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문제
유다교와 그리스도교에서는 오경의 저자가 모세라고 오랫동안 믿어왔다. 그러나 16세기 이래 모세가 오경을 직접 저술하였는지에 관해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오경의 원문 자체 내에도 모세가 썼다고 볼 수 없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모세의 죽음에 관해 서술한 신명기 34장은 한 좋은 예이다. 그 외에도 모세시대보다 훨씬 후기인 가나안 정복 이후의 상황을 전제로 하는 구절들이 많다.
한편 오경은 각 부분마다 쓰여진 어휘나 문체 및 사상의 차이가 뚜렷하다.
또한 문장의 단절、반복、누락、비약、대립등과 같은 현상도 오경의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두 가지의 창조설화、두 가지 아담의 족보、노아가 두 번씩 배에 들어감、하갈의 두 번 추방、모세가 두 번 부르심을 받음、두세 번 십계명기사 등이다.
학자들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가설을 세웠다. 혹자는 오경의 반복이나 부조화가 저자의 비조직적인 사고(思考)와 집필방식으로 인해 생겼다고 가정하기도 한다.
또는 오경에 기술된 사건이나 행위가 실제로 여러 차례 거듭 일어날 수 있었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문제 해결에 충분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 오경의 문제점들이 단순히 문학 구성상의 문제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헌가설
오경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여러 학설 중에서 문헌가설은 가장 유력한 이론이다. 이 학설에서는 오경이JㆍEㆍDㆍP의 약자로 표기되는 4가지 주요 원전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외에도 전승된 문헌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신학적인 요구에 의해 보완되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야훼계 전승(J)=하느님의 이름을 야훼(Jahweh)라고 부르는 전승이다. J전승은 기원전 950년경부터 예루살렘과 유다지역에서 기록된 가장 오래된 전승이다. J전자는 간결하고 우아한 문제로 하느님을 친근감 있게 소개한다. 그리고 인생의 근본문제들을 소박하게 서술하면서도 삶의 수수께끼와 모순 등이 지닌 문제의 핵심을 찌른다.
J전승은 이 모든 문제의 최종해결은 인간에게 달린 것이 아니라 야훼 하느님의 안배와 구원에 달렸음을 단편적인 이야기로 묘사하고 있다.
엘로힘계 전승(E). 하느의 이름을 엘로힘(Elohim)이라 부르는 전승이다. E전승은 기원전 850년경부터 북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그런데 E전승이 하나의 독립된 문헌이라기 보다는 야훼계(J)전승의 개정판 내지는 신판(新版)으로 보는 경향이 크다.
신명기계 전승(D)=기원전75년경부터 작성된 전승으로서 신명기가 D전승의 대표적 문헌이다. 신명기에서는 유일한 하느님 야훼의 사랑을 웅변적으로 서술하면서 백성들도 이에 응답해야 함을 설득력 있게 가르친다. D전승은 북 이스라엘 왕조의 레위 사제단과 예언자단이 예배의 순수성을 보존하려고 썼다고 한다.
제과계 전승(P)=제관들의 가르침과 예배에 관한 기술이 주요내용을 이루고 있다. P의 기본 문헌은 유다왕국마저 멸망한(587BC)다음에 완성되었다
그러나 P의 최종 편집연대에 관한 문제는 연구과제로 남아있다. P저자는 이스라엘을 형성시켜주었던 하느님의 구원 역사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는 동시에 전례와 교의적인 면과 율법을 중요시한다.
오경은 이처럼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형성되었다
결론적으로 오경은 어떤 개인의 저작이 아니라 이스라엘민족 전체가 장구한 역사의 흐름을 통해서 전수해 온 것이다. 저자 문학과 다른 이러한 특징을 전승 문학이라 한다. 전승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추가되고 민족 공동체가 이 전승을 후대에 전해준다. 오경의 여러 가지 문제점은 오경을 전승 문학으로 이해할 때 해결+의 열쇠를 찾을 수 있다. 오경은 모세의 사적을 근거로 하였지만、수 백년 동안 이스라엘백성 사이에 전승된 여러 자료를 모은 것이다. 오경의 제반 문제점들은 각 전승사료가 형성된 동기ㆍ시대장소 등이 다른 데에 기인한다고 본다. 이 전승의 과정을 통하여 하느님은 인류역사에 개입하며 역사를 주관하신다. 따라서 오경은 단순한 역사의 기술이 아니라 현재 우리 생활에도 구원을 이루시는 살아있는 하느님의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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