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마르타와 마리아의 이야기를 알고 계십니다. 마르타는예수와 그 일행을 어떻게 잘모실까하고 음식준비에 분주하였으나 마리아는 예수님의 발치에서 그 말씀을 듣고 있었읍니다. 시중드는일에 경황이 없던 마르타는 예수님께 마리아더러 자기를 거들어 주도록 타일러 달라고 불평했읍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읍니다. 마르타, 마르타, 너는많은 일에다 마음을쓰며 걱정하지만 실상 필요한 것은 한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참 중요한 몫을 택했다. 그것을 빼앗아서는 안된다』
지난해 5월14일 한국 천주교회 2백주년 준비위원의 봉사자세를가다듬기위해 열린 피정 개막미사중 강론을 통해 김수환추기경은 루까복음서 10장38장∼42장까지의 말씀을 인용, 기념행사 준비위원이 맡은「몫」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시해주었다.
이날 김추기경은『우리는 모두바르타의 역할을 맡고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면서도『우리는 마리아의 믿음의 자세도 함께 갖추어야한다』고 강조했다. 다시말해『우리는 마르타도 되어야 하겠지만 동시에주님과 함께 있을줄 아는 마리아도 되어야한다』고 지적한 김추기경은『우리는 마리아와 같이 늘 주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면서 주님과함께 삶으로써 마르타의 역할은 더 잘할수 있게될 것』이라고 2백주년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역할을거듭 천명했다.
이제 우리는 1년전 모든 준비위원들에게 당부한 김추기경의 말씀을 새롭게 상기해야할 시점에섰다.
밀어 닥칠 일이 너무 방대하고 또 바로 눈앞으로 그 일이 와있는 현실속에서 자칫 일을 잘하는 것만이 모든것에 우선하고, 그 일을 완벽하게 치루어 내는 것 만이 전부인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사실, 기나긴 준비과정을 거쳐오면서 수월하게 넘어가는 일도 많았지만 일의 성격과 규모상 넘어야할 고비는 무수했고 이어 넘어야할 고비는 무수했고 이어 지는 걸림돌 또한 준비위원들을 힘겹게 하는 요인이 됐다. 따라서 준비의 막바지에 와 있는 현재, 대부분의 봉사자들이 마르타의 역할에만 심취해 있다고도 볼수 있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걱정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발치에 앉아 그말씀을 들었던 마리아의 몫을 마르타의 일과 함께 갖추도록 한 김추기경의 당부를 이 시점의 우리 모두가 거듭 생각하고 챙겨야 하는 중요한 말씀임에 틀림이 없다고 볼수가 있는 것이다.
3월17일 2백주년 기념 신앙대회장과 시성식장 설치를 시작하는 기공식이 현지에서 거행됐다. 기공미사와 축성, 그리고 나눔과 격겨의 잔치로 진행된 이날 신앙대회기공식은 구체적인 어떤 사실보다는 피상적인 경향이 강하게 느껴져온 준비의 차원을 실질적인 분위기로 전환시키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다.
뿐만 아니라 모든 봉사자들에게는 그때까지만해도 저편에 있는 것 같기만한「그날」의 급박함을 강한현실감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새로운 다짐과 결의의 현당이 되었다.
2백주년 기념행사위원장 경감룡주교 주례로 박신언ㆍ안상인ㆍ서정덕신부가 공동집전한 이날 기공미사에서 참가자들은 한국천주교회2백년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게될 2백주년 기념 신앙대회와 1백3위 순교복자들의 시성식장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온 마음을 봉헌하는 자세로 꾸밀것을 굳게다짐했다.
영광과 찬미의 대제전, 그 현장을 마련하는 작업이 진행되는 것과 때를 같이해 교황방한 기간중 각종 행사에 필요한 각종 준비작업도 구체적인 매듭이 지어지기 시작했다. 2백년 한국사에 놀라운 경사인 시성식을 지켜보기위해 전신자들의 수송을 위한 수송계획도 환비됐다.
한치의 오차라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속에 20여개에 가까운 만남의 진행모습도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각 만남의 성격과 규모ㆍ참가자수등이 확정되면서 만남의 핵심을 이룰 전례도「미사」를 중심으로 다양하게 준비됐다.
아울러 서울의「신앙대회ㆍ시성식」대구의「서품식」광주의「성세ㆍ견진식」의 주제도「증거」「나눔」「화해」로 각각 설정됐다.
시성식 (서울), 서품식 (대구), 성세 견진식 (광주) 을 핵심행사로 잠시도 쉴사이없이 이어질 작은 만남들도 나름대로의 색깔과 개성으로 준비되기 위해 열띤 시간을 수도없이 할애했다. 그 내용들은 교황청 실무자와의 연락이있은후 곧잘 변경되고 또 수정되곤 했지만 그 같은 수정사항들도 별 탈없이 받아들여진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어쩌면 그것은 종반전에 접어든 현재 과연 그 무엇이 문제로 느껴질수 있을것인가 하는 의문이들만큼 절박하고 다급한 시점에 서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함께 느끼고 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이런 와중에서 교황성하가 한국방문의 항로를 KAL기 피격의「비극의 항로」를 선택하셨다는 소식이 외신으로 전해졌다. 한국민의 슬픔, 아픔을 함께 하시겠다는 그분의 깊은 뜻, 그 사랑의 마음은 교황방한을 준비하는 실무자들은 물론, 모든 신자들과 이당의 무수한 사람들에게까지 강한 충격으로 날아왔다.
이와함께 방한에 대비하기 위한 교황의 한국말 공부소식도 심심치 않게 외신을 장식, 우리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시간을 쪼개어 틈틈이 배운다는 그분의 한국어 실력을 이제 불과 25일후면 우리는 어린아이와도 같은 마음으로 지켜볼수가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사랑으로 충만한 우리의 마음을 한껏 쏟아넣은「한국식 제의」(?) 도 수차례의 고증을 통해 마무리단계에 있고 각종만남을 통해 교황께 드릴 사랑의 선물도 작고 소박한 향내를 지닌채 거의준비가 완료됐다.
이제 수년동안 모색해온「우리의 길」은 이미 선택되었고 또다른길의 선택권이라곤 도무지 우리에겐 있을수가 없게 되었다. 우리는 뒤를 돌아다볼 여유조차 없는 시점에까지 온 것이다.
5월3일 그날까지 25일이 남은 지금 우리가 해야할 가장 중요한 몫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과 기도.
제단이 너무높아 교황님의 얼굴을 뵙지 못할까 안타까와하는 사람들과 경호원아저씨들의 팔에 밀려 교황님의 손을 잡아보지 못할까 걱정이 태산인 꼬마들의 조바심, 이들의 안타까움과 걱정이 최대한으로 줄어들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2백주년의 모든 행사가 우리의 자랑이 아니라 하느님께는영광을, 이 민족에게는 선익을 주는 계기가 되도록 오늘 함께 기도를 바쳐야 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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