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무심코 행하는 동작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논리적 일관성을 발견할 경우가 있습니다. 먹는다는 행위가 그렇습니다. 영양학적으로 보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어떤 종교적 신념 때문에 절대로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이 있습니다. 반대로 생존에 직결될 만큼 필수적인 영양소를 함유한 것도 아니고 구하기 용이한 것도 아닌데도 종교의례를 거행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음식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음식 이야기는 종교와 문화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주제입니다.
무언가를 먹는 일 자체가 거룩한 행위라고 말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신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기 위하여 그 문화권에서 소중하게 여기는 음식물을 함께 모여서 정해진 방식대로 먹는 것입니다. 소규모 부족 사회는 해마다 날을 정해놓고 감자, 옥수수, 코코넛 등 주식으로 삼는 음식의 신성한 기원을 담은 신화를 음송하면서 축제를 벌인답니다.
마음껏 먹고 즐기며 축제를 거행하는 모습은 유럽의 그리스도교 문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순시기에 들어가는 첫째 날을 ‘재의 수요일’이라 부릅니다. 그 전날인 화요일은 고기를 먹을 수 있는 마지막 날이기 때문에 중세 유럽 사람들은 카니발 즉 사육제라고 부르는 축제를 벌였습니다. 또 가톨릭 미사에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말씀의 전례를 거행한 다음에, 성찬의 전례를 통하여 주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심으로써 거룩한 존재와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합니다.
하지만 먹기는 먹되, 어떻게 조리해서 먹어야 하는가의 문제도 중요합니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성체의 제조법을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서방교회와 동방교회가 분열할 때, 서방교회는 예수님께서 만찬을 거행하실 때 누룩을 넣지 않은 빵을 드셨기 때문에, 누룩이 들어 있지 않은 납작한 밀가루 빵(면병)으로 성체성사를 거행하였습니다. 면병을 가리키는 말인 웨이퍼를 일본식으로 발음하면 웨하스가 됩니다. 이에 비해서 동방교회는 누룩이 곧 그리스도의 생명력을 상징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동방교회에서 성체성사를 거행할 때에는 누룩을 넣어 부풀린 빵을 사용합니다.
인류의 종교사를 들여다보면 먹고 즐기는 행위를 부정적인 것으로 단죄하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불교는 되도록 고기를 먹지 말라고 가르칩니다. 자기가 살기 위하여 다른 존재를 잡아먹는 것은 업(業)을 짓는 행위라고 보기 때문이지요. 인도의 자이나교는 훨씬 더 강한 음식 금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욕망 자체를 모든 고통의 원인이라고 보기 때문에 먹고 즐기는 것이 종교적 수행을 방해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자이나교 신자들은 대개 극단적인 채식주의를 표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류의 종교적 경험 속에는 즐김과 거부라는 두 가지 사고방식만 들어 있는 게 아닙니다. 수많은 변주곡들이 문화를 풍성하게 만들어왔습니다. ‘연양갱(練羊羹)’이라는 과자를 볼까요. 조린 양고기 국이라는 뜻입니다. 이것은 원래 중국의 선종 사찰에서 만들어 먹던 음식이었습니다. 곡물 가루를 고기 모양으로 빚어서 쫄깃한 맛이 나도록 만든 것으로, 일종의 가짜 고기였습니다. 그 뒤 일본으로 건너가서 오늘날 우리가 먹는 과자로 변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육식을 주로 하던 중국 사람들이 불교를 받아들인 뒤에 타협책으로 만들어낸 절묘한 음식 문화였습니다. 말하자면 즐김과 거부 사이에 존재하는 변주곡이었던 셈이지요.
요즘 젊은 여성들 가운데 먹는 것을 극단적으로 꺼리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봅니다. 종교적 계율 때문에 그러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과거 수도자들은 스승 예수님의 고난에 동참하기 위하여 단식과 기도의 고행을 마다하지 않았지요. 현대 여성들이 그런 고통스러운 길로 나서게 된 동기는 무엇일까요. 그 마음을 살피기가 어렵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오늘날 미디어를 장악하고 있는 이른바 스타들의 비정상적인 체형과 체중을 보면 말이지요.
다이어트가 꼭 필요하다면 해야지요. 하지만 그 전에 먼저 왜 살을 빼야하는가를 우주적인 관점에서 고민해보면 어떨까요. 창조질서에 비추어 보면서 인간이 자연을 지나치게 착취하고 있는 현실을 반성합니다. 그래서 나는 덜 먹고, 더 움직이고, 전기나 화석 연료를 덜 쓰겠다고 결심하는 겁니다. 설령 살을 뺀다는 목표는 같을지라도 더 고상하고 멋있는 다이어트가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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