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역사적인 한국방문은 가톨릭신자들만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전체 한국민에게 사랑과 평화 그리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려는데 있다. 그래서 한국방문 4박5일간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만남」이 계획돼 있었는데 이 가운데 타종교지도자들과의 만남이 6일 교황대사관에서 베풀어졌다.
교황과 타종교인들과의 만남은 지금까지 20회 걸친 해외순방 중 한번도 빠진 적이 없는 중요일정중의 하나였다. 그것은 제2차「바티깐」공의회부터 공식화되기 시작한 교회일치운동을 교황자신이 솔선수범하면서 지역교회들에 그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가톨릭교회는 제2차「바티깐」공의회를 통해 「일치운동에 관한 교령(敎令)」을 발표하고 교회일치의 당위성과 중요성 그리고 그 기본원칙과 방향 등을 제시했다.
일치운동의 필요성은 같은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이 교파가 다르다는 이유로 불복과 질시 상호 비방을 계속하지 말고 그리스도 안의 한 형제로서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하자는데 있다. 그래서 상호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대화를 통해 공동선을 추구하며 종국에는 하나로 일치하려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가톨릭교회에서 갈라져나간 교파는 크게 동방과 서방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동방은「에페소」나 「칼체돈」 공의회의 교리표현방식에 대한 논쟁과 그 후 동ㆍ서방 간의 교회적 결합이 이루어지지 않은데 분열의 원인이 있다.
서방에서는 4세기 이상의 세월이 지난 후 소위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을 계기로 국가별로 혹은 신앙별로 여러 교단이 가톨릭교회에서 갈라져 나가 오늘날 수천종파를 헤아리고 있다.
가톨릭교회에서 갈라져 나간 동ㆍ서방 그리스도교파들과의 일치시도는 역사적으로 몇 차례 부분적으로 있어왔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 당시 가톨릭교회의 태도는 타종파를 받아들이고 형제적 사랑을 실천할만큼 너그럽지도 못했다.
그러다 1949년 12월 2일자로 교황청이「가톨릭교회」란 교서를 발표, 가톨릭신자들의 일치운동참여를 제한적으로나마 허용하기 시작했다.
이때를 계기로 현재 교황청 크리스찬일치 사무국장으로 있는 화란의 빌레브란츠 추기경 등 50여 명이 1952년 「일치문제를 위한 국제 가톨릭협의회」를 조직, 일치문제를 본격적으로 연구함으로써 마침내 1959년 교황 요한 23세가 공의회 소집의사를 밝히도록 자극하기에 이르렀다.
요한 23세는 1960년 교황청 내에 그리스도교 일치 사무국을 설치했는데 이 사무국은 바오로 6세가 소집한 제2차「바티깐」 공의회 기간뿐 아니라 공의회 후에는 타교파와의 일치를 추진하는 공식기관이 됐다.
제2차 「바티깐」 공의회를 통해 교회일치운동 추진을 공식 선포한 교회는 교황청차원에서는 물론 전 세계 각국 교회에서도 이를 적극 전개하도록 요청했다.
먼저 교황청차원에서 교황 바오로 6세는 1964년「예루살렘」 성지순례때 동방정교회수좌 아테나고라스1세 총대주교와 역사적인 상봉을 가짐으로써 양교분리 9백여년의 철벽을 허물어뜨린 것을 필두로 성공회ㆍ아르메니아 정교회ㆍ콥트정교회 등 거의 모든 동방정교회들과 단절을 깨고 대화와 공동 협력의 창구를 열었다.
다음으로 각국 지방 교회에서도 공의회 가르침에 따라 각 종파간 활발한 일치운동을 전개, 각국마다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교단산하에 일치위원회를 두고 전국 및 교구차원에서 일치운동을 전개해 왔는데 그 중에서도 60년대 말부터 70년대에 걸친 운동상은 획기적인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60년대 말 가톨릭과 개신교가 함께 착수한 신ㆍ구약성서 공동번역은 괄목할만한 것으로 71년에 신약성서를, 77년에 구약전권 번역본을 출간했다.
성서공동번역과는 별도로 합동기도회나 각종 공동활동이 70년대 초반부터 진행돼 일치분위기가 고조됐으나 근래에 와서는 일부 지역적인 일치운동을 제외하는 뚜렷한 진전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2천년 가톨릭교회사상 교회일치분야에서 금자탑을 세운 바오로 6세를 계승한 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선임자의 유업을 이어받아 각국 순방지마다 그리스도교인들은 물론 비그리스도교인들에게까지 일치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해오고 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1981년 일본과 필리핀방문 도중 2월 21일 「마닐라」에서「라디오 베리따스」 방송을 통해 아시아인들에게 각 종파간의 대화를 촉구했다.
이 방송메시지에서 교황은 『모든 크리스찬은 모든 종교의 신앙인들과 대화를 가짐으로써 상호이해와 협력이 증진되고 도덕적 제가치가 강화되며 하느님이 모든 피조물의 찬미를 받으시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교황은 『세계 어디서나 특히 고대문화와 종교의 요람지인 아시아대륙에 있어 이 대화가 실현되도록 대책이 수립돼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6일 교황과 타종파지도자들과의 만남이 다소 부진한 한국교회 일치운동에 새로운 활력과 진로를 제시해 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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