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요한 14,27)
세상이 주지 않는 평화. 그 평화를 바라고 믿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17일,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에 모였다. 2만 신자들은 하나된 마음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일치를 위해 기도했다.
2003년 도라산역에서 봉헌된 민족화합대미사 이후 8년 만에 봉헌된 전국 규모의 ‘한반도 평화기원 미사’. 이 미사가 봉헌되기 사흘 전인 14일, 춘천교구청에서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장으로서 미사 재개와 진행을 총괄한 김운회 주교(춘천교구장)를 만났다.
“남과 북은 60년 넘게 분단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남북 관계가 개선됐다는 변화는 조금도 느낄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 사건을 겪으면서 한반도의 긴장 상태가 극에 달해 있지요. 정치논리로는 풀기 어려운 이 상황을 타개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전 교구민이 함께 기도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반도 평화기원 미사를 재개하게 됐습니다.”
김운회 주교는 8년 만에 전국 규모의 한반도 평화기원 미사를 재개하게 된 배경에 대해 밝히며, 남북관계가 변화함에 따라 민족화해를 위한 교회의 노력이 어려움을 겪는데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남북 문제를 정치적 논리로 접근하고 풀어가려는 정권과 사회 분위기 속에서 그 어떤 정치적 논리도 배제하는 우리 교회의 노력은 막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66년간이나 떨어져 살아온 남과 북이 서로의 ‘다름’을 수용할 마음이 있는지, 통일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김 주교는 천안함 사건에 이은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현재, 북한 동포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더욱 커졌을 것으로 예상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북한 주민들은 고난의 행군이라 칭하는 극심한 경제난 속에 살아왔습니다. 여기에 2009년 11월 30일 북한 사회에 갑작스레 몰아닥친 화폐개혁 이후 북한 주민 생활에는 혼란과 어려움이 가중됐다는 것을 각종 언론 보도를 통해 알고 있습니다. 북한 이탈 주민이 많아지면서 북한 정치인들은 사상 교육과 처벌을 더욱 강화하고 있고요. 남북 관계를 자신들의 내치(內治)에 이용하기도 합니다.”
김 주교는 사회 안팎에 북한에 대해 부정적이고 적대적인 시각이 많다고 우려하면서 “북한 정권과 북한 동포를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북한 정권이 밉다고 그 정권 아래서 살고 있는 이들까지 다 미워한다면 과연 우리가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북한 형제자매들이 북한에서 태어나길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김 주교는 한반도 평화기원 미사의 봉헌이 ‘시작’이 되길 간절히 바랐다.
“임진각에서 봉헌하는 평화기원 미사는 끝나지만, 우리의 일상에서 그 정신을 살려가는 것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이를 위해 각 교구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한반도 평화와 북한 형제자매들을 위한 기도운동을 전개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미사를 계기로 우리 교회 곳곳에서 평화의 씨앗을 뿌리는 다양한 노력이 전개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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