 쉬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그럼에도 이씨는 홀로 힘든 시간을 꿋꿋이 견뎌왔다.
지금까지 이씨가 할 수 있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 정부보조금을 아껴가며 고통을 덜어줄 치료비와 약값을 대는 것, 그것이 다였다. 그마저도 어려운 경우도 다반사였다. 당장 도움이 절실하지만 이씨는 미안한 마음이 먼저 앞선다. 이야기를 나누는 떨리는 목소리에서 그 마음이 묻어 나온다.
“저에게 도움을 주신다니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어떻게 이 고마운 마음을 표현해야할지 모르겠어요.”
※도움 주실 분 702-04-107881 우리은행, 703-01-360446 농협, 예금주 (주)가톨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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