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 온하늘을 채우고 기섭에게까지 날아오는듯한 그 소리는 그의 마음을 이상하게 안온시키는 듯도 하고 설레이게 만드는것도 같았다. 그는 그소리가 이상하게 듣기 좋았다. 그 소리가 아름답다고 생각하였다. 그 소리가 읍내의 모든 사람들에게 무엇을 알리며 외치는 소리 같다고 생각하였다. 어쩌면 사람들을 부르는 소리인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절로 그런 느낌이며 생각들이 그의 가슴에 피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마음이 그 소리의 마디마디 사이로 그 결 속으로 빨려드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 음결에 묻혀서 그 소리를 따라 자신의 마음이 멀리멀리 하늘 높이 훨훨 날으는 듯한 기분도 느꼈다. 정녕 신비스러운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소리가 종소리 같다는, 종소리일 거라는 막연한 생각만 하였다. 그 소리가 정확히 무슨 소리이며, 음내의 어디에서 나는 소리인지, 그리고 언제부터 울리기 시작하였으며 오늘은 왜 울리는지 등에 대해서는 하나도 알지 못하였다. 알 수가 없었다. 다만 그는 그로서는 처음 들어 보는 소리, 매우듣기 좋은 소리와 만나게 된 것이 기쁠 뿐이었다. 그런소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된 것이, 그리고 앞으로도 산마랑에서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으리라는 사실이 반갑고 기쁠 뿐이었다.
그 후로 그는 그 소리가 다시 듣고 싶어 지면 마을 어귀 고개마루 옆 산마랑으로 오르곤 하였다. 그 소리를 듣기 위해서 산마랑에 오르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소리는 자주 들려오지 않았다. 그가 산마랑을 오를 적마다 그소리가 들려오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어렵게 그 소리와 만나고 하였다. 그 소리를 처음 듣던 날의 그무렵을 어림잡아 맞추어도, 다시 듣지 못하는날이 많았다. 용케 그 소리와 만나는 날은 무척 반갑고 기분이 좋았지만, 오래 기다려도 그 소리를 듣지 못하는 날은 매우 아쉽고 서운하였다.
그러나 하여튼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그의 마음의 절로 평화로와졌다.
그는 가만히 앉아서 때로는 눈을 감고 그소리를 듣곤하였다. 마음이 그 소리를 따라 하늘멀리로 날으는듯 하면서도 마음은 더없이 안온하였다.
맑게 평정되어 때로는깊이 침잠하는 마음이었다.
애기씨에 대한 그리움도 그소리를 들으면 물처럼 가라앉는 것 같았다.
영주애기씨에 대한 괴이하고 해망적기도 한 소망같은 것도 스물스물 가라앉는것 같았다.
그리고 무릇 얄망궂은 마음이며 울가망한 심사들도…
때로는 애기씨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나래를펴서 아스라한 서울쪽 하늘로 하염없이 날아가는 듯도 하였지만, 얄망궂거나 울가망한 상태는 아니었다. 물론 애기씨가 절실히 보고싶은건 사실이었다.
뭐라 말할수 없는 매우고즈넉한 적막감이며 아픔이 그에겐 있었다. 공부를 몹시하는 때문인지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에도 집에 내려오지않고 명절때나 잠시 내려와있다 올라가곤하는 애기씨는 하얗고 예쁜 한마리 새와도 같았다.
아리잠직한 모습이 정녕 한마리새였다. 그런 애기씨는 한번도 기섭에게 반가운 눈길을 보내 주지않았다. 웬지 기섭앞에서는 부드럽고 따사로운표정이 아니었다. 기섭은 절로 몸이 굳었고 마음이 막막하였다.
애기씨와의 이질감이며 거리감 같은것이 울울창창하게 들어서고 때로는 거대한 강물처럼 그의 앞을 흐르는것 같았다. 도저히 헤어날수 없는, 정녕 울울창창하고 강물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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