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이 일어난 지 벌써 60년이 지났습니다. 불과 3년 동안 200만 명이 죽었습니다. 이렇게 처참한 전쟁의 상처가 너무 깊었던 탓인지 한반도는 아직도 지구상 유일한 분단 민족으로 서로를 적대시하며 무려 248km에 달하는 군사분계선을 그어 양쪽에 가공할 무기들을 배치해놓고 24시간 대치하고 있습니다.
왜 하필 이 좁은 한반도에 불과 3년 만에 그렇게 많은 희생자를 낸 전쟁이 터졌을까. 왜 지금도 남북이 같은 민족이라고 하고 서로 통일을 외치면서도 줄줄이 싸우고 언제라도 미사일을 쏠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일까. 왜 선하신 하느님께서는 이런 비극이 이 민족에게 일어나도록 내버려두셨을까. 이런 의문이 마음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이 땅의 참극은 3년의 전쟁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산가족의 고통, 북한 주민의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이 조여듭니다.
해마다 세계가 식량을 지원하지 않으면 수많은 북한 사람들이 영양실조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피골이 상접한 북한 어린이들, 목숨 걸고 탈북한 여성들이 성접대의 노리개로 전락한다는 소식들을 접할 때면, 하느님은 고통 받는 이들을 사랑하고 위로하는 분이신데 우리 동포의 고통은 왜 못 들은 척 바라만 보고 계실까 하는 의문이 가슴 속에서 계속 들려옵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인간의 구원을 원하는 분이시지 멸망을 원하는 분이 아니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외아들이 누명을 쓰고 손발이 꿰뚫려 죽어가는데도 아무런 개입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당신의 아들이 자기 목숨을 바쳐 세상의 죗값을 치르도록 허락하셨습니다. 이것이 하느님이 세상을 사랑하시는 방법입니다.
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에 의해 학살당한 600만 명의 유대인들도 지구상의 헤아릴 수 없는 죄악을 대신 기워 갚으며 스스로를 번제물로 바쳤습니다.
오늘날 인류는 한 분이신 하느님을 외면하고 하느님 대신 돈을, 맘몬을 숭배하고 있습니다. 연봉 수십억을 받는 월가의 금융 전문가들이 돈을 더 벌려고 금융상품을 왜곡 조작해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을 거리로 내몰았습니다.
국내에서도 대기업은 사상 최대 이익을 누린다고 하는데 중소기업은 갈수록 빈껍데기가 돼가고 있습니다. 대형마트는 동네 구석구석을 장악, 동네 영세 구멍가게는 거의 사라지고 없습니다. 서민 자산을 맡은 금융회사 임직원들이 투기와 횡령에 앞장서서 서민들이 피땀 흘려 번 돈을 말아먹고, 금융기관을 감시하는 사람들도 그들과 한통속이 돼 나눠먹습니다.
하느님께서 이런 세상을 보시면 어떤 마음이 드실까.
노아의 홍수 전 말씀이 떠오릅니다. ‘세상은 하느님 앞에 타락해 있었다. 폭력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정녕 모든 살덩어리가 세상에서 타락한 길을 걷고 있었다.’(창세 6,11~12)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하느님은 세상을 참아주며 세상의 회개를 기다려 주십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난하고 굶주리고 병들어 고통의 나날을 보내는 북한 동포들 안에서 예수님도 함께 고통 받으시며 우리의 회개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한반도의 분단과 무력대결, 굶주림과 병고를 끝내고 참된 평화를 이루려면, 무기가 아니라 세상을 타락시키는 맘몬을 떠나 하느님께 돌아서는 참회와 회개가 먼저 이뤄져야 합니다.
그러면 하느님께서 평화를 선물해 주실 것입니다. 우리 모두 예레미야와 같은 마음으로 참회의 기도를 바치며 우리 모두를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께 바쳐드립시다. 그러면 성모님께서 이 기도를 기쁘게 하느님께 전달해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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