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으로 세월을 낚는 이들이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가는 이 땅을
묵묵히 지켜보시는 주님!
땅이 꺼지는 듯 곳곳에서 한숨짓는 소리에
심장(心腸)이 멎는 듯합니다. 주님! …
눈이 오기 전 어둡고 음산(陰散)한 초겨울처럼
짙은 구름이 덮인 캄캄한 그믐밤처럼
어둠이 깊은 물 위를 휘몰아치는 동트기 전 새벽처럼
오늘보다 내일이 불투명하고 캄캄하리라는 이야기를
만나는 사람에게서 듣지 않을 수 없는 오늘입니다. 주님! …
어둠보고 이 몸 가려달라고 해 보아도
빛보고 밤이 되어 미 몸 감춰달라 해 보아도
당신 앞에서는 어둠도 어둠이 아님을
두려움이나 의심(疑心)없이 믿게 하옵소서. 주님!…
칠흑같은 밤을 대낮처럼 밝히시고자
굳이 한밤중을 택하여 탄생하셨던 주님!
희망(希望)과 사랑의 큰 빛으로 탄생하신 당신 앞에
스스로 어둠을 떨치는 아픔을 딛고
인간적인 의지와 신앙적인 믿음만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하옵소서. 주님!…
“어둠속을 헤매는 백성이 큰 빛을 볼 것입니다.
당신께서 주시는 무한한 기쁨과 넘치는 즐거움이
곡식을 거둘 때의 즐거움 같고”(이사야 9, 1)
예상치 못했던 대학 합격이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의
훨훨 날 것만 같은 기쁨같게 하옵소서. 주님!…
당신의 거듭된 성탄 안에 우리의 믿음도
새롭게 태어나게 하옵소서. 주님!…
“눈먼 사람에게는 길잡이가 되고
어둠속에 방황(彷徨)하는 이들에게
큰 빛”(로마 2, 19)을 비추는
사랑과 빛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나게 하옵소서. 주님!…
빛으로 어둠을 몰아내는 성탄절이게 하옵소서. 주님!…
은총의 대희년 2000년 12월 25일 예수님 성탄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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