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안네 신부가 고백성사를 주는 자리는 곧 천국문을 열어주는 자리였다. 미련하고 무식하고 아둔하고 보잘것없는 것 외에도 잘하는것 하나 없는 불쌍한 비안네.
「깨진 그릇에 보화를 담기위해서」는 하느님께서 이 보잘것없고 이지러진 그릇을 택하신 것은 틀림없다.
비안네 신부는 사람의 얼굴을 보면 그 영혼을 꿰뚫어 보게 되었다. 무슨 죄를 더마나 어디서 누구하고 지었는지, 또 고백성사를 잘봤는지, 모고해(거짓으로 고백하는 것)를 몇번했는지 시시콜콜하게 다 알아내니 서사받는 사람으로선 기절초풍할 노릇이었다.
한편 북아메리카에서 대기업주가 비안네 신부를 찾아 「아르스」로 왔다. 와보니 고백성사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성당문간에서부터 수십m 길이로 장사진을 치고있지 않은가! 하는수없이 맨끝에 서서 몇날몇밤이고 자기차례를 기다리고 서있었다. 이 사람들에게 고백성사를 주려고 매일 16시간에서 18시간씩 고백소에 갇힌 비안네 신부는 마치 죄수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고백소에서 비안네 신부가 뛰어나와 기다리고 있는 기업주에게 다가오더니 『오! 가엾은 사장님! 빨리 성사를 보시고 돌아가시요. 지금 당신회사는 파업에 돌입직전이고 그것을 미연에 방지하지 않으면 당신기업은 하루아침에 도괴되고 맙니다.
그 주동인물의 이름은 XX, XX, XX요, 그후 내게 사태전말이나 알려 주시요』하고 그에게 성사를 주었다.
그가 급히 본국에 돌아가보니 과연 사장이 없는 틈을 타서 철석같이 믿었던 직속간부들이 주동이 되어 회사는 총파업 몇시간전이었다. 비안네 신부가 듣지도 모지도 못했던 인물들의 이름을 「꼭꼭」집어내어 가르쳐준 바로 그들이 주동인물이었다. 귀신도 곡할 노릇이 아닌가? 천만다행으로 그 기업체는 도괴일보직전에 수습이 되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프랑스에서 대대적인 기업체들을 가지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던 어떤 회장이 불경기로 인해 재기의 여지가 없어 하루아침에 쪽박을 차게 되자, 그는 이를 꽉 깨물고 푸른 강물에 그만 「첨벙」했다.
그런데 그 부인이 여간 열심하지 않았다. 『프랑스 남쪽에 비안네 신부가 계신다』는 소문을 그 부인이 듣고 「아르스」에 당도했다.
그 부인이 아르스성당의 수많은 인파의 맨뒤에 거적을 깔고 며칠 낮과 밤을 기다리고 있는데 비안네 신부가 고백소에서 나와 그 부인앞에 섰다. 비안네 신부는 『부인, 당신 주인의 영혼사정이 어떻게 됐나 걱정이 되어 그 여부를 알라보려고 여기 오셨지요!』하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 부인이『네 신부님! 아 글쎄 그 망할 작자가 어쩌자고 강물에 몸을 던져 자살을 다해요 원! 지옥도 천층만층이라니 어떤 층에 빠졌는지나 알아보려고 이렇게 바쁘신데도 염치불구하고 찾아왔지 뭡니까?』비안네 신부는 『부인!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요!』그러자 그 부인은 놀라며 『아니, 그게 정말입니까? 자살자는 지옥직행이라고 전 믿어왔는대요?』그말에 비안네 신부는 『그렇긴 하지만 당신 주인은 처지자 좀 달랐읍니다. 부인이 냉담한 주인의 회개를 위하여 일평생 기도·영성체·극기·보속을 한 덕택에 당신주인은 지금 연옥에 있으니 얼른 돌아가서 더 많이 성모님께 매달리세요』하자 부인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신부님! 그런데 어떻게 자살자인 제 주인이 지옥에 안갔단 말입니까?』이말에 비안네 신부는 『부인! 주인은 물속에서 「성모마리아는 자살하는 이 죄인을 살려주십시요」하고 연거퍼 화살기도를 했어요. 이판사판이 아니겠읍니까? 그때 성모님이 상등통회하는 특은을 예수님께 빌어주셔서 상등통회를 잘 발하고 몇분후에 물속에서 죽었지요! 이 사실은 내가 눈으로 본거나 다름없으니 어서가서 그를 연옥에서 구해주십시요! 그럼 안녕』하고 고백소로 다시 들어갔다.
부인은 비안네 신부가 시키는대로 기도와 자선행위를 하였는데 그중에서 묵주를 놓지않을 정도였다.
약 3년후에그 부인의 미사중에 자살자 주인은 아름다운 광채속에 천국으로 가는 것을 성모님이 보여주셨다. 그 부인은 비안네 신부를 찾아가 이 사실을 고하니 비아네 신부도 『나도 미사중에 승천하는 그를 봤읍니다.』고 하며 『인자하신 하느님과 성모마리아는 자기에게 달려드는 영혼을 절대로 쁘리치지 않으십니다. 죄인의 간구까지도 이제 하느님과 성모께 감사를 드리십시요』라고 했다.
불쌍한 비안네 신부는 고백성사를 어떤때는 하루 18시간씩이나 준후 일어나려다가 몇번이고 쓰러졌다.
등불의 기름이 바짝 바짝 말라가듯이 그의 몸은 차차 꺼져갔다. 1859년 7월 29일 금요일이었다. 그날도 고해소에서 17시간씩이나 성사를 주고 나오자 그냥 쓰러졌다. 아! 불쌍한 우리 비안네! 『이것이 가련한 나의 끝장입니다』하는 소리를 연거퍼 되새겼다. 사제들·친구들·충실한 부인들·순례자들까지 그 침대 전후좌우에 삥 둘러섰다. 그들은 성당마당에서, 성당안에서, 성당밖 광장에서 통곡하며 하느님께 오로지 『우리 비안네 신부를 살려주십시요.』하고 외치면서 눈물바다를 이루며 애원했다. 마지막 성체(노자성체)를 영하고나서 비안네 신부는 구슬피 울었다.
1859년 8월 4일 목요일 밤 2시에 요한 마리아 비안네 신부는 76셋 일기로 눈을 감으혔다. 실로 「아르스」에서 고요히 세계에 비춘등불은 『푹』하고 꺼져갔다. 그의 시신은 영면한지 백25년이 지난 지금까지 썩지않고 성당 오른편 제대위에 잠자듯이 누워 계신다. 돌아가신후 전세계 주임신부들의 특별 수호자가 됐다. 그의 시신앞에서 세계각처에서 온 본당주임신부들 40만 명이 미사를 봉헌하고 갔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