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 예수
젊음과 기쁨에 가득 찬 사제수도자 여러분을 만나게 되니 참으로 흐뭇합니다.
『행복하여라.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니』(마태 5ㆍ10). 우리 구세주의 이 말씀의 진리, 곧 진복팔단의 진리는 한국순교자들의 영응적증거로 드러났읍니다. 참혹한 박해와 죽음을 당한 이들 거룩한 남녀노소는 과연 복된 분들입니다. 그들은 소심하고 나약한자들을 그리스도의 용감한 증인으로 일변케 하는 하느님 힘의 상징인 것입니다. 복음을 위해 죽임을 당한 그들이기에 하늘에서 큰 상을 받고 온 땅에서 교회로부터 숭앙되는 것입니다. 그분들이 이제 구세주 앞에서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것은 『예수의 이름으로 말미암아 모욕을 당하는 특권을』(사도5ㆍ41) 받았기 때문입니다.
산상수훈의 진리는 사제직과 수도생활에서도 드러나는데, 그것은 이런 삶이 진복의 특수한 체현인 까닭입니다. 여러분은 사제로서 또 수도자로서 하느님께 복 받는다는 것이 어떠한 것인가를 증거합니다.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으로 택한 독신생활 또는 정결서원으로써 여러분은『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뵈오리니』(마태5ㆍ8)하신 말씀을 믿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남을 위한 아낌없는 봉사에서 여러분이 사는 복음적 가난은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니』 (마태5ㆍ3)하신진복의 첫마디를 선포하는 것입니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양상으로, 혼자서 또는 같이, 여러분은 진복팔단을 체현하려고, 진복이 과연 참된 성덕으로 나아가는 그르침 없는 길이라는, 산 증거의 생활을 하려고 힘쓰고들 있는 터입니다.
이제 잠시 나의 형제. 사제 여러분에게 한 말씀 드리겠읍니다. 여러분 나라에서 이 땅의 순교자들을 시성할 수 있다는 것이 한국에 내가 온 가장 큰 기쁨 중의 하나입니다. 그들 가운데에는 한국의 첫 사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도 계십니다. 시성의 역사적 거행은 여러분의 빛나는 그리스도적 유산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줍니다. 동시에 여러분 마음 안에 성덕으로 정진하려는 열의와 여러분 고유의 길로 순교자들을 본받고자 하는 원의를 불러일으킵니다.
친애하는 형제 여러분, 사제적 성덕은 그리스도와 같아짐을, 아버지의 뜻을 행함을 의미한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여러분은 『하느님 아들을 믿는 삶』 (갈라2ㆍ20) 으로, 하느님 말씀에 대한 사랑으로, 불리운 것입니다.
여러분은 날마다 교회가 성 찬례와 성무일도에서 풍요로이 베푸는 말씀의 잔치에서 생각과 마음을 살찌웁니다. 하느님의 이 말씀은 여러분이 기쁜 마음으로 하느님 이름을 찬양하고 그의 계명을 따르게 해 줍니다. 구원의 복음을 선포하고 신자들을 기도로 이끌므로써 그들에게 더욱 더 헌신적으로 봉사하게 합니다.
여러분에게 맡겨진 하느님백성의 일부를 목자로서 보살피는데 있어 여러분은 가난한 이와 버림받은 이, 잊혀진 이와 앓는 이, 자신의 죄에 눌려있는 이들을 특별히 사랑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참회성사 집행에 시간을 너그러이 할애해 주면서 그리스도적 생활을 위한 그 가치와 중요성을 일깨워줄 임무를 띠었읍니다. 고백성사집행의 효능을 결코 의심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을 통해 주예수께서 친히 사람들 마음을 당신께 화해시키시고 자비와 사랑을 후하게 베푸십니다. 여러분도 그리스도의 자비와 사랑을 체험하여 몸소 이 성사를 받음으로써 자신의 신앙을 증거 하도록 불리운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여러분의 사목활동은 성찬을 향해 있어야 합니다. 제2차「바티깐」공의회는 우리에게 주는 『사제들이 그 주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미사성제 중에 우리 구속 사업이 계속 실현 된다』(사제교령13)고 보증하고 있읍니다.
이제 하느님의 각별한 사랑을 받고 교회가 특별히 존중하는 한국의 남녀수도자여러분에게 말씀드리겠읍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은 수도자로서 그리스도의 사명에 특수하게 참여하고 있읍니다. 여러분은 교회 안에서 독특하고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읍니다. 무엇보다도 여러분은 언제나 아버지께 순종하고 우리가 부유해지기 위해 가난해지신 예수그리스도를 증거 할 은혜를 받은 것입니다.
