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를 읽고 연구함으로 하느님의 말씀이 빨리 전파되고 현양되며 교회에 맡겨진 계시의 보화가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충만하게 하여야 하겠다』(계시26항)
성서의 번영과 보급
성서의 내용은 오랫동안 구전으로 전해져 왔다. 이 구전이 글로 기록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1천년경부터이다. 히브리어로 쓰여진 구약성서는 기원전 3세기경에 처음으로 희랍어로 번역되었다.
그중 가장 권위가 있는 70인역은 에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 이민해 살던 유다인들이 히브리어를 모르는 후세들을 위해 번역한 성서이다. 이 작업에 70인의 학자가 동원되었다는 전설에서 70인역이라는 명칭이 생겼다.
그로부터 6백 여년이 지난 기원후405년에 성예로니모가 신구약성서 전체를 라틴어로 번역 하고 정리했는데 이를 불가타(Vulgata)역이라고 한다.
성서를 필서하거나 번역한 사람들은 이 작업에 많은 정성과 세밀한 주의를 기울였다. 그러나 인쇄술이 발명되기 이전에 성서는 필서된 부수가 매우 제한될 수 밖에 없었다. 성서가 널리 대중에게 보급된 것은 인쇄술의 발달과 루터의 자국어 성서번역이 나온 16세기 이후이다. 오늘날 성서는 1천5백여 종의 언어로 번역되어『땅 끝에 이르기까지』(사행 1·8)보급되고 있다.
가톨릭교회의 성서부흥
교회는 처음부터 성서의 보존과 보급에 큰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볼 때 지난 4백여년 동안 가톨릭신자들이 성서와 멀리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 주요이유는 「구원받기 위해 성서만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하던 견해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우려를 들 수 있다.
루터는「오직 성서만」이 그리스도교 신앙의 기초요원이라고 했다. 그의 이론은 성전(聖傳)에 의한 구원질서를 과소평가 하며 교회의 성사적(聖事的)의의를 감퇴시켰다. 가톨릭교회는 그러한 사조를 경고하며 성전과 성사를 강조했는데, 이것이 성서의 중요성을 약화시킨 듯한 인상을 주어왔다.
한편 교회는 성서의 자유해석에서 파생되는 위협을 방지하기 위하여 여러가지 규정을 세웠다. 그러한 규정은 교회의 본의도와는 달리 신자들에게 성서를 멀리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신자들은 성서를 생명의 말씀으로 기쁘게 대하기보다 일종의 불안과 두려움마저 갖고 멀리서 존경하며 바라보는 편을 택했었다.
가톨릭 교회 안에 성서에 대한 관심과 성서생활화의 움직임이 활발해진 때는 1909년 벨기에의 신도대회 이후부터이다. 당시 베네딕또 수도원을 중심으로 구라파에서 진행된 전례부흥운동은 성서부흥의 계기가 되었다.
하느님 백성의 공적 예배인 전례와 하느님의 말씀인 전례와 하느님의 말씀인 성서와는 불리하여 생각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성서는 전례의 의미를 밝혀주며 전례는 성서에 근원을 두고 있다. 성서와 전례, 이는 바로 가톨릭교회의 특징으로서「성서만」을 주장하는 개신교와는 근본적으로 구별되는 점이다. 제2차「바티깐」공의회는「모든 그리스도 신자에게 성서를 가까이할 많은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교회내에서는 성서의 학술연구 분야뿐 아니라 사목과 생활면에서도 활기찬 성서부흥이 일었다.
한국교회와 성서
한국인이 한글로 읽을 수 있었던 최초의 복음성서는 1790년대에 최창현(요한)이 번역한「성경직해」이다. 성경직해에는 4복음서의 3분의1가량이 번역되어 있다. 우리말 성경직해는 한문으로 된 성경직해와 성경광익을 한글로 번역한 후 그 두 책을 합하여 한국교회 실정에 맞게 재편집한 것이다. 성경직해는 우리 신앙의 선조들이 목숨을 걸고 보존하여 전해준 성서이다. 또한 한국교회가 오랜 박해와 고난의 시기를 거쳐오는 동안 성경말씀을 체험하면서 다듬어 온 책이라고 할 수가 있다.
신·구약 성서가 모두 한글로 번역된 것은 1910년대이다. 개신교 형제들이 이 작업을 주관하였다. 현재 우리가 주로 쓰고 있는 공동번역성서는 제2차「바티깐」공의회 이후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교회가 형제적 사랑으로 재일치하려는 움직임의 첫 번째 결실이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일치는 예수 그리스도의 간곡한 기원(요한 17장참조)이며, 「하나인 믿음」이 담긴 성서를 통해서 우리가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업이다. 『이 사람들도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요한17·12)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