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의 날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무수한 이들이 밤을 지새며 쏟아넣은 사랑과 정성、그 결정이 모습을 드러낼 멀지 않았다. 막막함속에서도 용기를 찾고 깜깜함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며「無」에서「有」를 만들어낸 의지의 사람들、기념행사위원회(위원장·경갑룡 주교)신앙대회분과 위원회 실무위원들은 이제 다시한번 심호흡、마음을 가다듬으면서 마지막 점검에 들어갔다. 2백년 한국교회사에 있어 무한한 영광과 기쁨을 안겨줄 순교복자 1백3위의 시성식 그 현장은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가? 순교선열의 참 신앙과 삶을 증거하는 계기가 되도록 마음을 여미고 있는 이땅의 모든이들을 격려하시고자 오시는 교황성하、그분을 맞을 준비는 어떠한가? 어디까지 와 있는가?
지난 3월 18일 여의도 현장에서 조촐한 기공식을 출발신호로 막이 오른 2백주년의 하일라이트 2백주년 기념신앙대회 시성식장은 현재 골조공사완료에 이어 마지막 단장을 남긴채 역사적인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시간을 아끼고 쪼갰던 실무위원들、그리고 제작팀에게는 모든것을 바친 한달열흘 남짓한 공사기간이 불타올랐기 때문일까?
어려움을 호소할 시간적 여유마저 없었던 일들 봉사자들에게 40여 일간의 그날들은 매일매일 지독한 몸살을 앓아야했던 격전의 순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때로는 신앙심으로、때론 무서운 의지와 집념으로 한없이 밀려오는 불안함과 조급함을 다져온이들、봉사자들의 인고에 힘입어 황량하기만 했던 여의도 기념식장 한곳에는 2백주년 기념 신앙대회·시성식장이 그모습을 드러낼수가 있었다.
나는 시작이며 끝이라고 하신그리스도의 말씀을 따라 시작과 끝을 의미하는 알파·오메가형으로 제작된 대제단은 이제 마지막 손질과 단장을 남기고 우뚝한 모습을 나타냈다. 「그날」만을 기다리며…
한국천주교회사에 있어 기념비적인 대행사、신앙의 대제전으로 기록될 여의도 신앙대회 시성식장의「메인제단」과 교황성하께서 사용하게될「의자」도 이미 제작을 완료했다.
2백주년의 마크와 전통적인 한국식 문양이 조각되어진「제대」와「의자」는 교황성하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제의와 함께 교황성하께 대한 한국교회의 사랑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고 볼수있다.
교황성하의 제의는 대행사를 집전하실때 입게될 일반제의와 조선왕조의 예복인 곤룡포를 재현한 한국식 제의(?)등 모두 2벌.
이밖에 교황성하와 함게 대행사에 참석하게될 80여 명의 국내외 주교단의 제의도 제작이 완료됐으며 1천3백여 명의 사제단을 위한「영대」도 별도로 제작됐다.
3월 18일 기념식장 기공식 이후 전례 시설 동원 진행 등 각 파트별로 눈에 불을 켠듯 발전시켜온 행사의 제반준비는 4월 14일「여의도 신앙대회·시성식」을 치루기 위한 임원발단식으로 절정을 이루었다. 각본당 동원·인솔 등 실무책임자 3천5백여 명이 참가한 이날 임원발단식은 이땅 최대의 대제전을 이루겠다는 뜨거운 열의와 함께 기도하면서 최선을 다 할 것을 다짐하는 선서의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각 본당 책임실무자들의 선서를 받은 행사위원장 경갑룡 주교는 격려의 말을 통해 우리 모두는 다시한번 천주교 조선교구 설정 1백50주년 기념대회때의 열심을 되살리자고 강조하면서 2백주년 신앙대회 및 시성식이 이땅 최대의 기쁨의 행사가 되도록 모든 지혜와 힘을 모으자고 호소했다.
현재 여의도 행사의 참가 예상인원은 55만명 정도. 몇년사이 늘어난 건물 등으로 실제 사용면적이 크게 줄어든 현실때문에 참가자의 수를 대폭으로 제한할수 밖에 없었던 것도 신앙대회 분과위가 넘어야할 가장 높은「벽」중에 하나였다.
여의도 행사가 마무리를 향해 치닫고있는 동안 서울을 비롯、전국에서 전개될 각종 행사·만남을 위한 준비도 함께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 현재의 공정은 99%까지 완료된 상태로 평가할수가 있다.
각 행사·만남의 성격에 따른 전례·예절도 이미 각각 독특한 분위기의 모습으로 만개할 그날만을 기다리고 있는가 하면 행사장마다의 시설도 20일현재 1백%의 공정율을 보이고 있다. 기둥탑·아치현수막 등 다양한 모습의 환영장식도 모두 교황성하께 대한 사랑의 마음을 가득 담은채 무수한 이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모든 실무위원들이 무엇보다도 마음을 써야했던 것은「증거」를 주제로한 여의도 신앙대회 시성식의 의미가 준비과정에서부터 드러나도록 해야한다는 점이었다.
신앙대회 및 시성식은 스스로 진리를 찾아 신앙을 받아들이고 실천하였으며 세계 교회사에 유례가 없이 1만 명 이상이 목숨바쳐 진리를 증거한 순교선열들의 정신을 기리는 곳이 되어야하기 때문이었다.
또한 우리는 그 피를 이어받은 후예로 이땅에 그리스도의 진리를 증거할 사명을 갖고 있다는 것을 다지는 신앙의 대제전이 디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어쨌던 미사전 예절·기념미사·시성식으로 이어질 이날 신앙의 대집회는 김수환 추기경과 교황청시성성성장관인 빨라치니 추기경이 교황께 한국순교목자 1백3위의 시성청원으로 클라이막스를 이루게된다. 교황성하의 시성선언、시성선포로 우리 한국교회는 2백년 역사상 최초로 성인을 모시게 되는것이다. 그것도 이탈리아를 비롯 불란서·스페인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성인을.
그러나 한국교회의 역사적인 이벤트-2백주년 기념과 시성식은 우리 2백만 신자들에게 기쁨과 흥분의 제전으로만 남아있어야 할것인가? 아니 이땅의 무든 이들에게 놀라운 한 행사로만 받아들여져야 할것인가?
혹시 시성식장 맨 앞자리를 불우한 이웃·장애자들에게 할애、교황성하의 따뜻한 손길이 닿도록 배려했다고 해서 우리가 해야할 가장 중요한 몫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는 않고있는지? 이제부터 우리가 해야할 몫은 최대의 겸손으로 기도하는것이라 생각된다. 성인을 탄생시킨 전인류를 위해 과연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어떤 모습의 교회가 되어야 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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