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안에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너희는 가서 만민을 내 제자로 삼으라』(마태28ㆍ19)
부활하신 주께서 복음을 땅 끝까지 전하라고 사도들을 보내시면서 내리신 이 마지막 분부가 우리가 오늘 여기 모이게 된 참동기입니다. 여러분의 사랑하는 나라에 그리스도 신앙이 들어온 2백주년 맞이를 기쁨과 고마움으로 경축하면서, 여러분은 하느님은 총으로 『이 땅에 빛을』 가져오기로 결의하였읍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주교들과 긴밀히 협동하고 법교회와 일치하여, 함께 기도하면서 이 분부를 실제로 생활화할 길을 함께 모색하고자 이 전국 사목대회에 모였습니다.
1, 여러분에게 이 사명을 맡기시는 예수그리스도는 제일 첫 번째이고 가장 위대한 복음선교자였을 뿐만 아니라, 당신자신이 하느님의 기쁜소식(현대의 복음선교7)이 셨읍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이 받은 명령이 어떤 것이며 그것을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가를 알려면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아야만 합니다. 『나는 하느님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해야 합니다. 그 일을 위해서 나는 파견된 것입니다』(루가4ㆍ43)하고 예수님은 말씀하셨읍니다. 『이때부터 예수께서는 전도를 시작하시며 회개하시오.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읍니다』하고 말씀하셨옵니다』(마태4ㆍ17)
그런데 그 하늘나라란 대체 어떤 것이었읍니까. 희망과 구원을 말하는 전갈이 예수님 자신의 입에서는 진복팔당으로 나타납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행복하여라 의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행복하여라 자비를 베푸는 사람들……
행복하여라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들……
행복하여라 의를 행하다가 박해를 받는 사람들……
나때문에 모욕을 당하고 박해를 받고 터무니없는 말로 갖은 비난을 받은 때의 여러분은 행복하여라』(마태5ㆍ3~11)
그리스도께서는 이런것을 말로만 가르치지 않으셨읍니다. 그의 삶과 죽음과 부활로 인해 그자신이 구원의 기쁜 소식인 것입니다. (마르1ㆍ1 로마1ㆍ3참조) 그 자신이『길이요 진리요 생명』(요한14ㆍ6)이십니다. 이를 바탕으로 제2차 바티깐공의회는 우리들 모두에게 산관되는 결론을 이렇게 내렸읍니다. 『성신의 감도아래 교회는 그리스도 자신이 가신 그 같은 길을 가야만 한다. 즉 가난과 순명과 봉사와 죽음에까지 이르는 자기희생의 길을 가야한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부활로 말미암아 이 죽음에서 승리자로 나오셨다. 그리하여 사또들은 다 희생 중에 걷게 되었다』(교회선교 교령5)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명성도 세력도 없었고 교회건물도 없었읍니다. 그러나 예수님 자신처럼 그리고 성령으로 가득한 그들이었기에, 자신의 삶으로써 기쁜 소식을 증거하여 많은 무리가 회개하도록 이끌었읍니다. (사도2ㆍ42이하 참조)
여러분의 거룩한 선조들은 또 어떠했읍니까? 그분들 역시 진복팔단을 진심으로 믿고 또살았읍니다. 오직 큰 사랑과 복음적 열성으로 유지된 이산 증거만이 참혹한 박해하에서도 어떻게 교회가 자랄 수 있었던가를 설명해줄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에 이르러 어떻게 하면 여러분도 하느님나라의 기쁜 소식을 증거할수 있을까를 스스로 묻고 있읍니다. 한국교회는 오늘날 유성하고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읍니다. 훌륭한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읍니다. 우리는 마음을 드높이 올려 주께 기쁨에 찬 감사를 올려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아직 많은 과제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읍니다. 즉 어떻게 하면 교회 공동체로서 여러분의 가정, 사회, 나라의 생활이라는 실제 상황에서 진복을 살 것인가. 수효로만 아니라 그리스도적 성숙과 영신적 깊이에 있어서도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등, 큰 물음들이 남아 있읍니다.
여러분의 사목 대회의 목적은 이런데에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런 관심사를 두고 여러분은 서로 의논하고 반성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여러분이 한국 그리스도 교회사의 제3세기에 접어들면서 여러분을 감도해줄 부러우리만큼 값진 우산을 여러분 선조들이 뛰어난 모범에서 이어 받았음은 크나큰 복이 아닐 수 없읍니다.
우선, 장벽을 모르는 형제적 사랑의 유대가 있읍니다. 양반과 상민, 부자와 빈자, 모두가 하나로 어울려, 함께 기도하고 함께 고통을 받고 형제 자매로서 모든것을 나누면서 환난 중에 서로 서로 도왔읍니다.
그 어느 파도 혼히 세속에서 있듯이 지배하려 들지 않고 아무도 잊혀지는 이가 없었읍니다. 가장 비천하고 빈한한 사람도 믿음의 모임에서는 제집에서처럼 마음이 편했읍니다. 이와 똑 같은 덕성이 여러분에게 있어서도 장점이 되려면 한국의 교회는 무엇을 해야겠읍니까. 가난한 이와 노동자와 밀려난 사람들이 인간대우의 차별 없이 사랑받고 봉사 받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겠읍니까. 진복의 정신이 차별과 이기심의 온갖 형태를 극복하려면 어떤 길을 가야 하겠읍니까.
