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세한지도 오래되었고 냉담 기간이 길었지만 그래도 다시 하느님을 찾고 믿음생활을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나도 암담하여 자꾸만 죽음의 유혹, 자살의 유혹에 시달립니다. 신자로서 자살이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지만 똑같은 일상과 보이지 않는 미래가 더 이상 삶을 지탱하기 힘들 정도로 우울하답니다. 전 어떻게 해야할지….

【답】인생을 살아가는데 때로는 삶이 건조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삶의 권태감은 성공의 길을 잘 달리는 사람에게도 가끔씩 찾아오는 인간 실존의 현상입니다.

자기 자신을 무(無)로 돌리고 싶은 유혹이 조금씩은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이 만일 그러한 유혹에 자신을 던져 현순간을 모면하려 한다면 그것은 결국 파멸로 끝나버리고 말 것이며, 거기서 얻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자살하려고 고민하는 시간에 어떻게 의미 있게 살아갈까를 생각하고, 자살하려는 용기를 삶을 위한 투신으로 바꾼다면 현재의 우울하고 무모한 생각보다 비교할 수 없는 정도의 다른 삶으로 의미있게 지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인생은 끝까지 살아보아야 합니다.

지금 불치의 병으로 죽어가는 환자에게는 교우님이 누리고 있는 건강한 몸이 얼마나 부럽겠습니까? 그런데 교우님은 그 환자가 그토록 열망하고 바라는 건강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왜 무엇 때문에 자신을 스스로 없애려 생각합니까?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합니다. 그 의미는 사람마다 각각 다를 수 있습니다. 자살하려는 용기를 가지고 남을 위해 봉사하십시오. 그리고 열심히 살아보세요. 또 영화나 연극도 즐겨보시면서, 다른 사람의 삶을 관조하고 간접적으로 삶을 체험하세요. 자살로 없어질 자기 삶의 많은 시간들은 그 어떠한 것으로도 채워질 수 있습니다. 독서, 일, 창작활동, 새로운 일을 배우는 일, 봉사하는 일, 혹은 종교적 명상에 잠기거나, 기도하는 일, 등 이러한 일을 새로이 찾으면 아마 그때부터 오히려 시간이 부족할 것입니다. 잠잘 시간도 없을 것이며, 매일 매일 해야 할 일들이 교우님의 삶을 채울 것입니다. 자살하려는 용기와 고민의 시간으로 이제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십시오.

자살하려던 생각으로 이전의 마음에 안 들던 나를 벗어버리고, 새로운 자신의 모습으로 태어나십시오.

왜 자살을 꿈꾸었습니까? 지금의 나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고 지금의 나의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러면 그 용기와 고민의 시간으로 새로운 자신, 마음 속에 되고 싶었던 그 모습이 되도록 노력하고 변신을 시도하십시오. 그리고 새로운 자기를 설계하기 위해 몇일 간의 조용한 피정의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이 시간 동안 자신을 철저히 분석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살펴보고 새로운 자신으로 태어나는 새로운 삶의 설계를 하시기 바랍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였듯이, 교우님께서 스스로 자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면 그 만큼 하느님께서는 분명히 많은 기회와 은총으로 도와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너무 큰 것을 꿈꾸지 말고 작은 일부터 시작하며 또한 작은 것에 만족하면서 시작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