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사(1-11장) 개요
태고사(太古史)는 창세기 1장부터 11장까지이다. 이 부분은 12장 이하에 기술된 성조사(聖祖史)의 서곡이며 신구약성서 전체의 서문이다.
사실상 태고사는 아무도 모른다. 인류의 출현은 현대 과학자들이 추산하는바와 같이 일백오십만년 이전의 까마득한 선사(先史)시대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창세기의 태고사가 현대적 의미의 역사일수는 없다. 그렇다고 하여 태고사가 꾸민 이야기라거나 뭇 신화나 전설뿐이라는 말은 물론 아니다. 영감 받은 성서저자는 창세기의 태고사에서 인간실존을 설명하며 인류구원을 위한 중대한 진리를 가르친다. 그리고 여기에서 저자는 『인간이란 무엇이며 이세상은 무엇인가』등 인생의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을 구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이 세상에서 체험하고 알 수 있는 범위내에서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태고사의 사건들과 인류의 퇴폐적 경향은 인간이 참으로 악의 세력을 극복하려면 하느님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함을 보여주는데 있다. 이처럼 저자는 태고사의 사건들을 심사숙고하고 상상하며 인간의 온갖 고뇌를 설명하고자 한다. 이는 저자뿐 아니라 선민 이스라엘이 장구한 세월에 걸쳐서 하느님과 인간관계에 대하여 묵상하고 체험한 데에서 나온 해답이다.
그런데 우리는 인간 실존에 관한 문제를 언제, 어디서나 뼈저리게 겪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태고사로 소급시켜서 그 원인을 설명하는 것을 원인론적 설화라고 한다.
주제와 구성
태고사의 일관된 주제는 유일하고 절대적이며 완전하고 거룩한 하느님의 창조와 주재하심이다. 이 진리는 추상적이거나 과학적인 용어로가 아니라 시적(詩的)으로 표현되고, 당시 사람들에게 익숙했던 신화적 설화의 형태로 묘사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창조주요, 역사의 주관자인 하느님께 대한 견실한 신앙이 주제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태고사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야훼계 전승은 태초의 무질서 상태에서 이루어진 창조를 서술한다. 그리고 태고사에서는 창조된 우주와 인간이 죄로 인해 다시 무질서해 지며, 노아 홍수를 통해서 질서를 되찾게 됨을 묘사한다. 또한 태고사는 노아 이후로 또다시 타락한 인류가 구원받기 위해 아브라함이 등장하기 전까지의 다음 6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1)7일간의 창조와 하느님의 휴식(1ㆍ1-2ㆍ4a) (2)남녀의 창조와 낙원과 인각의 죄(2ㆍ4b-3ㆍ24) (3)카인의 살인(4ㆍ1-16) (4)홍수와 노아에게 하신 하느님의 약속(6ㆍ5-9ㆍ17) (5)노아의 저주와 축복(9ㆍ18-29) (6)바벨탑(11ㆍ1-9).
이 이야기들은 카인의 족보(4ㆍ17-24) 셑의 족보(4ㆍ25-32) 셈의 족보(11ㆍ10-32) 등 네가지 족보로 연결되어 있다.
태고사의 신화적 요소
창세기의 태고사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종교적 신화들과 공통점이 많다. 신화는 의심없는 어떤 사시로가 환상적인 요소가 복합되어 이루어진 이야기이다. 이러한 이야기 신화는 그 전승과적에서 원래의 기원을 잃어버릴 수 있다. 다른 한편 신화는 한 위대한 교사가 자신의 목적과 의도를 전달하려고 만들어낸 의식적인 창작품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아담과 하와가 살던 에덴동산의 위치가 어디인지 등을 묻는 것은 그릇된 질문이다. 어떤 학자는 아담이 「우리 안에 있는 각 사람」(Every man in us)이라고까지 주장한다. 마찬가지로 노아 방주의 크기와 항해의 적합성 여부 등에 관한 토론도 어리석은 것이다. 이 이야기가 가르치는 교훈은 항상 실재하는 하느님의 자비와 심판이다.
창조설화의 신화적 요소는 만물의 기원에 대한 나열이 아니다. 이는 인간사회 생활에서 볼 수 있는 혼돈과 질서, 생명과 죽음풍작과 흉작 등의 현상에 대한 설명이기도 했다. 그들은 새해 축제 때 태초의 혼돈을 극복한 질서의 승리를 재연하면서 공동체의 질서와 안녕을 기원하였다.
이처럼 신화는 공동체를 위한 종교의식의 도구로서도 사용되었다. 이 신화들은 공동체의 의식이 없어진 후에도 단순히 문학이라는 형태로 보존되었다. 태고사의 적자는 그 서술의 자료로서 신화를 사용하였으나 가혹한 시련을 거친 이스라엘의 신앙으로 그것을 다듬고 다시 썼다. 그는 일근지역의 신화를 도입하면서도 유일신 하느님께 대한 계시를 명백히 전해준다. 태고사의 신화적인 요소는 어디까지나 하느님의 계시진리를 전달해 준 그릇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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