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역사적인 한국방문 중 각계각층간의 만남을 통해 사랑과 평화 그리고 희망의 메시지를 남겼다。한국천주교회 2백주년 기념모또인「이 땅에 빛」을 주제로 한 도착말씀에서부터 이한성명에 이르기까지 교황은 이 땅의 모든 이에게 복음을 사는 것만이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사는 길임을 명백히 보여주었다。본보는 그가 남긴 메시지를 다시한번 음미해보는 특별시리즈를 기획、그 사랑의 메시지가 이 땅의 모든 이의 가슴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기원해본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성하의 한국방문은 실로 한국천주교회 역사상 초유의 획기적 거사였다。교황의 이번방한은 한국교회에 대한 사목적 방문에 그치지 않고 한국전체에 대한 커다란 복음의 선포였다。「땅 극변에 가서 복음을 전하라」는 그리스도의 명령에 따라 서쪽극변인「로마」에서 동쪽극변인 한국에까지 와서 크게 복음을 선포한 것이다。아니 오늘의 한국적 상황에 상응한 새로운 기쁜 소식이었다。교황은 4박5일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수많은 메시지를 통해 교회와 한국민에게 광범하고 차원 높은 내용의 메시지를 선포했다。그 가운데서 한국 땅에 입 맞춘 다음의 첫 번 발언인 교황의 도착 메시지에 대해 절실히 느낀 바를 피력해보고자 한다。
교황은 첫마디 인사말씀으로「벗이 있어 먼데서 찾아오면 이 또한 기쁨이 아닌가」(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하는 논어 귀절을 인용하여 먼데서 찾아오시는 교황자신의 기쁨을 나타내시면서 친근한「벗」으로서 방문한다는 따뜻한 우정을 아낌없이 드러내셨다。이어서 교황은 또한 교황취임 이후 언제나 마음으로 각별히 가깝게 느꼈고 고대했던 한국에 가까운 벗인 동시에 평화의 사도로서 찾아왔다는 심정을 토로했다。그리고 또 교황은 한국의 문화와 예술과 종교에 대해 존경과 애정을 표하면서 불교와 유교의 정신세계를 높이 인식하고 나아가서는 구체적으로 원효와 서산、퇴계와 율곡 등의 훌륭한 업적에까지 언급했다。이와 같은 교황의 인사말씀은 한국의 문화와 전통종교에 대한 깊은 관심과 이해는 한국민에게 쉽게 친근감을 불러일으켰고 교회신자뿐만 아니라 일반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족했다고 할 수 있다。교황의 도착메시지는 도착 후의 여러 가지 차원에서 발표한 모든 메시지의 총론이고 종합이라고 할 만큼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먼저 교황은 한국과 한국민이 갖고 있는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그것은 교황이 방문도중의 일정진행에 관해「수학적 정확성」이란 표현으로 찬사를 보낸 바 있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교황의 한국 구석구석의 현실파악은 참으로「우주적 정확성」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그것은 인사말씀 중『일찌기 평화롭던 민족의 밖으로부터 강요된 분단、한국전란의 깊은 상흔、그리고 근년의 온갖 참변이 어느 것도 어려움을 이기고 도로 화목한 한 가족이 되고자하는 여러분의 뜻을 꺾을 수 없다』는 귀절에서 알 수 있다。이러한 근본적인 상황에서 한국과 한국교회는 무엇이 요청되고 있는가에 대해 교황은 다음의 몇 가지 사항에 촛점을 두어 그것들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마지 않았다。
