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뼈가 다 부러지고 목이 잘린 충절의 우리 순교자들을 보고 살아서 순교당한 비안네 신부에 관해 쓰고자 한다.
비안네 신부는 76세를 일기로 눈을 감으실 때까지「아르스」에서 11년5개월 동안 눈에 보이기도 하고 안보이기도하는 악마에게 순교를 당하셨다는 사실에 필자는 감격해 마지않는다. 밤이나 낮이나 악마와의 그 악전고투, 그 줄기찬 정신력의 순교에 말이다. 악마들이 직접 나타나서 그를 괴롭힌 것이 계속 30년 동안이나 된다.
비안네 신부는 우리가 세상에서 볼 수 없는 해괴망칙한 악마로, 혹은 볼 수 있는 악한들의 형태로 나타난 악마에게 줄기차게 혹형을 당했다. 밤에 잠자리에 누우면 그때부터 날이 샐 때까지 그를 괴롭히던 악마와 싸움이 벌어졌으니 말이다. 문을 두드리든지 욕설을 퍼붓는다든지 침대를 들고 사방으로 돌아다니며 뒤집고 땅바닥에 메어치든지 하면서 사도신경 12조목을 모조리 의심하게 만들고는 말하기를 『너는 죽으면 지옥으로 직행이다. 이놈아! 우리 손아귀에 움켜 쥐어져 있던 놈들(냉담자들)을 왜 하나씩 둘씩 빼가는거냐? 네가 지옥 안 갈 줄 아느냐』하면서 유혈이 낭자하게 몽둥이질을 하여 그 피가 흰 벽에 튀게 했다. 지금도 그때의 피가 굳어진 채로 그 벽에 그대로 남아있어 순례자들의 양심을 찌르고 있다.
밤마다 침대를 가린 커어튼을 쫙쫙 찢기가 일쑤이고 겨울이면 스토브를 둘러 엎어 소방대가 출동하게까지 하고 사제관 2층이 무너지듯 벼락 치는 소리를 나게 안했나… 공포에 질리게 말이다. 동네에서 기운 센 청년 안드레아를 시켜 밤마다 지키도록 했어도 소용이 없었다.
매일 밤 새벽 한시쯤이면 이 악마들이 총출동하여 비안네 신부를 공격해 왔다. 어떤 때는 집 전체를 악마 여러 놈이 흔들어대어 사제관 전체가 일순간에 쓰러지는 줄 알게 했다. 그런가하면 15분 동안이나 계속해서 집을 흔들어 대어 마치 지진이 난 것을 방불케 했다. 비안네 신부는 매일 『나는 지옥 위를 걸어 다닌다. 언제든지 펑하고 지면이 뚫어지면 나는 초고속으로 지옥에 도착되지!』하는 강박관념이 76세를 일기로 한 많은 세상을 작별할 때까지 계속됐으니 그의 얼굴은 피골이 상접했다. 살 오를 틈이 있었겠는가!
손수 밭에 심고 가꾼 감자들을 매일 세 개씩 난로에 구워 앞주머니에 넣어 다니다가 아침 점심 저녁에 하나씩 먹는 그를 보고 『감자 먹는 놈! 우리한테 당해봐라!』하면서 동네방네가 떠나가도록 고함치고 매질하고 책상 걸상 침대들을 들어치고 메치고 내동댕이질 쳤다. 거기다가 악마들은 『너 그렇게 못 먹고 못 입어도 지옥밖에 갈데없다』고 공갈협박까지 해댔으니 나의 독자들이시여! 그 광경을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오랜 냉담자나 대죄인이 회개하여 고백성사를 받고 간날 밤에는 어김없이 더 혹독한 곤경을 당했다. 송장을 떠메고 와서 공동묘지로 가는 진혼곡을 구슬프게 부른다든가 사제관 정문을 도끼 망치로 때려 부순다던가…그것뿐인가? 어느 날은 뭇 놈이 나타나 말 달리는 시늉을 해서 눈을 감을 수가 없도록 까지 했다.
한밤중에 혼자 이런 지긋지긋한 짓들을 당하는 비안네신부는 무서워서 사시나무 떨듯 밤새도록 덜덜 떨어야만 했다니…오! 불쌍한 우리 비안네, 비안네 신부의 팔자여! 기구한 그대의 운명이여!
드러누워 잠을 청하려면 그 새카만 악마들은 손바닥으로 비안네의 얼굴을 문지르고 쓰다듬고 꼬집고 할켜 상처를 내고… 수염을 뽑고… 잠자리에서 비안네를 끌어내어『오늘밤엔 널 아주 죽여버리겠다』고 공갈 협박하며 사정없는 매질을 한다. 그 놈들이 가져온 가죽 채찍이 탁자위에서 징그러운 구렁이로 변해 슬슬 기여 다니다가 비안네신부에게 달려들어 물려고 하질 않나…
동료신부들이 『잘난체 성인인체 하는 위선자 비안네』리고 빈정대고 시기하며 있는 말 없는 말 꾸며 비안네를 정신병자 망상가로 따돌리려 하질 않나… 오! 불쌍한 우리 비안네! 개밥에 도토리 꼴이 된 우리 비안네! 사면초가다…악마에게 따돌려지고 벗들과 동료신부들께 따돌려지고… 그의 갈 길은 어디메던고? 자연 감실 앞에 부복하여 밤을 지새워야 했던 낮과 밤이 그 얼마던가? 그는 용기를 성체 안에서 얻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 사실들을 이마티아 신부와 말로 주고 받을 때 나는 몇 번인가 울었다. 『저렇게 험한 사제의 길을 가야하나 ?…』하며 중얼거리며.
어느 날 밤엔 비안네 신부 침실 창문아래에 응애응애하고 우는 갓난애를 한 창녀가 갖다 놓고는 『이놈아 비안네 이놈! 네 세끼 여기 가져왔다. 애비노릇 잘하려면 네 자식 네가 키워라!』하고 고함지르고 도망쳤다. 그 창녀가 애를 낳고 기를 수가 없으니 비안네 신부에게 떠맡기는 격이었다. 그러나 비안네 신부는 그 어린것을 우유 먹여 길었다니… 아! 죄없는 죄인이 된 우리 비안네!… 피 흘린 우리 한국의 순교자들은 이제 성인이 되고 아르스에서 마음의 피를 일생 동안 흘린 우리 비안네 신부는 모든 본당신부들의 대수호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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