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5,5).
저는 가끔 봉사자로서의 직분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지 제 자신에게 반문해 봅니다. 봉사직을 수행한답시고 저도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행여 공동체의 유익보다 제가 생각하는 가치를 관철시키기 위해 저의 입장만 내세우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봅니다.
우리는 모두 주님이라는 나무에 붙어 있는 가지입니다. 마찬가지로 봉사자도 특별한 나무가 아니라 가지의 일부입니다.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고 드러내려고 하는 게 아니라 주님의 열매를 맺게 하기 위해 사랑으로 봉사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당 안에서 어떤 봉사를 하던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충실한 종의 모습을 지녀야 하고, 또 봉사자는 기쁘게 봉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봉사를 하면서 힘이 들고 짜증날 때가 왜 없겠습니까? 하지만 남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나의 부족한 점을 되돌아보며,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웃음을 잃지 않고 주님의 사랑으로 변화되려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우리의 삶은 가지가 메마른 삶이 아니고, 가지에 영양분을 잘 전달하는 빛과 소금의 삶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마태 7,12).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기를 원하고, 칭찬받기를 원하고, 인정받기를 원하고, 주기보다는 받기를 좋아합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얼마나 받을지를 염려하지 말고, 주님을 위해, 이웃을 위해 얼마나 봉사할 수 있고 아낌없이 얼마나 줄 수 있는지를 염려하라고 하십니다. 그런데 자만심으로 가득 차 사랑을 베풀거나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기는커녕, 나의 잣대로 남을 판단하는 교만과 겉으로 드러나는 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체면차림이 봉사자들 마음에 자리 잡고 있다면 본당의 일치와 화합을 이루는데 장애가 될 것입니다.
봉사자들이 본당 일에 솔선수범하고 꾸준히 기도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아낌없이 사랑을 나눈다면 숨은 일도 보시는 하느님께서 다 갚아 주실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다른 이의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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