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의 순서와 그 목적
첫번째 창조이야기(1.1-2.4a)에서 하느님의 창조는 두단계의 작업으로 이루어진다. 먼저 분리작업으로 하늘과 땅을、다시 땅을 바다와 육지로 분리하신다. 이같이 생활여건을 마련해놓고 그 속을 온갖 생물체로 채우시는 장식 작업에 들어간다. 땅에는 동식물이 자라고 하늘에는 새들이 날고 바다에는 물고기들이 서식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하느님은 만물의 영장 인간을 창조하신다. 이러한 창조의 순서는 우주생성의 과정을 설명하려는 목적이 아니라、세상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만물은 왜 존재하는가 하는 인간의 근원적인 진리를알리려는데 그 목적이있다. 창조가 정말 6일만에 이루어졌는가 하는 물음은 부질없는 의문이다.
제관계저자가 창조를 6일 성업으로하고 7일째 되는날 하느님의휴식을 말한 이유는 안식일의 중요성을 가르치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었음을 지난주에 이미 밝혔었다. 하루의 창조사업이 끝날때마다 『저녁이되고 아침이되니』 『보시니 좋더라』등의 후렴이 잇따르는것을보면、이것은 하느님의 창조업적을 찬미하는 찬미가로서 이스라엘 공동체가전례때 사용하기 위하여 쓰여졌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하느님의 창조로 비로소 시간과 공간이 생기고 이로써 역사가 시작되고 구세사가 전개된다는 진리를 가르치는데 있는것이다.
이스라엘의 창조신앙
첫번째 창조이야기의 저자는 당시의 원시적인 우주관을 따르고 있다. 또한 고대 앗시리아·바빌론·에집트·가나안 및 빨레스티나 인근지역에 널리 알려졌던 신화의 영향을 받기도했다.
고대 근동인들은 하늘이 3층으로 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일층은 새들이 날아다니는 대기권이고、이층은 해와 달과 별들이 매달린 천체권이며、삼층은 물이 있고 그위에 하느님의 거처소가 있다고 믿었다.
비가내리는 것은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구리로 된 궁창의 창문이 열려서 위엣물이 아래로 떨어지는 현상이라고 보았다. 땅은 견고한 받침대 위에 서 있는데 누군가가 그 받침대를 흔들어 대면 지진이 일어난다고 상상했다. 땅 아래는 사람이 죽으면 내려가는 임보(셔올 Sheol)가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창조신앙은 고대인들이 신으로 받들던 하늘과 천체들이 한갖 하느님의 피조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선언한다. 해와 달과 별들도 창조주 하느님이 하늘에 매달아 놓은 조명등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창세기의 창조설화는 이처럼 당시 신화의 양식과자료를 이용하면서도 그 신화적인 사상을 제거하고있다.
여기에 이스라엘 창조신앙의 위대함이 있다.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되었다는 점에서다른 모든 피조물과 구별된다. 인간이 닮은 하느님의 모상이란 불멸의 영혼이나 이성(理性)、또는 사랑을 뜻한다고도 해석한다. 그러나「하느님의 모상」이라는 신비로운 표현에는 인간이 하느님과 계약을 맺을 만한 하느님의 대응자 라는 의미가 있다. 인간 역시 하느님의 피조물이지만 그는 하느님의 창조업적에 협력하므로써 하느님의 창조에 참여하게 된다. 인간은 우주만물 위에 하느님의 대리인으로서 그분의 지배권과 영광에 한몫을하는 것이다. (시편 8.5-6) 「하느님의 모상」이라는용어는 인간이 하느님께 받은 이러한 기능과 사명과 하느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나타내는 말이다. 이 말은 또한 인간의 존엄성과 창조능력의 가능성과 그 책임을 상기시켜 준다.
비록 인간은 범죄로 그 존엄성을 손상시켰으나 계속 높은 위치에서 특권적인 부르심을 받고 있다. 하느님의 모상을 받은 인간은 모든 피조물 위에 하느님 다음가는 주인임을 자각해야 한다. 『자식을 낳고 번성하여 온 땅에 퍼져서 땅을 정복하고 다스리라』(창세 1.28)는 하느님의 축복은 인간을 모든 피조물의 지배자로 임명하는 말씀이다. 그러나 인간의 이 대사적(delegated)인 지배권은 하느님께 대한 인간의 순종을 전제로 한다. 정복하고 다스리되 하느님의 뜻을 따라 행사해야 하고 하느님 앞에 책임을 져야 한다. 즉 인간이 역사의 주인공이되어 사명감을 가지고 이세상을 하느님의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오늘의 한국교회와 우리 각자는 역사의 지배자인가、아니면 역사의 노예가 되고 있는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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