첫째는 정의와 평화에 관한 것이다. 정의와 평화는 서로 배치되는 개념이 아니고 서로 표리일체되는 현실인 것이다。오늘의 한국은 정의와 평화가 다같이 결핍되고 있음이 사실이다。남북분단에서 오는 평화의 위협、인간본성인 자유에 대한 제약에서 오는 갈등、「급속한 산업화와 경제성장에 따른 말 못할 희생」등이 한국이 당면하고 있는 평화위협의 요소이다。이것을 통찰한 교황은 평화의 문제에 가장 우위성을 두고 여러 가지 메시지에서 강조했을 뿐 아니라 여의도의 시성식미사에서는 특히 북한과의 재결합에 대해 교황의 마음 깊은데서 우러나오는 간절한 기도와 호소하는 모습은 우리 모두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우리 국민이나 우리 교회가 과연 교황만큼 간절한 기도와 행동이 있었던가 스스로 반성해야 할 것이다。다음은『무엇보다도 더욱 인간다운 사회、모든 생명이 신성시되고…한국의 남녀노소가 다 하느님의 자녀로소의 인간존엄성으로 사랑받고 존경받는 사회』되기를 바란 것이다。이는 하느님의 형상인 인간의 존엄성 즉 인간의 기본권인 자유가 근원적으로 보장되고 존중돼야 할 것을 지적한 것이다。이 문제에 관해 교황은 문화인과의 만남에서의 메시지에서는 더욱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우리는 인간존엄을 위협하는 이 모든 것 앞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침묵을 지킬 수 없다。개인이든 집단이든 민족전체든 인간이 자기의 참 소명에 따라 실존할 수 없게 하는 것에는 신앙이 우리로 하여금 저항하도록 명한다』
다음은『누구도 한갓 도구로 쓰이지 않고 아무도 소외되지 않고 아무도 억눌리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시는 교황의 말씀이다。이는 우리사회 안에서 여러모로 소외되고 있거나 억압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고 이들이 거기서 해방되기를 염원하는 교황의 심중을 우리는 깊이 살펴야 한다。뿐만 아니라 교황은 소록도의 환자들과 부산의 근로자들과 또 명동성당에서의 일부 인사들과의 만남에서 교황의 의도가 구체적으로 나타났다。그리고 또 교황은『모든 이가 진실한 형제애로 사는 사회』되기를 바랐다。이는 광범한 표현이지만 그 안에는 진정으로 사랑할 때에 거기에 화해와 일치가 있고、또 참으로 사랑하려는 거기에 아낌없는 나눔이 있어야 한다。여기서 교황은 광주의 모임에서 세례를 베푸는 화해의 성사를 설교하는 과정에서 광주시민의 지난날의 잊을 수 없는 아픔을 교황자신의 아픔으로 함께하면서 화해의 높은 차원으로 승화시켜 참으로「사랑은 모든 것을 자유케 하는」오묘한 진리를 설파했다。또 교황은 이어서 대구의 사제서품식의 자리에서 사제들의 영적 정신적인 나눔의 정신과 부산의 근로자와의 만남에서 노사간에 있어서의 노동댓가의 물질적 나눔의 정신을 명쾌하게 제시했다。이 또한 오늘의 한국의 지나친 물질지상주의와 소득분배의 심한 불균형상황에 비추어볼 때 우리 모두가 명심해야 할 과제이다。끝으로 교황은 한국인의 순교정신에 대한 존경과 감명이 매우 크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그것은『인간이 진실로 인간이기 위해서는 자신을 초월하고 궁극의 실상과 삶의 뜻을 찾아야 함을 우리는 안다。여러분의 역사에서 이차돈 같은 분이 증거한 바가 바로 그것이었다。
다르기는 하나 나자렛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 영원한 생명의 진리를 위해 죽은 1만여 치명자 가운데서도 빼어난 1백3위의 증거 역시 그러한 것이었다』는 말씀에서 한국인전체의 종교심과 순교정신을 높이 평가했고 또 그렇기 때문에 2백주년기념에서 파격적인 1백3위의 시성을 보게 된 것이다。앞으로 한국 교회는 앞에서 제기된 교황의 의도를 따라 이를 실천하고 증거 하는데 있어서 순교자적 정신으로 매진해야할 것이다。마지막으로 교황은 한국서 전통종교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심을 이 땅에서 혼신의 봉사와 증거의 1백주년을 맞는 그분들에게 한 형제로서의 정중한 경의를 표한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특집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