여러분 중 어떤 이는 수도 생활의 관상적인 길로 불리워 기도와 보속을 특성적 역할로, 사랑 안에서 하느님과 더욱 친밀하게 결합되기를 지향하고 있읍니다. 이것은 그리스도의 배우자로서의 교회를 사는 길이며 예수님과 하나 되어 사는 여러분의 생활자체가 하느님 백성을 위한 계속적 기구전달의 힘을 이루게 합니다. 여러분 중 다른 이들은 이에 못지않은 열성으로 사도직의 여러 활동에 헌신하고 있읍니다. 병원에서, 학교에서, 본당에서, 특수봉사분야에서, 여러분은 그리스도를 증거하고 있으며 일반신도와 사제들과 함께 교회의 하나인 사명에 협동하고 있읍니다. 어떠한 형태의 수도생활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여러분을 부르셨든, 여러분 모두 수도 봉헌으로 인해 그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에 특후하게 참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께서는『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12ㆍ24) 고 하셨읍니다. 수도생활도 순교 같아서 한 알의 이런 밀알이 되도록, 그리스도 안에서의 죽음이 많은 열매를 맺고 영생으로 이끈다는 것을 믿도록 따로 불리움을 의미합니다. 열세한 모든 이와 함께, 그러나 수도 봉헌으로 인하여 더욱 전적으로, 여러분은 구세주의 십자가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일상생활의 온갖 어려움과, 사람이 하는 일과 서로 맺는 관계에 얽힌 고충을 기꺼이 받아들이려고 힘쓰면서,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으로 지는 십자가는 언제나 새 생명의 나무임을 확신하십시오. 수도 생활의 크나큰 특은은 아낌없는 사랑,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과 그의 신비체의 구성원에 대한 사랑입니다. 이 사랑은 봉사로 표출되고 희생으로 완성됩니다. 여러분이 사랑하는 바로 그만큼 베풀 용의가 있는 것이므로 사랑이 완전하면 희생 또한 완벽한 것입니다.
근래 한국교회의 특징을 이루고 있는 많은 사제와 수도성소에 대해 여러분 모두 오늘 나와 함께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립시다. 이것은 여러분 신앙의 활기의 표시이고 또한 그리스도의 빠스카 신비의 힘의 표시, 그의 보혈의 효능입니다. 여러분 나라의 교회는, 본당 학교 병원 그 밖의 사도직의 특수 분야에 있어 여러분의 활기찬 존재 없이는 생각할 수조차 없읍니다. 나아가서 여러분의 봉사는 비단 여러분 나라의 교회 뿐 아니라 앞으로 한국으로부터 선교사를 맞을 다른 나라들을 위해서도 큰 희망을 안겨다 주고 있읍니다. 범교회는 여러분이 선교에 기여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읍니다.
더 많은 성소를 위해 기도하십시오. 그리고 여러분이 봉사하는 사람들 가운데서 성소를 육성하도록 계속 노력하십시오. 교회의 앞날을 위해 그처럼 중대한 지향으로 간구해 주십사고 한국의 순교자들에게 청하십시오. 아무쪼록 진목의 구현인 여러분의 생활이 세상 안에 예수 그리스도 계심을 드러내는 설득력 있는 표지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친애하는 사제, 수도자 여러분, 신자아닌 사람들을 포함하여 여러분의 한국 땅의 수천만 동포가 일찌기 예루살렘 사람들이 필립보 사도에게 한 바로 그 물음을 여러분에게 되풀이 하고 있읍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뵙고 싶다는 소원이 그것입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그렇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 겨레에게 예수님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들과 예수님을 나누어야합니다. 그것은 기도하시는 예수님, 진복팔단의 예수님, 여러분을 통해 순종하고 가난하고 온유하고 겸허하고 자비롭고 순결하고 평화롭고 인내하고 의롭기를 원하시는 예수님이십니다.
여러분이 대표하는 예수님은 하느님의 영원한 아들로서 동정녀 마리아께 잉태되어 강생하셨고 여러분 안에서 나타나고자 하시는 예수님이십니다. 당신 영의 힘과 교회의 협력으로 온 인류를 아버지께로 이끌고자 하시는 빠스카 신비의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을 세상에 보여주고 예수님을 세상과 나누는 것, 이것이 여러분 일생의 엄숙한 과제인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머물며 그의 성령께서 여러분을 비추고 이끌어 주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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