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나를 위해 기도해준 여러분들에게 감사합니다. 내 생애 동안 있었던 모든 아픔과 괴로움은 모두 내가 짊어지고 갑니다. 부디 서로 사랑하여 주님 안에 하나가 되어 주시오. 내 사랑하는 교형자매들이여, 길이 평화를 누리기 간구합니다. 주님의 나라에서 다시 만납시다』선종하기 5일전 대전교구 부교구장 및 교구신부와 몇몇 측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긴 짤막한 유언중의 한마디였다.
황민성 주교-. 그의 생애 60개 성상과 32년간의 사제생활은 예수께서 온 인류를 위해 스스로 고난의 길을 택하셨듯이 순탄보다는 희생적인 험난의 발자취로 점철되어있다.
그의 성품은 외모에서 풍기듯 덕성과 온유와 침착한 판단력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주님의 사업이라고 결심한 일이거나 사회정의실현을 위한 공동된 소명이라면 자신의 안일을 버리고 꿋꿋이 밀고 나가는 저력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황 주교의 학력과 경력이 증명하듯 그는 60평생의 생애를 통하여 현세 한국 천주교회의 확고한 기둥으로서 교회의 구석구석에 이르기 까지 혁혁한 공로를 남겼다.
특히 대전교구장 재임 19년 간에 쏟은 헌신적 노력은 앞으로 한국천주교회사에 영원히 빛날 것이다
부임 당시 19개 본당에 2만신자라는 대전교구의 초라한 모습을 오늘날 53개 본당에 9만여 교세로 끌어올린 황주교이다.
그가 남긴 불타는 복음 선교 열과 치적은 필서로 헤아릴 수 없지만 무엇보다도 특기할 일은 자신이 마지막까지 몸담았던 대전성모병원이다.
불과 10여년전까지만 해도4개 진료 과에 병상 16개라는 보잘것없는 시설을、일부 주변의 비판을 뿌리치면서 무서운 증축 일념으로 국내외에 걸친 동분서주 끝에 자금을 확보하는데 성공、급기야는 지하1층 지상10층의 매머드건물에 병상 5백 개라는 대 종합병원으로 성장시켜놓았다.
황주교가 대전 성모병원에 바친 헌신적인 고뇌와 그 소산인 오늘의 모습은 이 병원이 존속되는 한 생생한 증언이 될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온갖 물리적인 장애와 암초가 부딪히는 어려움 속에서도 농민회담당 주교로서 한국 가톨릭 농민회관을 건축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다하여 마침내 소외된 농민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토록 했고 최신식 교육회관을 새로 지어 교육의 요람으로 승화시켜놓았다.
성지개발에 남달리 관심이 컸던 황 주교는 교구민의 숙원이던 솔뫼성역화 사업에 착수、기도의 집을 비롯한 기반조성을 완료했으나 끝마무리를 못보고 간 아쉬움을 남겼다. 『예비자 교리를 직접 담당하는 주교』로도 알려진 그는 주교의 지위로서 전교 사업에 손수 뛰어들어 예비자들을 직접 가르쳤다.
그 동안 금요교리 또는 지성인교리라는 이름으로 황 주교로부터 교리를 받고 영세한 신자가 4백여 명이 된다. 입원수일 만에 죽음이 닥치고 있음을 알았던 그였지만 지방에 까지 나아가 견진을 베푸는가 하면 새벽이면 일어나 미사를 집전하고 꾸르실료 수강생들을 격려하는 등 놀라운 정신력으로 주위를 감동시켰다.
황 주교는 천주교 대전 교구 사에 다시는 되풀이해서는 안 될 현안문제를 타결코자 20일 동안에 두 번이나 열렸던 사제총회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주님이 부르시면 언제고 가겠다. 그러나 주님이 아직 나를 이 세상에 남겨놓는 한 양떼를 돌보는 일이 주교의 책무이다』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교회발전과 완전한 사랑의 일치를 염원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좀더 살아 못다한 사명들을 더 해보고 싶은 삶의 열정도 보였다.
평생에 꼭 실천하겠다던 대전 가톨릭 종합대학-이는 황 주교가 가슴에 품고 간 가장 큰 한(恨)중의 하나였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회개와 반성의 계기를 남긴 채 황민성 주교는 갔다. 화해와 일치의 십자가를 먼저 지고 간 황 베드로 주교-. 그의 마지막 유언을 모두의 씨앗으로 굳건히 지키고 키워나갈 때 비로소 하늘나라의 축복이 내려질 것으로 모든 그리스도인은 확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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