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일. 「큰달」로 셈해서 하루를 더한 날이 이제 우리에게 남겨졌다. D데이인 5월 3일까지 불과 32번의 낮과 밤을 남기고 있는 최근, 2백 주년 기념행사위원회(위원장·경갑룡 주교)는 예보된 열풍을 눈앞에 둔 곳답게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각종 만남을 준비하는 부서들이 곳곳에서 뿜어내는 일기가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가운데서도 준비를 맡은 실무자들은 표현할 수 없는 긴장감과 초조함으로 잠을 설치는 나날이 빈번해졌다. 어떻게 하면 그분을 안전하게 모실 수 있을까? 어떻게 준비하면 제반 행사를 대가 없이 치루어 낼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분의 방한, 그 참된 의미가 이 땅 전역에 고루 스미게 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이어지는 물음과 격정 앞에 태산을 가슴에 안은 듯 중압감을 느끼다가도 교회 최고어른을 맞는다는 놀라운 사실을 거듭 발견해내고는 매 순간 새로운 기쁨으로 용기를 갖는 것. 그것이 바로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기념행사위원회의 솔직한 심정이라고 표현해 볼 수 있다.
교회의 체질대로 준비해온 내용들이 새로운 차원으로 재구성되는 과정에서 느끼는 이질적인 감정, 그것 또한 기념행사 위 실무자들이 넘어야 할 힘겨운 고개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는 그분을 우리의 잔치에 초대했고 기쁜 마음으로 그 초대에 응답하셨다는 점.
따라서 우리의 모든 준비가 최대의 정성과 사랑을 담아야 한다는 사실은 거듭 강조되어도 결코 지나치지 않는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하고 있다.
32일이란 수치가 이미 「그날」이 가까이 와 있음을 시사하고 있지만 준비의 막바지에선 이 시점, 교황방문을 준비하는 각부서의 땀 흘림은 현실의 급박함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고 있다. 교황방한에 있어 경호와 안전을 최우선에 놓게 되면서 각종 만남에 참가하는 참가자들의 신원문제가 급격히 부상한 것도 바쁨을 가중시키는 큰 요인이 되었다.
소규모 만남의 경우는 그렇다 하더라도 대규모 행사에 있어 개개인의 신원을 파악·점검하는 문제는 처음, 주최측을 당혹하게 할 만큼 무리한 문제로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무리일 것 같았던 신원파악의 준비는 행사가 임박해지면서 손쉽게 풀려나갔다.
그것은 어쩌면 교황성하의 안위를 최우선에 놓고자 했던 이 땅 1백70만 신자들의 한결같은 염원의 대변일수도 있었다. 그것은 또 교황성하를 사랑하는 이 땅 모든 신자들의 뜨거운 마음의 표출이기도 했다.
70미터 아니 2백 미터 밖에서건 교황성하를 대할 수만 있다면 모든 신자들의 마음은 오직 그 한곳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 같다.
지난 11월25일 교황성하의 방한이 공식 발표되면서 급진전되기 시작한 교황방한 준비가운데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 마음을 투입한 것이 바로 교황성하를 모시고 이루어질 각종 만남이었다. 신앙대회·시성식을 필두로 지방에서 개최되는 서품식과 성세·견진식·농어민 및 근로자와의 만남 등을 포함, 4박5일간에 전개될 각종 만남은 무려 17개에 이르고 있다.
계층별·단위 별 만남의 수가 많은 것만큼 요구되는 준비량도 상대적으로 급증, 각종 만남과 관계된 준비부서들의 움직임은 놀라울 정도로 민첩해졌다. 만남마다 이루어질 전례를 중심으로 너무나 짧게 이어지는 만남의 시간을 최대한으로 또 효율적으로 활용키 위해 머리를 맞댄 회의가 끊임없이 연결됐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김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한 수많은 회의를 통해 땀과 정성을 다한 지혜의 결정들이 속속 집약되면서 4박5일간의 미지수들은 짜임새 있는 모습으로 선보이기 시작했다. 물론「경호」를 최우선에 놓은 입장이라는 점에서 준비요원·책임위원, 그리고 교회장상들 외에는 구체적인 일정 등 내용전반은 아직 알려질 수 없는 단계에 있고 그것은 또 당연한 현실로 별다른 무리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때문에 이 땅의 최대 손님을 모시는 기쁨의 물결은 불과「D데이」를 30여일밖에 남기지 않은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어찌면 너무나 조용히 잠자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있다. 그러나 그분은 지나친 환대와 영접을 받으러 이 땅에 오시는 것이 아니라 오직 기쁨과 평화를 주시기 위해 오신다는 사실에 한번쯤 유의해 본다면 결코 들뜨지 않고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사랑과 존경을 가득 담은 마음으로 조용히 기다리는 것, 그것이야 말고 이 시점 우리가 갖추어야 할 자세라는 것을 너무나 자명하게 감지할 수가 있다.
어쨌든 걱정과 기쁨이 교차하는 불연속선속에서도 교황성하를 맞기 위한 일련의 준비는 마무리 작업에 돌입했다.
이미 구성돼 거듭되는 회의를 통해 제반 전례의 모체를 준비해온「전례특별위원회」는 그 중요함만큼이나 뜨거운 열의 속에 마무리 손질로 바쁜 시간을 쪼개고 있다. 특히 이 땅에서 처음 맞게 되는 시성 식 등이 대규모 전례를 준비하는 부서라는 점에서 더욱 큰 사명감이 「전례특별위원회」를 뜨겁게 하고 있다.
1천5백명선으로 규모가 드러난 신앙대회·시성식장 대규모 성가대는 명단이 확보돼 본당 별 연습에 여념이 없는 한편 곧이어 각 파트 별 연습과 종합연습 등으로 최선을 다할 자세에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구성된 통역 반은 수 차례의 교육을 통해 완벽한 통역을 위한 제반 자세를 가다듬었다. 또한 많으면 1천여 명 적으면 5백여 명 선으로 예상되는 취재기자단을 위한 프레스센타로서의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기자들의 취재를 도울 각종 보도 자료도 완비됐고 행사 기간중외신 기자들의 취재협조를 위한 봉사자 모집도 대충 마무리 됐다.
여기서 지난해 11월 기념행사실무요원들을 위해 마련된 연주회의에서 위원장 경갑룡주교가 강론을 통해 당부한 말씀을 특별히 상기해 봐야 할 것 같다.
그 말씀은 골인지점을 눈앞에 두고 최대의 질주를 하고 있는 주자들이 「正道」를 벗어나지는 않았는가 스스로 깨우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2백 주년을 기다리는 것이 내가 먼저 쇄신을 위한 것이라면 내가 먼저 쇄신이 되어야 합니다. 2백 주년을 기다리는 것이 고통 받는 모든 이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면 내가 그 빛 속에 살고 빛이 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