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창세기3ㆍ14~19)
하느님의 명령을 어긴 범법자들은 그 죄에 따라서 벌을 받는다. 먼저 유혹자인 뱀에게 가장 엄중한 벌이 내린다. 뱀이 땅을 기어다니며 흙을 먹어야 한다는것은 패배와 굴욕과 저주의 상징이다.
이로써 성서는 유혹자가 비록 유혹에는 성공했다 할지라도, 그 죄의 벌은 피할 수가 없음을 가르친다.
여인에게 내려진 벌은 여성의 고유한 품위에 가해지는 것으로 모성으로서의 특권이 오히려 짐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창조주께 받은 남녀의 이상적인 관계가 불균등해졌다. 인생의 동등한 반려자로서 남녀의 인격적인 만남이 범죄이후로는 무절제한 육젇이나 소유욕의 관계로 전락할 위험을 지니게 되었다.
남자에게 대한 처벌은 그가 다스려야할 주변 환경에 대한 저주로서 구체화된다.
땅에는 온갖 열매맺는 나무들 대신에 잡초가 자라고, 인간은 고된 노동에 수고하며 땀을 흘려야 했다. 땅을 가꾸고 경작하기 위한 유쾌한 노동이 힘겨운 고역이 되었고 인간의 삶도 종말에 가서는 죽음이 기다리는 무의미한 삶이 되었다. 인간이 하느님을 떠난 그때부터 인간의 삶이나 노동이 그처럼 고통으로 변했다.
용서와 자비
하느님은 죄를 범한 인간에게 벌을 주셨지만 저주하지는 않으셨다. 인간의 범죄후에 하느님은 그들이 두려워하던 즉각적인 죽음대신에 그들에게 언젠가는 죽게될 결정적인 운명을 확신시켜 주셨을 뿐이다. 더우기 뱀에 대한 저주의 말을 통해서 구원의 서광을 비추어 주신다. 여기서 뱀은 인간이 평생을 두고 싸워야 할 악의 상징이다. 교부들은 이 싸움이 그리스도가 오시어 뱀의 머리를 밟아 부술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았다.
이 싸움의 승리가 언제어떻게 이루어질 것인지에 대한 기술이 구약성서 전반에 흐르고있는 메시지이다. 저주받은 뱀이「여인의 후손」에게 패하리라는 창세기 3장15절의 말씀은 인류구원을 위한 희망의 표지라고 할수 있다. 그러므로 이 구절의 말씀을 시원전(始源的)복음 또는 첫복음(Proto evangelium)이라고도 한다.
하느님은 범죄한 인간을 용서할뿐 아니라 보호하신다. 하느님이 원조에게 가죽옷을 만들어 입혔다는것은 바로 하느님의 사랑과 배려를 나타내는 말씀이다. 범죄한 인간은 알몸의 수치와 두려움을 느끼며 스스로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 무화과나무잎으로 앞을 가리웠다. 이 인간에게 하느님은 나뭇잎으로 만든 엉성한 가리개대신 가죽옷을 주심으로써 불안한 가들을 감싸주신다.
이제 남자에게 예속되고 산고를 겪으며 살아야 하는 여인과, 괴로운 상태에서 삶을 영위해 가야하는 남성은 하느님의 용서와 자비를 신뢰하게 된다.
낙원에서의 추방(3ㆍ22~24)
인간은 낙원에서 추방당함으로써 하느님과 가까이 지낼 수 없게 된다. 이 설화를 통해 성서저자가 우리에게 알려주려한 메시지는 신명기 30장 15~20절의 다음 말씀이다. 『보아라 나는 오늘 생명과 죽음, 행복과 불행을 너희 앞에 내 놓는다. 너희 하느님 야훼를 사랑하고 그가 지시하신 길을 걸으며 그의 계명고 규정과 법령을 지키면 너희는 복되게 살며 번성할것이다. 그러나 너희 마음이 변하여 순종하지 아니하면, 하느님께 추방당하여… 너희는 반드시 망하리라』
낙원에서의 추방은 인간에게 있어 하느님의 곁을 떠나는 쓰라림을 뜻한다.
그러므로 인간에게 죽을 운명을 주신 것은 오히려 하느님의 자비에 기인한 축복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인간은 생명의 근원인 하느님을 떠나서는 살수가 없고, 인간에게 있어 추방된 상태에서의 끝없는 삶이란 죽음보다 더한 벌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같이 성서는 낙원에서의 추방까지도 하느님의 은혜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이 실락원의 설화로써 두번째 창조이야기(창세2ㆍ4b?3ㆍ24)가 마감된다. 이 부분은 인간이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져 가는 인류 타락의 서곡이며 하나의「범죄사」이다. 이와같은 창조설화를 구원사의 첫머리에 둔 것은 창조가 인간을 조건없이 용서하시고 자비로이 계약을 맺어주시는 하느님 사랑의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창조는 세상과 인간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지혜와 전능의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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