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회 역사상 가장 영광스러운 날 아침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 땅 모든 본당의 어머니인 명동대성당을 방문하고 온 겨레와 교회를 한국교회의 수호자인 성모께 의탁하는 기도를 봉헌했다. 1백3위 한국순교성인 시성식을 집전하기 직전인 6일 아침 8시5분 마련된 교황의 명동대성당 참배는 2백년전 목자 없이 탄생한 한국천주교회 첫 신앙공동체의 발아지인 동시에 주교좌인 명동대성당을 직접 방문, 사목방문의 의의를 더욱 깊게 하려는 교황의 의지를 담은 뜻 깊은 행사였다.
교황은 이날 명동대성당 참배에서『계절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이 성모성월에 교회사를 통틀어 가장 상서로운, 그 가장 훌륭한 아들딸들이 제단의 영예에 오르게 될 이날에 나 요한 바오로 2세는 이 땅의 온 겨레와 교회를 예수의 어머니이시며 우리 모두의 어머니이신 성모의 자애로운 보호에 의탁 한다』며 성모께 대한 기도를 바쳤다.
『오 자비의 어머니이시여, 우리는 이제 당신의 사랑 가득한 마음에 이 땅의 겨레와 교회를 맡기나이다』고 기도한 교황은 모든 불의와 분열, 폭력과 전쟁에서, 또한 죄와 악의 유혹과 멍에에서 우리를 지켜주시기를 기원했다. 또한 성모께 고통 받는 모든 사람을 어루만지고 붙들어주시며 가난한 이, 외로운 이, 아픈 이, 사랑 못 받는 이, 억눌린 이, 잊혀진 이를 두루 거두어 주실 것을 기도한 교황은 『우리 모두가 사랑으로 하나 되게 하시며 갈라진 이 땅에 평화를 내리시고 모든 이에게 희망의 빛을 비추시며 복되신 태중의 아들 예수를 우리에게 보여 주소서』라고 기도를 끝마쳤다.
그런데 교황은 이날 아침 빵빠레와 교회 최고의 장상을 맞이하는 맑은 종소리가 종현 언덕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성당마당에 도착, 명동본당 사제단의 영접을 받으며 5백여 명의 명동본당자들의 열렬한 환영 속에 성당으로 입장했다.
명동대성당 중앙문을 통과한 교황은 오른편에 놓여진 초기 명례방 집회 그림과 한국교회 설립 주역인 이벽ㆍ이승훈ㆍ김범우의 초상화와 교황방한 기념 부조, 성물 등을 축성했다.
교황은 성당 중앙통로를 통해 제단까지 걸어가면서 오른편에 앉은 신자들과 악수를 나눴고 앞좌석에 앉은 김영삼 (前 신민당 총재) 씨 등 재야인사 40여 명과 인사를 나누었다.
이어 제대 앞에 마련된 장궤틀에 무릎을 꿇은 교황은 5백여 신자들과 함께 성모께 이 겨레와 교회를 위한 기도를 바쳐 한국교회를 성모께 봉헌했던 역대 주교들과 일치된 모습을 보여줬다.
교황은 이날 휠체어에 앉은 채 참석한 한국교회 최초의 한국인 주교 노기남 대주교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병세의 호전을 기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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