다음에는 사도적 창의성과 열성에 넘치는 일반 신도들의귀감이 있읍니다. 자발적으로 신앙을 찾고, 공부하고 함께 기도하면서 복음을 전하던 초기 개척자들의 전통을 따라, 이미 1780년대에 헌신적인 남녀 전교회장들의 모임이 형성되었읍니다. 마찬가지로 수십 년 박해동안 『길을 밝히는 모임』인 명도회가 해낸 더없이 값진 일도 오늘 본받아야 할일입니다. 아무쪼록 정하상 바오로성인같은 분의 몰아적 사도직을 힘껏 본받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조상은 그 어떤 보상도 인정도 받기를 바라지 않고 소리 없이 헌신적으로 이웃을 섬기면서 복음을 전했읍니다.
또 한 가지 본받을 것은 그 분들이 가정에서 살던 신앙생활입니다. 오늘 시성된 백삼위 순교자중 많은 분들은 서로 일가친척이거나 치명자 집안의 후손입니다. 그것은 함께 기도하면서 신앙으로 성숙하고, 하느님을 두려워하며 사랑하게 되고, 모든 사람을 하느님자녀로 귀히 여겨 사랑하는 것을 다 가정에서 배웠기 때문입니다. 집안이야말로 부모가 『자녀에게 맨 먼저 신앙을 전해주는 자』되고 성소가 배양되는 『가정교회』입니다. (교회헌장11)
참으로 그리스도적인가정은 『복음이 퍼져나가는 터전』인 것입니다 (현대의 복음 선교71)동양의 위대한 정신문화적 전통을 기초로, 여러분은 어떻게 하면 더 기도하는 가정들의 교회가 되어 온 세상에 모범이 되겠읍니까.
여러분의 믿음의 조상은 복음을 자신의 문화와 민족적 주체성안에 토착화 시키려고 훌륭한 노력을 기울였읍니다. 숫되면서 그윽하고 아름다운 말로 설교하는 노래와 기도와 찬가를 짓고 교리책과 신공책을 엮어내되 자신의 문화와 심성 깊숙히 뿌리내린 말로 함으로써 사람들의 머리와 마음에 곧장 와닿게 하였읍니다. 만약 그런 노력을 본받아 꾸준히 이어나간다면 어김없이 그 주체성 안에서 문화의 복음화로 이끌어줄 것입니다.
더우기 오늘날 미처 삭히지 못한 외래문명이 들이닥쳐 낯선 생활양식과 사고 구조가 교회생활안에서 마저 혼란을 빚고 있는 마당에, 여러분의 선견지명 있고 슬기로운 노력이 절실히 요청되는 줄로 압니다.
그처럼 자신의 주체성이 확고한 여러분의 선조였건만, 믿음과 예배와 생활에 있어 범교회와의 일치를 간능한한 긴밀히 하려고 끊임없이애썼읍니다. 북경주교및 베드로의 후계자와의 유대를 맺고 살기 위해서 어떤 노력도 희생도 아끼지 않았읍니다. 정하상 바오로 성인은 비밀리에 아홉 차례나 걸어서 북경까지 주교를 찾아가셨읍니다. 여러분은 그러면 어떻게 하여야 보편성을 특수성안에서 찾고 자신의 특수성을 살되, 어떻게 하면 범교회를 살찌우는 방향으로 이를 살것입니까.
한국의 여러분 조상은 중국을 거쳐 신앙을 얻었읍니다.
그러나 자신의 주체성 안에 철저히 머물면서도 범교회와 완전히 일치 되어있읍니다.
그리하여 참된 주체성과 진정한 보편성이 이율배반이 아닐 뿐 아니라 오히려 서로를 부른다는 사실의 산사례를 보였읍니다. 그리고 친애하는 한국교우여러분, 여러분이 그값진 전통을 오늘과 내일을 위해 창의적으로 살아나가려고 노력하는 것을 보니 흐뭇합니다.
중국의 위대하고 지혜로운 겨례도, 처음에는 밖으로부터 믿음을 받아 들였으나, 진정한 중국인으로서 그 믿음을 범교회와의 온전한 일치안에서 살아 모두에게 기쁨과 보탬이 되어 주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오늘 우리의 시대는 미증유의 속도와 변천의 심각성으로 인해 전혀 새로운 과제를 우리에게 안겨주고 있읍니다. 그러나 이제 이 땅의 교회현존 제3 세기에 여러분이 들어서면서 복음을 선포함에 있어, 이번 한국사목방문의 주체인 삶의 증거, 회개를 통한 화해 그리고 사랑의 나눔이라는 세항성으로 방위를 찾기바랍니다. 그러면 여러분이 『이땅에 빛을 』가져오고 무엇보다도 『이 땅에 빛』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순교 성인께서 여러분을 그 길에서 인도해주시고 바다의 별이신 성모 마리아께서 여러분과 여러분이 사랑하는 모든 이를 『찬미와 영예와 권능을 영원무궁토록 받으실』(묵시5ㆍ13) 당신아들 우리 주 예수그리스도의 나라로 이끌어주시기를 빕니다.
가서 복음을 전하십시요 찬미예수.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