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종교계의 지도자 여러분,
한국에 올 마음 준비를 하면서 이 전통 깊은 나라의 정신적 지도자이신 여러분과의 만남을 특별히 기대하였읍니다.
여러분도 아시듯이 이번 방한의 주목적은 천주교도로서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의 믿음을 돕고 두텁게 할 의무를 느낀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울러 수천년의 고귀한 문화유산과 탄복할 전통의 계승자이자 산 증인인 여러분께 충심으로 경의를 표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오늘 이렇게 와주시어 그럴 기회를 마련해 주셔서 매우 감사합니다.
천주교회는 고금 역사를 통해 인류를 이끌어온 모든 위대한 종교와 우호적 대화를 하려고 힘쓰고 있읍니다. 또 앞으로도 상호간의 이해와 협동을 더하고자 그런 대화를 계속하여, 우리 모두가 받드는 정신ㆍ도덕ㆍ가치가 오늘의 인간 세계에도 슬기와 내면의 힘을 주게끔 하려는 바입니다.
과연 종교는 오늘 한국처럼 급격한 변천에 놓인 사회에서는 지난 어느때 보다도 결정적 역할을 맡았다 하겠읍니다. 어느 의미로는 마치 개개인간이 자신을 초월함으로써 참 자아를 찾아야 하듯이 인간들의 공동체인 사회와 문화 또한 그 혼을 이루는 정신가치를 기르도록 힘써야 하는 것이 아니겠읍니까. 이 엄연한 사명은 오늘의 생활에 끼쳐지는 변화가 심각할수록 그만큼 더 긴요하다 하겠읍니다.
이런 점에서 세계는 특별한 관심으로 한국을 바라보고 있는 터입니다. 그것은 이 땅의 겨레가 그 유구한 역사에 걸쳐 자아의 쇄신과 아울러 덕행과 웅지로 온 민족의 단결을 꾀하는 길을 유교와 불교의 위대한 도덕ㆍ종교관에서 찾아온 까닭입니다. 생명과 자연의 깊은 존중, 진리와 조화의 추구, 극기와 짝하는 자비심, 초탈을 향한 부단한 정진-이 모든 것은 분명 시대의 풍파를 헤치고 나라와 겨레를 평화의 안식처로 이끌어왔고 또 앞으로도 이끌어줄 여러분의 정신적 전통의 고귀한 특성입니다.
우리들 간에 종교관ㆍ윤리관이 다양함은, 도리어 진실한 형제적 대화를 이루어 인간에게 공통된 것이 무엇이며 무엇이 인간간의 우애를 기르는가를 유심히 살피도록 우리에게 요구하는 바입니다.
(비 그리스도교에 관한 선언1) 이런 일치된 노력은 틀림없이 정의와 자비심이 피어날 수 있는 평화의 분위기를 자아낼 것입니다.
천주교의 우리들은 최근 이른바 구원의 성년이라는 해를 지냈읍니다. 은혜로운 그 기간 동안 그리스도 안에 우리에게 베풀어진 화해의 선사 따라 살고자 했고 하느님 및 이웃과의 화해에 힘썼읍니다. 서로 다른 전통의 신자들 간에 그리고 종교들 간에, 우리 모두의 선의로 인류 가족의 안녕에 이바지할 본분으로, 서로의 생각과 마음이 그처럼 만날 수 있다면 그 얼마나 좋겠읍니까.
가톨릭교회가 예수그리스도를 전하고 다른 종교와의 대화에 임하는 것은, 모든 시대의 모든 사람에 대한 그분의 사랑을 말하고자 해서입니다.
그 사랑은 세계의 화해와 구원을 위해 십자가상에서 드러난 사랑이기 때문에 교회가 모든 민족과 종교와 더욱더 깊은 친교를 도모하는 것은 이런 정신에서입니다.
이제 곧 부처님 오신 날을 축제로 맞을 불교의 여러분에게 각별히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넘치는 기쁨과 가득한 즐거움이 여러분의 것이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다시한번 여러분께 존경과 우의를 표합니다. 우리 모두가 주어진 큰 책임을 슬기롭게 다할 수 있도록 빛을 받기를 빕니다. 감사합니다』
특집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