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년 박해시 순교자들 중에는 유명한 동정자매(童貞姉妹)가 있었는데, 김효주 아네스와 그의 언니 김효임(金孝任) 골롬바가 그들이었다. 그들 자매가 오직 주님을 위해 동정을 지키고 순교한 사실은 너무나 진실하고 값진 것이어서 우리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김효주 아네스는 1816년(순조16년)경 한강근처에 있던 밤선이라는 마을에서 태어났다. 본래 외교인 집안이었으나 부친이 사망한 뒤부터 모친과 그들 6남매가 함께 성교를 듣고 열심히 수계하였다. 아네스는 순전(純全)한 덕행이 외형에 드러나고 또한 숨은 덕이 많았으므로 성교에 입교한지 얼마 안되어 그녀의 아름다운 표양에 열복(悅服)하는 사람이 많았다 한다. 모친이 선종한 후 그녀는 언니 골롬바와 동생 끌라라와 함께 몸과 마음을 바쳐 동정을 지키기로 굳게 다짐하였다. 그리고 서울에서 약20리 떨어진 오빠 안또니오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며 아름다운 덕을 지켜나갔다. 기해년에 이르러 군난이 차차 심하여지고 사방에서 교우들이 체포되었다. 마침내 5월 3일에는 포졸들이 아는 사람을 데리고 내려와 아네스가 있던 안또니오의 집을 포위하였다. 그러나 안또니오의 가족들은 이미 이러한 사실을 알고 피신한 뒤였으므로 당시 그 집에 남아있던 아네스와 골롬바, 그리고 3살 된 어린아이 만이 체포되었다. 포졸들은 이들을 일단 마을의 이장에게 인도하였다가 어린아이만을 남겨둔 채 아네스자매는 서울 포청으로 압송하였다.
포장은 아네스자매가 압송되어 오자 위협하기도 하고 유혹하는 약속을 하기도 하며 배교를 시키고자 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답은 오로지 그러한 회유(懷萸)를 거절한다는 것뿐이었다. 그러자 포장은 몽둥이로 어깨와 팔꿈치와 무릎을 치게 하였고, 다섯 번이나 고문을 가하도록 하였다. 가혹한 고문을 당하는 가운데서도 그들은 하늘나라의 기쁨이 넘쳐 흐르는 것 같아 소리를 지르지도, 한숨을 쉬지도 아니하였다. 다른 증거 자들은 예수와 마리아의 정다운 이름을 큰소리로 불러 포졸들과 관원들의 분통을 터뜨리기도 하였지만 그녀들은 큰소리로 부르지도 않고 침묵 속에서 기도를 통하여 구세주와 통하고 있었다. 포장은 이와 같이 훌륭한 항구심이 어떤 마력(魔力)의 힘이라고 생각하여 등에 몇 가지 주문(呪文)을 쓰게 하고는 불에 달군 쇠꼬챙이로 그 글자들을 13군데나 뚫게 하였다. 그러나 그녀들은 결코 굽히지 아니하였으며, 이에 포장은 형벌을 중지시키고 달래보기도하며 다시 형벌을 가하는 것을 되풀이 하였다. 또 하루는 형리들이 아네스를 외딴 감방으로 끌고 가서 「학춤」이라는 형벌을 가하였다. 이 형벌은 죄수의 옷을 벗기고 손을 뒤로 결박지어 공중에 매단 후 여러 사람이 번갈아 매질을 하는 것이었다. 몇 분만 지나면 혀가 나오고 거품이 고이며 얼굴빛이 검붉어져서 쉬지 않으면 곧 죽게 되는 것이다.
형리들은 잠시 쉬었다가 다시 그 형벌을 가하는 동시에 일찍이 들은 적이 없을 만큼 혹독히 때리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럴수록 아네스는 더 열심히 자신의 고통을 천주께 바치며 신앙의 진리만을 믿고 있었다.
한편 포장은 동정녀들이 가장 귀중하게 여기는 순결을 빼앗고자 하여 옷을 벗긴 채로 아네스를 죄수들의 감옥에 들여보내 갖은 욕을 당하게 하였다.
이때 영혼들의 천상배필(天上配匹)께서 이러한 위기를 알고는 그녀를 구원하러 오셨다. 그 은총의 힘은 마치 옷처럼 그녀의 몸을 덮어주고, 초인적인 힘을 불어넣어 여자 한 사람이 남자 열 사람을 합친 것보다도 더 강한 힘이 되도록 하여 주었다. 그리하여 그녀가 2일 동안을 가장 악한 사람들 중에 있었지만 그들은 어떤 신비스러운 힘에 눌려 이제 새로운 아네스가 된 이 동정녀의 순결을 범하려는 생각을 갖지 못하게 되었다. 마침내 형리들도 그녀를 어찌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옷을 되돌려 주고 다시 여자 감옥으로 데려갔다.
그 후 아네스는 언니와 함께 형조로 이송되었으며 형조판서에게 그 동안 포청에서 받은 모욕을 호소하였다.
형조판서는 그 이야기를 듣고는 크게 노하여 국법대로 포장과 형리들을 처벌하였다. 그리하여 이때부터는 여교우들이 그러한 모욕을 당하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이후에도 아네스는 갖은 형벌을 받았으나 신앙의 힘으로 이를 극복하고는 몇 달 후인 9월3일, 항상 함께하던 언니 골롬바를 남겨두고 24세로 참수 치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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