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취재반】이 땅에 그리스도의 복음이 전해지기 전부터 한 민족의 심성과 문화에 깊이 뿌리내린 전통종교 대표와 복음 안에 한 형제들인 한국 개신교계 대표들을 만난 교황은 인류의 발전과 공동선을 추구하는 종교의 공통된 삶을 확인했다.
지난 5일 한국순교복자 103위를 성인반열에 올려 한국 정신문화의 새로운 장을 열게 한 교황은 시성식을 마친 후 오후 3시30분부터 궁정동 교황대사관에서 전통종교 지도자와의 만남과 기독교계 지도자 만남을 연이어 가져 상호이해와 협력을 도모했다.
이날 오후 3시30분부터 마련된 교황의 전통 지도자와의 만남은 교황이 비그리스교국가를 방문할 때마다 전통종교에 대한 가치를 재인식하고 그 나라의 전통과 문화에 그리스도교 신앙을 접합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반드시 마련되는 중요한 만남이다.
특히 유구한 역사를 가진 동양종교를 보다 깊이 이해하고 동양문화의 전통을 존중하는 자세를 표명해온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한국방문을 준비하면서부터 한 민족의 전통종교인 유교 불교 지도자와의 만남을 기대해왔다.
이 같은 교황의 깊은 관심 속에 마련된 6일의 전통종교 지도자와의 만남에는 유교와 원불교 천도교 불교 등 한국 전통종교지도자 및 관계자 10여 명이 참석, 교리를 떠난 형제적 대화를 나눴다.
이날 교황과의 만남에서 원불교 지도자 김대거대법사는 인사말을 통해 『전통종교와 그리스도교 사이에는 교의적인 차이가 있지만 결국 모든 종교의 역할은 동일하다』고 말하고 종교인들의 일치된 노력을 강조했다.
전통종교지도자 모임에는 유교 측에서 성균관 원로 이병주 이종명씨와 성균관 이사장 김종호씨, 원불교 측의 김대거 대법사 전팔근 교무 박길진 원광대학교 총장 및 불교의 서경보 스님이 참석했으며 천도교에서는 고정훈 교령 곽훈 종무원장이, 대종교에서는 권태훈 총전교ㆍ나을용 총전리가 각각 참석했다.
전통종교지도자와의 만남에 이어 25분여에 걸쳐 마련된 교황과 갈라진 형제들과의 만남은 서로 하나 되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뜻 깊은 자리가 됐다.
이 모임에서 한경직 목사는 우호와 경애에 가득 찬 환영사를 통해 『오늘 103위 순교자들의 시성식을 이 땅에서 거행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핵전쟁과의 위협과 불의 폭력의 이 시대에 성하께서 이 땅을 찾아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고 거듭 감사와 환영의 뜻을 전했다.
이어 한 목사는 『이번 성하의 방문으로 천주교뿐 아니라 온 민족이 영적으로 축복받는 복음화의 계기가 될 것』을 기원했다.
이어 강원용 목사는 『예수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이 나라 모든 교회의 대표가 함께 교황성하를 만나게 된 것은 우리가 오늘날까지 해온 무관심상태에서의 분리를 종식시키라는 주님의 뜻』임을 전제, 『이 만남이 나뉘어졌던 역사가 일치의 역사를 이루는 결단의 계기가 될것』을 간절히 소망했다.
이날 개신교 측에서는 한경직 목사ㆍ백낙천 연세대 명예총장ㆍ강원용 목사ㆍ조향록 목사ㆍ전재성 장로ㆍ오건 장로ㆍ김해철 목사ㆍ최영환 목사ㆍ강병훈 목사ㆍ김경래 장로 등 10명과 성공회측에서는 ㆍ이천환 주교 배두환 주교 및 김진만씨 등 3명, 정교회 측에서는 소리티우스 주교와 나찬규 신부 등 2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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