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생애、이 시대를 통해서 언제 한번이나마 이런 큰 감동의 물결이 넘쳐난 적이 있었던가。아무 조건없는 반가움、순수한 기쁨소속이나 계층의 제한이 없이 대중의 가슴에 따뜻한 정감이 용솟음친 것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기간에서 처음 맛보는 일이었다。
교황에게 관심을 가진 이들은() 항공기가 활주로에 멋고 트랩을 내려온 교황이 이 땅에 첫 친구(親口)를 했을 때 감격했고 제일성을 우리말로『벗이 있어 먼데서 찾아오면 이 또한 기쁨이 아닌가』했을 때 이미 매료되었다。또 환영의 대열권외에서 방관하던 사람들까지도、방한 이튿날 광주에서 시민들의 쓰라린 상처를 위로하며 화해의 가르침을 선한걸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었고 소록도를 방문하여 일일이 나환자의 머리에 손을 얹으며 강복하는 장면에선 가슴을 울먹일 수밖에 없었다。이 작은 땅덩어리、한 나라라는 울안에 살면서도 이곳엔 분열과 미움、갈등과 소외가 곳곳에 상존해 왔다。그러나 이 그늘진 사회에 뚜렷한 뉴스源、구체적인 커다란 사랑의 실체、우리의 마음에 꾸준히 변화를 일으키는 힘한테로 시선이 집중되고 열광했던 며칠동안은 그런 감정은 사라지고 서로가 한 이웃、동시대를 살아가는 겨레라는 일치감이 조성되었다. 얼마나 보배로운 기회이고 체험이었던가。경직된 마음이 풀어지고 전혀 강제되지 않은 축제무드 속에서 다감함을 회복할 수 있었음에 교황방한의 의의가 모름지기 드러난다。
나는 교황성하가 입경하는 연도에서、서강대학교에서의「문화인 대표와의 만남」의 자리에서、그리고 외람되게도 2백주년 기념식장 앞자리인 특별석에 앉게 되어 나름대로는 성하를 가까이서 뵐 기회를 얻었었다。저 인자한 표정、자애로운 미소、끝없이 사랑을 퍼내는 저 몸짓。어떤 이는 그분의 표정에서 놀라운 예술적 탐미를 보았다 했고, 또 많은 매스컴들은 대중을 매혹시키는 수퍼스타로 관찰하기도 했다。그런데 나는 이른바「完德」이란 것이 표정과 몸짓에서 어떻게 표현되는가를 목도했다。
더욱 인상 깊었던 점은 그분을 맞은 우리의 기쁨이 아니라 우리를 찾아온 그분의 기쁨을 읽은 일이다。도처에서 교황은 당신이 우리와의 만남에 감격해했고 헤어지기를 섭섭해 했다。그러한 희열이 있었기에 그토록 바쁜 旅程、꽉찬 스케줄을 피로도 잊은 채 지칠 줄 모르게 다닐 수 있었을 것이다。그분의 성덕의 깊이는 헤아려볼 수 없으나 자연적 체력은 상상할 수가 있다。순교의 역사、순교자의 후예와 만난다는 즐거움에 모든 걸 초극할 수 있었던게 아닐까。
이번의 교황 방한으로 인해 한국천주교회와 교인들은 용기를 얻고 쇄신과 신앙의 활성화가 더욱 이룩될 터이다。그 동안엔 지정학적 위치나 역사로 보아 취락적교회티를 말끔히 씻어내지 못했으나 이날의 고조된 일체감、103위 성인의 탄생으로 말미암은 긍지로 인해 세계적 보편교회의 아웃사이더로서가 아니라 그 주역으로서 참여할 자신을 얻었다。여의도 광장에서의 열도 때문이 아니라 우리 교인들 개개인의 살아있는 신앙의 확인에서 근거한 자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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